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가 끝났어.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대로 방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지. 시원한 바람이 불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노란 간이화장실이 있네. 급한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이건 무슨 문이 아니라 뚜껑 같잖아. 마치 잠수함처럼.

“노틸러스호에 온 걸 환영한다! 난 모모 선장이야”
저 이상한 여자 애는 누구지? 그 때 갑자기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나더니 간이 화장실, 아니 내가 타고 있는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게 혹시 잠수함이라면, 그리고 모모라는 애가 무시무시한 해적이라면…. 나, 지금 납치되는 거야? 내려 줘! 심심해 살려~!
순식간에 노틸러스호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눈 앞에는 알록달록 물고기들이 춤을 추네. 이거 굉장히 아름답잖아! 상상했던 것 이상이야. 어쨌건 우리의 모험은 이렇게 시작되었어

바다의 보물을 찾아라!
모모는 정말 독특한 아이야. 노틸러스호를 조종할 때면 그 누구보다도 씩씩하고 의젓해 보이지. 모모와 함께 있으면 가끔은 내가 소심한 겁쟁이가 된 느낌이야. 잠수함이 심하게 흔들릴 때마다 멀미를 하는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는 모모, 제발 놀리지 말아 줘.
“바닷속 깊은 곳을 거닐어 본 적 있니?”
어느 날 모모는 내게 물었어. 잠수함은 일본 근해에 둥실둥실 떠 있었지.
‘내겐 따스한 햇살이 더 필요해! 매일 컴컴한 잠수함 속에만 있다 보니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야’
라고 모모에게 말하려는 순간, 묵직한 잠수복을 입은 모모가 노틸러스호의 문을 열고 있었어.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모모는 물 속으로 사라졌고, 나도 서둘러 잠수복을 입었지. 모모를 쫓아가야 해.
얼마쯤 내려왔을까? 밑으로 갈수록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모모는 도대체 어디 있지?
“여길 봐! 얼음광산이야.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이 얼음처럼 굳어 있지. 이 굉장한 자원은 미래를 열어 줄 에너지야.”
미지의 세계를 성큼성큼 걷는 모모, 마치 달의 표면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은 우주비행사처럼 멋져 보였어. 그 순간 아름다운 바닷속에는 모모와 나 둘뿐이었지. 낭만적인 기분도 잠시, 내 몸이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했고 난 정신을 잃었어.
눈을 떴을 때 이마 위에는 젖은 수건이 올려 있었지.
“잠수병이야. 바다 깊은 곳은 압력이 커서 몸 안의 공기가 혈액 속에 녹아 버리지. 그런데 급하게 떠오르면 그 공기가 거품이 되어 핏줄을 막기 때문에 숨쉬는 것이 힘들어지고 통증이 생겨. 미안해. 나 때문….”
날 이렇게 걱정해 주는 모모, 눈물이 핑 돌았어. 정성스런 간호 덕분일까? 나는 점점 회복되었고 노틸러스호는 다시 순조로운 항해를 시작했지.
모모 선장의 보물 지도
심해 : 참기름 냄새 솔솔~! 바싹바싹 구운 김 없이 나는 못 살아!
모모 : 바다에서 나는 건 김이나 미역, 생선만이 아니야. 내가 바다를 탐험하며 발견한 진짜 보물들을 보여 줄게.
불타는 얼음, 메탄하이드레이트
모모 : 활활 불타는 얼음이라니 놀랍지? 물이 언 평범한 얼음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메탄이라면 가능해. 바다의 미생물들이 썩으며 나오는 메탄가스는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에서 물과 결합하여 얼음이 되지. 이 얼음덩어리가 바로 메탄하이드레이트야. 겉보기에는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해. 바다 깊은 곳은 압력이 크고 온도가 낮아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지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가졌어.
심해 : 그 불타는 얼음이 왜 바다의 보물이라는 거야? 보석이 가득한 보물 상자라면 모를까?
모모 : 바다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이 얼음이 녹으면 천연가스로 쓸 수 있는 메탄가스가 나오거든. 그런데 그 양이 어마어마해. 현재 인류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200년 넘게 쓸 수 있을 정도야. 화석연료는 언젠가 다 떨어질 테고…, 미래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주목받고 있지. 한국의 울릉도와 독도 주변, 일본 시즈오카, 미국의 플로리아 앞바다에는 불타는 얼음이 많이 묻혀 있어.

바다의 맛있는 약수, 해양심층수
심해 : 좁고 어두컴컴한 잠수함에만 있어서일까? 요즘 몸이 안 좋아. 피부도 거칠거칠해.
모모 : 그렇다면 내가 맛있는 약수를 퍼줄게.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수심 200m 이하로 내려가면 오염되지 않고 영양분도 풍부한 해양심층수가 있거든. 처음 이 물이 이용된 건 1974년 미국에서야. 차가운 해양심층수와 따뜻한 바다 표면과의 온도 차이를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려는 계획이었지. 그 후 해양심층수에 균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치솟았어. 먹는 생수는 물론 비료나 의약품, 화장품을 만드는 데 이용한단다.
심해 : 아~! 맞아. 엄마가 해양심층수로 만든 화장품을 쓰셨던 것 같아. 또 지하수를 해양심층수라고 속여서 판 사람들을 뉴스에서 봤어.
따뜻한 열수로 온천욕을 즐기자
모모 : 해양심층수를 마셨으니 이젠 피로를 풀어 줄 온천으로 널 안내할게. 1977년 미국의 잠수함 앨빈호는 갈라파고스제도 북서쪽 바다 밑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어. 수심 2700m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굴뚝을 발견한 거야. 굴뚝 주변 수온은 350℃가 넘었고, 사람 팔뚝만한 관벌레나 대합, 새우 등이 살고 있었어.
심해 : 바다 밑 굴뚝이라고? 불가마 찜질방처럼 누가 장작을 때기라도 하는 거야?
모모 : 지하의 마그마로부터 방출된 열이 물을 데우기 때문이야. 뜨거워진 물에는 황을 비롯하여 금이나 은, 구리, 납 등의 광물질이 섞여 있고 이 물질들이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굴뚝을 만들지. 화산이 폭발하면 뜨거운 용암이 흐르고 화산재가 쌓이는 것처럼. 황이나 중금속은 보통의 생물들에게는 해롭지만 심해에서는 달라. 박테리아가 황을 분해하여 탄수화물을 만들고 관벌레 같은 다른 생물들은 이걸 먹고 살거든.
바다 괴물과 만난 아찔한 순간들
생물은 바다에서 태어났어. 현재 바다에는 1만 7000여 종의 식물과 15만 200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지. 하지만 바다 깊이 내려가면 햇빛이 들어오지 못해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없잖아. 또 무겁게 짓누르는 압력과 서늘한 수온은 어떻구. 난 깊은 바닷속에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다고 확신했어.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어. 한줄기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바다 밑이지만 스멀스멀 다가오는 생명의 그림자들을 보며 나는 경악했지.
바닷물이 따뜻해서 많은 해양생물들이 살고 있는 인도양을 지날 때였어. 모모는 팝음악을 들으며 평온한 낮잠에 빠져 있었고, 나는 노틸러스호의 창문을 통해 바깥풍경을 바라보았지. 그 때 갑자기 커다란 눈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배구공만한 눈의 대왕오징어잖아! 그 녀석은 노틸러스호가 꼼짝 못하도록 긴 다리로 칭칭 휘감아왔지. 침착하게 잠수함을 조종한 모모가 아니었다면 우린 아마 괴물 밥이 됐을걸. 겨우 인도양을 빠져나와 남태평양으로 향하는데 모모 녀석이 한 말이 더 걸작이었지.
“노틸러스호의 최대 지름이 2m니까 원통의 둘레는 6m가 넘지.(원의 둘레는 지름×π(3.14)니까) 아까 대왕오징어의 다리가 노틸러스호의 중심을 두 바퀴 반 정도 감고 있었지? 그럼 그 녀석의 다리 길이는 15m가 넘는다는 얘기잖아! 굉장해!”
갑자기 무전기가 켜졌어
“치지직…, 치직…, 모모 들리니?”
고장난 줄 알았던 고물 무전기에 잡음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혹시 실종됐다던 모모의 아빠?
모모가 소리쳤어.
“박사님~!”
“오랫동안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걱정한 줄 아니? 무사하다니 다행이구나.”
바로 한국해양연구원의 김웅서 박사님이었어. 2년 전 박사님은 모모의 아빠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과 함께 태평양 심해 환경을 연구한 적이 있대.
대왕오징어를 만났어요!
대왕오징어를 직접 봤다니 운이 좋구나. 그 녀석을 찾기 위해 심해를 샅샅이 뒤지는 과학자들도 있거든. 2002년 스페인의 과학자들은‘크라켄 프로젝트’를 만들어 거대 문어의 정체를 밝히려고 했지만 실패했단다. 그러다 2004년 일본의 한 과학자가 수중카메라로 대왕오징어를 촬영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깊은 바다 밑에는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다고 상상했어. 그 당시 바다는 캄캄한 우주만큼이나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거든.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하필 거대한 연체동물을 바다괴물이라고 생각
했을까? 거대 고등어나 대왕불가사리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건 바로 발달한 지능과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문어와 오징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야. 크기까지 커지면 더 무섭겠지?
얼음 바다에도 생물이 살아요?
얼음 속에 사는 미세조류는 영하 30℃의 수온에서도 얼지 않아. 수온이 떨어질 때 몸의 체액이 어는 것을 막아 주는 단백질을 분비하기 때문이지. 이 단백질을 연구한다면 인체의 장기나 혈액 등을 냉장보관하는 데 유용할 거야.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냉동시켜 의술이 발달한 미래에 다시 깨우는 냉동인간~! 어렸을 때 나는 곤충들을 냉동실에서 얼렸다가 꺼내면 다시 살아나는 걸 보고 몹시 신기했어. 하지만 사람의 몸은 얼렸다 녹이면 몸 속의 수분이 얼음결정이 되어 세포를 파괴한단다. 극지에 사는 생물들이 얼음 속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면 냉동인간도 가능할 거야.

심해생물들은 전혀 귀엽지 않아요
사람들은 오랫동안 깊은 바닷속에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열대우림만큼이나 무성한 조류와 그 사이를 놀이터 삼아 살아가는 바다생물들을 보고는 생각을 바꿨지.
심해에 사는 생물들을 본 적 있니? 무시무시한 턱과 입 안으로 굽은 날카로운 이빨, 화려한 색을 띠고 번쩍번쩍 빛을 내기도 한단다. 우리가 흔히 보는 생물들과는 좀 다르지? 바닷속 깊은 곳에서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살아가다보니 그런 외모를 지니게 된 거야.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별로 크지 않아서 위협적이지도 않아. 심해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번 잡은 먹이는 절대로 놓치면 안 돼. 따라서 심해물고기들은 큰 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갖게 됐어. 또 희미하나마 빛이 들어오는 곳에 사는 생물들은 몸을 빛나게 해 적의 눈에 띄지 않는 방법을 쓰지.
바다의 힘을 느끼다
태평양을 지날 때는 날씨가 좋지 않았어. 수면 가까이 잠수하고 있던 노틸러스호는 금세라도 부서질 듯 파도에 흔들렸지. 평소에 멀미를 하지 않던 모모도 이번에는 못 참겠나 봐. 몇 번인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걸 보니….
“태풍이야. 조심해야 해.”
지금껏 모모와 함께했지만, 저렇게 신중한 표정을 짓는 건 처음이야. 게다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조심해야 해’라고 말하다니…. 그런데 난 자꾸 신나는걸. 태풍을 뚫고 잠수하는 노틸러스호, 멋지지 않아? 우리는 지금 물 속에 있고 태풍 따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야.
예민해진 모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난 조종석으로 몰래 들어갔어. 평소에 모모가 하는 걸 봐 둔 탓에 잠수함을 조종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 잠수함에 매달린 추를 모두 분리하고 부상레버를 당기자 노틸러스호가 떠오르기 시작했어.
“무슨 짓을 한 거야?”
모모가 달려와 소리를 질렀고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
“태풍을 직접 보고 싶었어. 잠수함의 공기도 다시 채워야 하고….”
“우린 지금 태풍의 눈에 갇힌 거라구.”

빠르게 회전하는 소용돌이, 태풍
태양열을 많이 받는 적도지방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돼. 이 수증기가 상승하며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공기의 소용돌이로 변하지. 중심최대풍속이 초속 17m가 되면 비로소 태풍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단다. 태풍이 가진 위력은 어마어마해서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10만 배나 큰 에너지를 가져. 하지만 태풍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열대지방의 열을 추운 극지방에 나누어 주기도 해. 지구 전체의 에너지를 고르게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거야.
나의 태풍 정복기
나의 쓸데없는 호기심 때문에 노틸러스호가 위험에 처했고 모모는 다시 무전을 시도했어. 갑자기 기상청에서 일하고 있는 외삼촌인 장유순 박사가 떠올랐지. 구글어스(Google Earth) 사이트에 들어가 외삼촌이 있는‘우리나라-서울-동작구-신대방동-기상청 8층 기상연구소’를 차례로 클릭했지.
그리고 그 지점과의 통신을 시도했어.
“…외삼촌?!”
“심심해! 너 지금 어디니? 모두들 얼마나 걱정하고 있다고!”
“우리는 노틸러스호에 타고 있고, 여긴 태평양 바다…, 태풍의 한가운데예요.”
모모가 말을 자르며 다급하게 말했어.
“심해 외삼촌,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가죠?”
“심해의 친구인가 보구나. 지금 너희가 잠수함을 타고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태풍의중심은 비어 있기 때문에 맑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거든. 잠시 동안은 태풍의 눈을 따라 이동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곧 무서운 폭풍이 다가올 테니 빨리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바닷속으로 잠수해서 들어가!”
외삼촌 말대로 노틸러스호의 모든 엔진을 가동하여 잠수를 시도했어. 얼마쯤 가라앉았을까? 태풍이 정말 지나가 기라도 한 걸까? 바다 밑은 너무나 고요해서 우린 어느 때보다 편안한 휴식을 즐겼어.
쿠로시오해류를 타고 집으로~!
태풍을 무사히 통과했지만 잠수함의 연료가 바닥났어. 태풍이 바다를 지나며 바닷물을 사방으로 휩쓸어갔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심해의 바닷물이 올라왔거든. 바닷물을 거슬러 깊이 잠수해야 했기 때문에 노틸러스호도, 나와 모모도 굉장히 지쳤지.
우리는 외삼촌의 조언에 따라 쿠로시오해류를 이용하기로 했어. 필리핀 앞바다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로 흐르는 쿠로시오해류는 따뜻한 바닷물이야. 속도는 시속 5~9㎞로 8월에 가장 빠르게 흐른대. 연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류를 이용해 집에 갈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지? 그런데 우리나라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별로 기쁘지 않아. 모모와 헤어지는 게 슬픈 걸까?
해저여행이 끝나고 나는 집으로, 그리고 학교로 돌아갔어. 지금쯤 모모는 아빠를 만났을까? 모모에게 편지가 오지 않아 아직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모가 늘 내 곁에서 날 지켜보고 있는 것같아. 모모! 정말 보고 싶다. 너와 함께 보았던 모든 바닷속 풍경을 잊지 못할 거야.


“노틸러스호에 온 걸 환영한다! 난 모모 선장이야”
저 이상한 여자 애는 누구지? 그 때 갑자기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나더니 간이 화장실, 아니 내가 타고 있는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게 혹시 잠수함이라면, 그리고 모모라는 애가 무시무시한 해적이라면…. 나, 지금 납치되는 거야? 내려 줘! 심심해 살려~!
순식간에 노틸러스호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눈 앞에는 알록달록 물고기들이 춤을 추네. 이거 굉장히 아름답잖아! 상상했던 것 이상이야. 어쨌건 우리의 모험은 이렇게 시작되었어


바다의 보물을 찾아라!
모모는 정말 독특한 아이야. 노틸러스호를 조종할 때면 그 누구보다도 씩씩하고 의젓해 보이지. 모모와 함께 있으면 가끔은 내가 소심한 겁쟁이가 된 느낌이야. 잠수함이 심하게 흔들릴 때마다 멀미를 하는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는 모모, 제발 놀리지 말아 줘.
“바닷속 깊은 곳을 거닐어 본 적 있니?”
어느 날 모모는 내게 물었어. 잠수함은 일본 근해에 둥실둥실 떠 있었지.
‘내겐 따스한 햇살이 더 필요해! 매일 컴컴한 잠수함 속에만 있다 보니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야’
라고 모모에게 말하려는 순간, 묵직한 잠수복을 입은 모모가 노틸러스호의 문을 열고 있었어.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모모는 물 속으로 사라졌고, 나도 서둘러 잠수복을 입었지. 모모를 쫓아가야 해.
얼마쯤 내려왔을까? 밑으로 갈수록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모모는 도대체 어디 있지?
“여길 봐! 얼음광산이야.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이 얼음처럼 굳어 있지. 이 굉장한 자원은 미래를 열어 줄 에너지야.”
미지의 세계를 성큼성큼 걷는 모모, 마치 달의 표면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은 우주비행사처럼 멋져 보였어. 그 순간 아름다운 바닷속에는 모모와 나 둘뿐이었지. 낭만적인 기분도 잠시, 내 몸이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했고 난 정신을 잃었어.
눈을 떴을 때 이마 위에는 젖은 수건이 올려 있었지.
“잠수병이야. 바다 깊은 곳은 압력이 커서 몸 안의 공기가 혈액 속에 녹아 버리지. 그런데 급하게 떠오르면 그 공기가 거품이 되어 핏줄을 막기 때문에 숨쉬는 것이 힘들어지고 통증이 생겨. 미안해. 나 때문….”
날 이렇게 걱정해 주는 모모, 눈물이 핑 돌았어. 정성스런 간호 덕분일까? 나는 점점 회복되었고 노틸러스호는 다시 순조로운 항해를 시작했지.
모모 선장의 보물 지도
심해 : 참기름 냄새 솔솔~! 바싹바싹 구운 김 없이 나는 못 살아!
모모 : 바다에서 나는 건 김이나 미역, 생선만이 아니야. 내가 바다를 탐험하며 발견한 진짜 보물들을 보여 줄게.
불타는 얼음, 메탄하이드레이트
모모 : 활활 불타는 얼음이라니 놀랍지? 물이 언 평범한 얼음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메탄이라면 가능해. 바다의 미생물들이 썩으며 나오는 메탄가스는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에서 물과 결합하여 얼음이 되지. 이 얼음덩어리가 바로 메탄하이드레이트야. 겉보기에는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해. 바다 깊은 곳은 압력이 크고 온도가 낮아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지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가졌어.
심해 : 그 불타는 얼음이 왜 바다의 보물이라는 거야? 보석이 가득한 보물 상자라면 모를까?
모모 : 바다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이 얼음이 녹으면 천연가스로 쓸 수 있는 메탄가스가 나오거든. 그런데 그 양이 어마어마해. 현재 인류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200년 넘게 쓸 수 있을 정도야. 화석연료는 언젠가 다 떨어질 테고…, 미래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주목받고 있지. 한국의 울릉도와 독도 주변, 일본 시즈오카, 미국의 플로리아 앞바다에는 불타는 얼음이 많이 묻혀 있어.

바다의 맛있는 약수, 해양심층수
심해 : 좁고 어두컴컴한 잠수함에만 있어서일까? 요즘 몸이 안 좋아. 피부도 거칠거칠해.
모모 : 그렇다면 내가 맛있는 약수를 퍼줄게.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수심 200m 이하로 내려가면 오염되지 않고 영양분도 풍부한 해양심층수가 있거든. 처음 이 물이 이용된 건 1974년 미국에서야. 차가운 해양심층수와 따뜻한 바다 표면과의 온도 차이를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려는 계획이었지. 그 후 해양심층수에 균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치솟았어. 먹는 생수는 물론 비료나 의약품, 화장품을 만드는 데 이용한단다.
심해 : 아~! 맞아. 엄마가 해양심층수로 만든 화장품을 쓰셨던 것 같아. 또 지하수를 해양심층수라고 속여서 판 사람들을 뉴스에서 봤어.
따뜻한 열수로 온천욕을 즐기자
모모 : 해양심층수를 마셨으니 이젠 피로를 풀어 줄 온천으로 널 안내할게. 1977년 미국의 잠수함 앨빈호는 갈라파고스제도 북서쪽 바다 밑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어. 수심 2700m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굴뚝을 발견한 거야. 굴뚝 주변 수온은 350℃가 넘었고, 사람 팔뚝만한 관벌레나 대합, 새우 등이 살고 있었어.
심해 : 바다 밑 굴뚝이라고? 불가마 찜질방처럼 누가 장작을 때기라도 하는 거야?
모모 : 지하의 마그마로부터 방출된 열이 물을 데우기 때문이야. 뜨거워진 물에는 황을 비롯하여 금이나 은, 구리, 납 등의 광물질이 섞여 있고 이 물질들이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굴뚝을 만들지. 화산이 폭발하면 뜨거운 용암이 흐르고 화산재가 쌓이는 것처럼. 황이나 중금속은 보통의 생물들에게는 해롭지만 심해에서는 달라. 박테리아가 황을 분해하여 탄수화물을 만들고 관벌레 같은 다른 생물들은 이걸 먹고 살거든.
바다 괴물과 만난 아찔한 순간들
생물은 바다에서 태어났어. 현재 바다에는 1만 7000여 종의 식물과 15만 200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지. 하지만 바다 깊이 내려가면 햇빛이 들어오지 못해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없잖아. 또 무겁게 짓누르는 압력과 서늘한 수온은 어떻구. 난 깊은 바닷속에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다고 확신했어.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어. 한줄기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바다 밑이지만 스멀스멀 다가오는 생명의 그림자들을 보며 나는 경악했지.
바닷물이 따뜻해서 많은 해양생물들이 살고 있는 인도양을 지날 때였어. 모모는 팝음악을 들으며 평온한 낮잠에 빠져 있었고, 나는 노틸러스호의 창문을 통해 바깥풍경을 바라보았지. 그 때 갑자기 커다란 눈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배구공만한 눈의 대왕오징어잖아! 그 녀석은 노틸러스호가 꼼짝 못하도록 긴 다리로 칭칭 휘감아왔지. 침착하게 잠수함을 조종한 모모가 아니었다면 우린 아마 괴물 밥이 됐을걸. 겨우 인도양을 빠져나와 남태평양으로 향하는데 모모 녀석이 한 말이 더 걸작이었지.
“노틸러스호의 최대 지름이 2m니까 원통의 둘레는 6m가 넘지.(원의 둘레는 지름×π(3.14)니까) 아까 대왕오징어의 다리가 노틸러스호의 중심을 두 바퀴 반 정도 감고 있었지? 그럼 그 녀석의 다리 길이는 15m가 넘는다는 얘기잖아! 굉장해!”
갑자기 무전기가 켜졌어
“치지직…, 치직…, 모모 들리니?”
고장난 줄 알았던 고물 무전기에 잡음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혹시 실종됐다던 모모의 아빠?
모모가 소리쳤어.
“박사님~!”
“오랫동안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걱정한 줄 아니? 무사하다니 다행이구나.”
바로 한국해양연구원의 김웅서 박사님이었어. 2년 전 박사님은 모모의 아빠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과 함께 태평양 심해 환경을 연구한 적이 있대.
대왕오징어를 만났어요!
대왕오징어를 직접 봤다니 운이 좋구나. 그 녀석을 찾기 위해 심해를 샅샅이 뒤지는 과학자들도 있거든. 2002년 스페인의 과학자들은‘크라켄 프로젝트’를 만들어 거대 문어의 정체를 밝히려고 했지만 실패했단다. 그러다 2004년 일본의 한 과학자가 수중카메라로 대왕오징어를 촬영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깊은 바다 밑에는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다고 상상했어. 그 당시 바다는 캄캄한 우주만큼이나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거든.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하필 거대한 연체동물을 바다괴물이라고 생각
했을까? 거대 고등어나 대왕불가사리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건 바로 발달한 지능과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문어와 오징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야. 크기까지 커지면 더 무섭겠지?
얼음 바다에도 생물이 살아요?
얼음 속에 사는 미세조류는 영하 30℃의 수온에서도 얼지 않아. 수온이 떨어질 때 몸의 체액이 어는 것을 막아 주는 단백질을 분비하기 때문이지. 이 단백질을 연구한다면 인체의 장기나 혈액 등을 냉장보관하는 데 유용할 거야.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냉동시켜 의술이 발달한 미래에 다시 깨우는 냉동인간~! 어렸을 때 나는 곤충들을 냉동실에서 얼렸다가 꺼내면 다시 살아나는 걸 보고 몹시 신기했어. 하지만 사람의 몸은 얼렸다 녹이면 몸 속의 수분이 얼음결정이 되어 세포를 파괴한단다. 극지에 사는 생물들이 얼음 속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면 냉동인간도 가능할 거야.

심해생물들은 전혀 귀엽지 않아요
사람들은 오랫동안 깊은 바닷속에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열대우림만큼이나 무성한 조류와 그 사이를 놀이터 삼아 살아가는 바다생물들을 보고는 생각을 바꿨지.
심해에 사는 생물들을 본 적 있니? 무시무시한 턱과 입 안으로 굽은 날카로운 이빨, 화려한 색을 띠고 번쩍번쩍 빛을 내기도 한단다. 우리가 흔히 보는 생물들과는 좀 다르지? 바닷속 깊은 곳에서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살아가다보니 그런 외모를 지니게 된 거야.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별로 크지 않아서 위협적이지도 않아. 심해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번 잡은 먹이는 절대로 놓치면 안 돼. 따라서 심해물고기들은 큰 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갖게 됐어. 또 희미하나마 빛이 들어오는 곳에 사는 생물들은 몸을 빛나게 해 적의 눈에 띄지 않는 방법을 쓰지.
바다의 힘을 느끼다
태평양을 지날 때는 날씨가 좋지 않았어. 수면 가까이 잠수하고 있던 노틸러스호는 금세라도 부서질 듯 파도에 흔들렸지. 평소에 멀미를 하지 않던 모모도 이번에는 못 참겠나 봐. 몇 번인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걸 보니….
“태풍이야. 조심해야 해.”
지금껏 모모와 함께했지만, 저렇게 신중한 표정을 짓는 건 처음이야. 게다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조심해야 해’라고 말하다니…. 그런데 난 자꾸 신나는걸. 태풍을 뚫고 잠수하는 노틸러스호, 멋지지 않아? 우리는 지금 물 속에 있고 태풍 따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야.
예민해진 모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난 조종석으로 몰래 들어갔어. 평소에 모모가 하는 걸 봐 둔 탓에 잠수함을 조종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 잠수함에 매달린 추를 모두 분리하고 부상레버를 당기자 노틸러스호가 떠오르기 시작했어.
“무슨 짓을 한 거야?”
모모가 달려와 소리를 질렀고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
“태풍을 직접 보고 싶었어. 잠수함의 공기도 다시 채워야 하고….”
“우린 지금 태풍의 눈에 갇힌 거라구.”

빠르게 회전하는 소용돌이, 태풍
태양열을 많이 받는 적도지방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돼. 이 수증기가 상승하며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공기의 소용돌이로 변하지. 중심최대풍속이 초속 17m가 되면 비로소 태풍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단다. 태풍이 가진 위력은 어마어마해서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10만 배나 큰 에너지를 가져. 하지만 태풍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열대지방의 열을 추운 극지방에 나누어 주기도 해. 지구 전체의 에너지를 고르게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거야.
나의 태풍 정복기
나의 쓸데없는 호기심 때문에 노틸러스호가 위험에 처했고 모모는 다시 무전을 시도했어. 갑자기 기상청에서 일하고 있는 외삼촌인 장유순 박사가 떠올랐지. 구글어스(Google Earth) 사이트에 들어가 외삼촌이 있는‘우리나라-서울-동작구-신대방동-기상청 8층 기상연구소’를 차례로 클릭했지.
그리고 그 지점과의 통신을 시도했어.
“…외삼촌?!”
“심심해! 너 지금 어디니? 모두들 얼마나 걱정하고 있다고!”
“우리는 노틸러스호에 타고 있고, 여긴 태평양 바다…, 태풍의 한가운데예요.”
모모가 말을 자르며 다급하게 말했어.
“심해 외삼촌,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가죠?”
“심해의 친구인가 보구나. 지금 너희가 잠수함을 타고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태풍의중심은 비어 있기 때문에 맑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거든. 잠시 동안은 태풍의 눈을 따라 이동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곧 무서운 폭풍이 다가올 테니 빨리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바닷속으로 잠수해서 들어가!”
외삼촌 말대로 노틸러스호의 모든 엔진을 가동하여 잠수를 시도했어. 얼마쯤 가라앉았을까? 태풍이 정말 지나가 기라도 한 걸까? 바다 밑은 너무나 고요해서 우린 어느 때보다 편안한 휴식을 즐겼어.
쿠로시오해류를 타고 집으로~!
태풍을 무사히 통과했지만 잠수함의 연료가 바닥났어. 태풍이 바다를 지나며 바닷물을 사방으로 휩쓸어갔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심해의 바닷물이 올라왔거든. 바닷물을 거슬러 깊이 잠수해야 했기 때문에 노틸러스호도, 나와 모모도 굉장히 지쳤지.
우리는 외삼촌의 조언에 따라 쿠로시오해류를 이용하기로 했어. 필리핀 앞바다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로 흐르는 쿠로시오해류는 따뜻한 바닷물이야. 속도는 시속 5~9㎞로 8월에 가장 빠르게 흐른대. 연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류를 이용해 집에 갈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지? 그런데 우리나라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별로 기쁘지 않아. 모모와 헤어지는 게 슬픈 걸까?
해저여행이 끝나고 나는 집으로, 그리고 학교로 돌아갔어. 지금쯤 모모는 아빠를 만났을까? 모모에게 편지가 오지 않아 아직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모가 늘 내 곁에서 날 지켜보고 있는 것같아. 모모! 정말 보고 싶다. 너와 함께 보았던 모든 바닷속 풍경을 잊지 못할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