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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고향, 캄차카반도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와 나그네새들의 여름철 번식지인 캄차카 반도는 한반도 면적의 2.5배가 넘는 넓은 땅이다. 러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환태평양화산대에 속한 반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화산이 28개나 된다. 그러면서도 울창한 숲과 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어 많은 동식물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름에도 만년설을 볼 수 있는 차가운 땅에서 따뜻한 생명을 품는 새들의 모습을 찾아 캄차카 반도로 떠나 보자.


 
화산과 만년설이 장관인 캄차카 반도




영역 다툼을 하고 있는 붉은부리갈매기


알을 품는 붉은부리갈매기.
 
붉은부리갈매기야, 반갑다!
캄차카 반도의 중심은 남쪽에 위치한 페트로파블로프스키캄차츠키다. 이 곳은 코랴크스키, 아바친스키, 비류첸스키 등 4000m가 넘는 3개의 화산에 둘러 싸여 있어 어디를 가도 만년설의 화산을 볼수 있다. 여름이 되면 화산 계곡에 겨우내 수십 미터씩 쌓였던 눈이 녹아 수많은 강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강물은 한여름에도 온도가 0℃에 가까워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차다.
새를 만나기 위해 68㎞를 달려 바라퉁카온천 근처에 있는 습지로 갔다. 그 곳엔 키가 40~60㎝인 들쭉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끼가 덮인 수초가 바닥을 이루고 있어 마치 물위에 떠 있는 듯했다. 스펀지를 밟는 느낌으로 습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드디어 새들이보인다. 이 곳에는 붉은부리갈매기와 제비갈매기, 검은머리흰죽지, 고방오리, 알락꼬리마도요, 알락도요, 꺅도요, 긴발톱할미새 등 다양한 새들이 번식하고 있다.
붉은부리갈매기는 작은 호수 옆 마른 초지에 들쭉나무 가지를 깔고 그 위에 부드러운 마른 풀을 깔아 3개의 알을 낳아 품고 있었다. 알은 암·수가 교대로 품고 둥지 주변에 다른 갈매기가 나타나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쫓아 낸다.


 
두 번째 찾아 갔을 때 알에서 새끼 가 깨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새끼는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자랄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어미와 함께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다.
 

 

흰눈썹붉은배지빠귀의 노래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에 가까운 숲 속에는 자작나무와 오리나무, 버드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숲에 가까이 가면 짝을 부르는 새들의 노래 소리로 숲 속의 합창제가 열린다. 흰눈썹붉은배지빠귀, 울새, 흰꼬리딱새, 북방쇠박새, 솔새 등이 번식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흰눈썹붉은배지빠귀가 커다란 고목나무 밑둥과 풀 사이의 땅바닥에 5개의 알을 낳아 품고 있었다. 여름에 우리나라로 오는 다른 지빠귀류는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만들어 번식을 하는데, 이 곳 흰눈썹붉은배지빠귀는 땅바닥에 둥지를 만드는 점이 달랐다. 둥지 주변은 개당귀류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 바닥이 눅눅했고, 덕분에 지빠귀의 먹이인 지렁이가 많았다.


 


털발말똥가리의 비행
습지 근처 자작나무 숲 속 위를 날아다니는 털발말똥가리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숲 속으로 따라 들어가자 끼약끼약~ 하고 날카로운 경계음을 내며 위협 비행을 하는 걸 보아 주변에 둥지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의 나뭇가지를 살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까치 집 같은 둥지를 찾을 수 있었다. 12m 높이 위의 둥지에서 어미만큼 크게 자란 새끼가 밑을 멀뚱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털발말똥가리는 주로 들쥐를 먹는다. 어미가 물어온 먹이는 먼저 발견한 새끼부터 먹기 시작한다. 이 후 옆에 있는 다른 새끼가 같이 뜯어 먹는데 절대 먹이를 두고 다투는 일이 없다. 다른 맹금류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일이다. 아마도 먹이가 풍부하고 어미의 사냥 솜씨가 뛰어
나 먹이를 충분하게 잡아다 주기 때문인 것 같다.


 

꺅도요야, 가을에 다시 만나자!


 
긴 부리를 자랑하는 꺅도요




알을 품고 있는 꺅도요



알에서 갓 태어난 꺅도요의 새끼
페트로파블로프스키캄차츠키에서 45㎞를 달려 아바차강 근처의 습지로 갔다. 그 곳에서 알을 품고 있는 꺅도요를 발견했다. 둥지는 잔가지와 마른 풀로 만든 오목한 밥그릇 모양이었고, 암컷이 그 안에 4개의 알을 낳아 품고 있었다. 뾰족하고 긴 부리가 특징인 꺅도요는 봄과 가을 에 우리나라를 지나쳐 가는 나그네새다. 지금 부화한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 자란 뒤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로 날아올 것이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진홍가슴 둥지를 찾을 수 있었다. 마른 지푸라기를 이용해 지붕이 있는 타원 형태로 만든 둥지에는 부화한 지 10일쯤 된 새끼 여섯 마리가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암·수 교대로 부지런히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었다.


 
먹이를 물고 둥지로 돌아온 진홍가슴 수컷



진홍가슴 암컷
진홍가슴도 우리나라에서 번식은 하지 않고 봄과 가을에 지나쳐 가는 나그네새로 알려져 있는데, 몇 년 전에는 설악산 대청봉 주변에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번식하는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
머나먼 러시아 땅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새들을 만나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떻게 번식하고 먹이를 먹고 새끼를 기르는지 가까이서 관찰하는 일은 새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올 겨울에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겨울 철새들은 그 어느 해보다 더욱 반가울 것 같다.


 
 

 정보

  • 서정화 생태사진가
  • 사진

    서정화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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