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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축구교실에 가는 날이야. 유후~! 들뜬 마음으로 축구교실에 함께 다니는 주영이 집에 들렀어. 그런데 집 앞에서 주영이를 부르는 순간! 글쎄 주영이 어머니가 “잘 다녀와, 우리 아들~!”이라고 말하며 주영이를 와락 끌어안는 장면을 보고 말았어. 게다가 주영이는 엄마 볼에 뽀뽀까지 하지 뭐야? 5학년이나 된 사내놈이 저런 낯부끄러운 짓을 하다니! 난 뽀뽀는커녕 끌어안는 것조차도 소름 돋아서 싫단 말이야! 으~, 완! 전! 닭! 살!
밥보다 스킨십이 좋아요!
온몸에 돋은 닭살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영이는 헤벌쭉 웃더니 내 어깨에 손을 올렸어. 나는 그 손을 툭 쳐내며 “다 커서 엄마랑 끌어안고 뽀뽀하는 게 부끄럽지 않아?”라며 핀잔을 줬지. 주영이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어. “부끄럽다니? 스킨십은 동물의 본능이라고!”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애착 실험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애착에 대한 실험을 했어요. 애착이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사랑하는 대상과 가까이 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행동을 말해요.
해리 할로우는 우리 안에 두 개의 어미 원숭이 모형을 만들어 두었어요. 어미 원숭이 모형 중 하나는 딱딱한 철사를 감아 만들어 우유병을 달았고, 또 하나는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고 우유병을 달지 않았답니다. 해리 할로우는 두 개의 어미 원숭이 모형이 있는 우리에 갓 태어난 아기 원숭이를 넣었어요. 그러자 아기 원숭이는 놀랍게도 우유를 먹을 때를 빼고는 줄곧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어미 원숭이 모형에 안겨 있었어요. 무서울 때도 망설임 없이 부드러운 원숭이 모형으로 달려가 안겼답니다. 실험 전 대부분 사람들은 아기 원숭이가 당연히 우유병을 달고 있는 모형에 애착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아기에게 어미가 필요한 이유는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해리 할로우의 실험 이후 동물에게 먹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킨십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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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하면 스트레스 DOWN! 행복지수 UP!
으악~! 내가 사고를 쳤어! 팀을 나눠 축구시합을 하는데 자책골을 넣었거든. 으….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어. 이런 내게 같은 팀인 주영이가 다가와 괜찮다며 손을 잡아 주었어. 그러자 나는 뭔지 모를 편안함과 안도감이 드는 거 있지?
피부는 ‘제 2의 뇌’
우리 몸의 가장 바깥을 덮고 있는 피부와 우리 몸을 통솔하는 뇌는 형제라고 할 수 있어요. 피부와 뇌가 같은 세포층에서 발달했기 때문이에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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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처럼 좌우 대칭인 동물들은 배아 초기에 3개의 세포층이 생겨요. 가장 바깥에 있는 세포층을 외배엽, 안에 있는 세포층을 내배엽, 외배엽과 내배엽의 중간에 있는 세포층을 중배엽이라고 부르지요. 배아에 있는 이 3개의 세포층들이 우리 몸 전체를 만든답니다.
피부와 뇌는 배아에서 가장 바깥에 있는 세포층인 외배엽에서 발달한 기관이에요. 그래서 피부를 ‘제 2의 뇌’라고 불러요. 실제 대뇌피질에서 피부감각과 손의 움직임을 처리하는 면적이 아주 넓다고 하니, 피부와 뇌가 친한 형제라고 할 만하죠?
배아의 세포층 - 배아 초기에 생기는 세포층인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 각각의 세포층이 발달해 태아의 뇌와 피부, 혈관과 뼈, 폐와 간 등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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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하면 세로토닌, 도파민 퐁퐁
피부에 자극을 주면 아주 약한 자극이라도 뇌가 금세 알아차려요. 어떻게 알아채냐고요? 친구와 손을 잡으면 피부에 있는 감각수용기에서 감각 자극을 전기적 자극으로 바꿔요. 이 전기적 자극은 척추 안에 있는 신경인 척수를 통해 뇌로 전달되지요. 뇌로 전달된 전기적 자극은 대뇌피질, 시상, 뇌하수체 등 뇌 곳곳으로 퍼진답니다. 뇌로 퍼진 자극은 우리 몸에 변화를 일으켜요.
과학자들은 애착을 바탕으로 한 스킨십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줄어들고, 행복 호르몬인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이 증가하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성장호르몬과 면역 기능을 돕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요. 스킨십을 하면 증가하는 옥시토신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만들지요. 또한 세로토닌과 도파민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화학물질이에요. 스킨십을 하기만 해도 호르몬이 바뀌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더 행복해진다니 정말 신기하죠?
이런 호르몬의 변화는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요.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두려움이나 우울증이 감소하지요. 그래서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등 스킨십을 즐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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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스킨십 많이 하세요!
주영이와 손을 잡고 나서 후반전이 되자 축구가 더 잘 되지 뭐야? 그리고 문득 주영이와 주영이 어머니가 포옹하는 모습이 떠올랐어. 그때 민망하긴 했지만 사실은 부러웠거든. 나도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많이 안아 주셨는데…. 이런 생각하는 내가 너무 유치한 건가?
아동 발달에 꼭 필요한 스킨십
헝가리 정신과 의사인 르네 스피츠는 루마니아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했어요. 고아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깨끗한 공간을 주었어요. 하지만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3분의 1이 넘는 아이들이 죽고, 남은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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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은정 교수(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심리학과)
“스킨십은 습관이에요.”
초등학생 때는 무엇보다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시기예요. 부모와 애착이 형성되지 않으면 우울,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뿐 아니라 비행, 공격성까지 나타날 수 있지요. 또한 애착 관계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자연스럽게 지능, 사고, 추론, 창의력 같은 능력도 높아질 수 있어요. 다 커서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습관처럼 부모님과 스킨십을 나눠 보세요. 어느새 가족 모두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아빠의 스킨십이 자녀를 바꾼다!
우리나라에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가부장적인 가정이 많이 있어요. 보통 엄마는 너그럽고 편한 반면, 아빠는 어렵고 무서운 존재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요. 하지만 자녀에게는 엄마의 사랑만큼 아빠의 사랑도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1958년에 태어난 아이 1만 7000명을 33살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추적했어요. 그 결과 자녀의 발달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아빠의 자녀가 훗날 공부도 잘하고, 성공적인 사회생활과 결혼생활을 했답니다.
또 미국 뉴스쿨대학교 심리학과 하워드 스틸 교수가 100쌍의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어요. 그 결과, 1~6세 때 아빠가 자주 목욕시킨 아이들의 3%만이 10대가 돼서 친구를 사귀는 데 문제를 겪은 반면, 아빠와 목욕한 적이 없는 아이들의 30%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요. 하워드 스틸 교수는 “10대들이 일으키는 여러 문제들이 어릴 적 아빠와의 신체 접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답니다.
#후반전 시작 10분 만에 내가 역전골을 넣었어! 단숨에 나를 응원하는 엄마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지. 바로 지금이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걸 느꼈어. 친구들도 지금 부모님을 꼬옥 안아 봐. 행복 호르몬이 퐁퐁 나오는 느낌을 알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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