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굴데굴~, 데구르르….’
아휴~, 따분해. 언제까지 여기 갇혀 있어야 하는 걸까? 우린 사람들이 다 쓰고 버린 각종 고물들이야. 곧 공장으로 가서 재활용품이 되겠지. 하지만 우리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멋진 예술 작품이 되어 보고 싶어. ‘어린이과학동아’ 명예기자들이 도와 주지 않을래?
고물로 만든 예술품이라구?
안녕? 우린 명예기자 효림, 성균이야. 고물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달라니, 좀 어려운 미션인걸? 하지만 걱정 마. 명예기자의 초특급 정보력으로 수소문한 끝에 특별한 곳을 알아 냈거든. 바로 서울 충무아트홀에 자리하고 있는 ‘반쪽이의고물 자연사박물관’!
얼핏 보기에 이 곳은 고물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모양의 동물을 만들어 놓은 평범한 전시장처럼 보였어.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벽을 따라 어디론가 줄지어 가는 개미들! 그 길이가 자그마치 2㎞나 된다니 어마어마하지? 우린호기심이 발동해 좀 더 자세히 관찰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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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자동차 타이어 | 2004)
동물들이 지나는 길을 찻길로 만들어 사고를 당하는 동물들이 많아. 타이어를 펼쳐서 고양이 모양으로 오렸을 뿐인데, 동물들의 안타까운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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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게떼(주물 나비너트, 베어링, 나사, 나이프, 컵, 국자, 렌치 | 용접 | 2005)
갯벌을 메우는 공사로 게들은 터전을 잃고 화가 났어. 사람들이 땅을 파헤치고 있을 때, 게들은 보이지 않는 칼과 망치를 들고 마지막 전쟁을 치렀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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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나라에서 온 펭귄 가족(굴삭기 발톱, 배관, 철근, 너트,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소화기, 용접 | 2006)
남극 펭귄이 환경 파괴로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된다면? 이렇게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다른 별을 찾아 떠나지 않을까? 뜨거운 지구의 불을 끄는 걸 상징해 빨간 소화기로 만들었어.
반쪽이 선생님의 비법 공개!
와~, 역시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군! 작품 하나하나는 결코 평범한 조형물이 아니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와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단다. 이런 작품을 만드신 분은 누굴까? 우리는 최정현 작가님을 직접 만나서 비법을 여쭤 보기로 했어.
안녕하세요! 저희도 고물로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우선 집안에 굴러다니는 못 쓰는 물건들을 잘 모아 두세요. 아파트에서분리수거할 때 이웃들에게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재료가 모두 모여야 작업하기가 편하거든요. 저는 필요한 재료가 없어서 6개월~3년이나 기다린 적도 있어요.
허걱! 그렇게나 오래 기다려서 재료를 찾아야 해요? 그것 대신에 비슷한 다른 재료를 쓰면 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멋진 문장을 쓰려면 거기에 꼭 맞는 단어를 찾아야 하듯이, 작품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타이어’로 만드는 것과 다른 재료로 모양만 만드는 것 은 큰 차이가 있어요. 이처럼 재료를 선택할 때 많이 고민할수록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답니다.
반쪽이 최정현 선생님은 누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화가이면서 애니메이션도 제작하고 어른들이 즐겨 보는 시사 만화와 생활 만화도 그리신다. 나무를 이용해 ‘내 손으로 만드는 DIY’ 생활용품을 제작하다가 최근에는 고물상이나 철공소에 버려진 산업쓰레기로 입체 조형물을 만들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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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국회의사당(바구니, 볼펜대, 뻥뚫이 | 2005)
볼펜대로 기둥을 세운 국회의사당이야. 그 위의 돔은 변기가 막혔을 때 쓰는 도구를 잘라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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❷ 침팬지 골격(나이프, 자동차부품, 기계 부품 | 용접 | 2004)
침팬지의 골격을 그대로 만들었어. 칼을 이용해 갈비뼈를 만들어서 멸종 되어 가는 침팬지를 표현했어. 엄마 침팬지가 죽은 새끼 침팬지를 보며 슬퍼하는 모습이 생생해.
나도 고물 예술 작가!
선생님께서 알려 주신 비법은 다름 아닌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 재료를 두고 고민하다 보면 단지 모양을 만드는 게 아닌 나의 생각도 담을 수 있다고 하셨어. 비법을 듣고 나니 어서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퐁퐁 솟는 느낌이었단다. 선생님은 이런 마음을 눈치 채셨는지 함께 곤충을 만들어 보자고 하셨어. 우리가 만들 재료는 바로 나무!
도전! 사슴벌레와 게 만들기
❶ 만들려는 대상을 잘 관찰하고, 몇 조각으로 만들지 정한다.
❷ 알맞은 나무 조각을 골라 목공풀을 이용해 몸통끼리 먼저 붙인다.
❸ 받침대에 목공풀을 충분히 묻혀 몸통을 붙인다.
❹ 드디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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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 1(마우스, 키보드 | 2005)
마우스와 키보드로 많은 쥐들이 뱀을 공격하는 모습을 만들었어. 쥐는 네티즌을, 뱀은 권력자를 상징하지. 네티즌이 모이면 먹이사슬을 거슬러 천적인 뱀도 공격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대.
곤충은 천적을 피하기 위해 주변 자연 환경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러니 자연에서 얻는 재료를 이용하면 다른 재료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단다. 그런 것까지는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구?
이제부터는 고물 예술품을 감상할 때 작품의 제목과 재료, 모양을 놓고 곰곰히 생각해봐. ‘아하!’ 하고 스스로 깨닫는 재미에 푹 빠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