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흰 눈이 내린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도, 친구의 속눈썹 위에도 솜털처럼 가뿐하게 내려앉는다. 눈송이가 손등에 떨어진다. 눈이 녹는 차가움도 잊은 채 눈송이를 관찰한다. 눈송이의 모양이 육각형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의 독서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떨린다.”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케플러는 1611년 추운 줄도 모르고 외투 깃에 묻은 눈송이를 바라보았다. 눈의 결정은 제각각 다른 모양 이었지만, 꼭지점을 모두 연결하면 육각형이 되었다. 갑자기 케플러는 궁금해졌다. 왜 눈의 결정은 육각형인 걸까? 케플러는 우리가 사는 우주가 수학 원리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신비로운 숫자나 반복되는 무늬 그리고 원이나 타원 같은 도형으로 가득한 세상. 어쩌면 자연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수학의 코드를 선택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숨바꼭질의 술래가 된 기분으로 자연에 숨어 있는 수학의 비밀을 찾아보자.
자연에서 숨은그림찾기
▶꽃잎은 왜?
백합은 3장, 무궁화는 5장, 코스모스는 8장의 꽃잎을 갖는다. 또 해바라기는 시계방향과 시계반대방향의 엇갈리는 나선모양으로 빼곡히 씨앗을 채운다. 솔방울이나 파인애플의 껍질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식물의 꽃잎과 씨앗, 껍질의 나선 수 등에는‘피보나치수열’이라는 비밀의 숫자가 숨어 있다. 식물은 왜 피보나치수열을 생존 방식으로 선택한 것일까?
*자연 느끼기*
꽃들로 가득한 봄, 자연에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숫자들을 찾아 내기에 좋은 계절이다. 꽃잎의 수와 솔방울, 파인애플 껍질에서 나타나는 나선의 수가 정말 피보나치수열인 1, 2, 3, 5, 8, 13, 21, 34, 55…와 일치하는지 세어 보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관찰일기를 쓰는 건 어떨까?
▶벌집은 왜?
달콤한 꿀이 가득한 벌집을 쉼 없이 들락거리는 벌들. 그 완벽한 정육각형 구조물은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끄떡하지을 듯 튼튼해 보인다. 벌들은 뛰어난 건축가인 걸까? 100여 년 전의 학자들은 이미 벌들의 집짓기 방식이 평면에 원을 채우는 가장 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육각형 구조는 나의 원 둘레에 같은 크기의 원들이 빼곡히 워질 때 나타난다.
*자연 느끼기*
똑같은 크기의 동전을 바닥에 가능한한 빈틈없이 채워 보자. , 동전의 주위가 서로 닿아야 하고 겹쳐서는 안 된다. 하나의 전 주위를 몇 개의 동전이 둘러싸고 있는가? 그리고 동전들의 중심을 연결하면 어떤 모양의 도형이는지 말해 보자.
◀얼룩말과 표범은 왜?
동물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흔한 패턴 중에 하나가 바로 줄무늬와 점무늬다. 흰색과 검은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얼룩말의 평행 줄무늬는 매우 규칙적이다. 이런 줄무늬는 호랑이나 열대어, 사막에 사는 뱀의 몸에서도 발견된다. 또 모래 색깔의 털을 가진 표범의 몸에는 검은 점이 마구 흩뿌려져 있다. 가오리나 공작도 화려한 점무늬를 지닌다. 그렇다면 동물의 무늬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큰뿔양과 앵무조개는 왜?
미국 알래스카에 사는 큰뿔양의 뿔은 나선형으로 휘어지며 자란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래 전부터 지구에 살았던 앵무조
개는 나선 모양의 껍데기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도 나선형의 구조를 갖는다. 왜 자연에는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소용돌이 모양이 흔히 발견되는 걸까?
*자연 느끼기*
나선형 패턴의 시작은 정사각형이다. 컴퍼스를 사용하여 정사각형의 한 점을 기준으로 원을 그려 보자. 이때 원의 반지름은 정사각형 한 변의 길이와 같고 원은 4분의 1만큼만 그린다.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을 하나 더 붙여서 원 그리기를 계속하자. 그 다음은 중심을 바꾸고 반지름의 길이가 처음의 두 배가 되는 원을 그리자. 이처럼 원의 중심과 반지름을 적절히 변화시키면 완벽한 나선 모양을 그릴 수 있다.
자연의 수수꼐끼 하나
토끼를 세자! 토끼
백합과 코스모스, 데이지의 꽃잎은몇장일까? 벚나무와 포플러의 가지에서 잎이 나는 순서는 왜 각각 다를까? 해바라기의 봉긋한 씨앗들은어떤 규칙으로 배열되는 걸까? 이처럼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여러분은 몹시 당황할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식물에서 나타나는 수들은 종종 어떤 규칙성을 띤다. 그리고 그 규칙성을 찾아 내는 것이 첫 번째 수수께끼다.
1202년 이탈리아의 수학자 피보나치는 토끼에 관한 문제를 상상한다. 농장에 한 쌍의 아기 토끼가 있다. 이 토끼들은 한 달 뒤 어른 토끼가 되고, 또 한 달이 지나면 새끼를 한 쌍 낳는다. 두 달이 흐른 지금 토끼는 두 쌍으로 늘어나 있다. 한 달이 더 지나면 토끼는 또 새끼를 낳고, 먼저 낳은 아기토끼는 자라 어른 토끼가 된다. 이 때 전체 토끼는 3쌍이다.
피보나치의 상상대로 토끼가 계속 늘어난다면 1년 뒤에는 233쌍 그리고 30년 후에는 우주의 원자들보다 많은 토끼가 생겨날 것이다. 이처럼 1, 1, 2, 3, 5, 8, 13, 21… 즉, 앞의 두 수를 더한 값이 끝없이 이어지는 숫자 배열을 우리는‘피보나치수열’이라고 부른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피보나치수열은 꽃잎의 수와 씨앗 배치, 잎차례 등 식물의 성장 규칙과 잘 들어맞는다. 정해진 공간에 가능한 많은 씨앗과 꽃잎, 잎사귀를 배열하려는 식물의 치열한 노력 때문일까?
그늘지는 부분 없이 골고루 햇볕을 쬐고, 신선한 공기와 물을 얻기 위해 식물이 찾아낸 ‘성장백서’ 가 바로 피보나치수열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608/C200608N002_img_02.jpg)
자연의 수수꼐끼 둘
황금비가 지배하는 소용돌이 세상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는 원시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한 생명체를 만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6억 년 전인 고생대에 지구에 나타났고, 사촌 격인 암모나이트가 중생대를 주름잡다 멸종한 후에도 계속 살아남은 앵무조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달팽이나 고둥과 마찬가지로 앵무조개의 연약한 몸은 단단한 껍데기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앵무조개가 점점 성장할수록 작은 껍데기는 비좁기만 하다. 소라게처럼 헌 껍데기를 버리고 새 집으로 이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앵무조개는 원래 있던 껍데기의 가장자리에 껍데기 재료를 덧붙여가며 점점 커지는 나선 모양이 되었다. 즉 앵무조개의 껍데기에 나타나는 나선 소용돌이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자연이 선호하는 곡선이었다.
나선을 이루는 각각의 원의 반지름은 1, 2, 3, 5, 8, 13…으로 커지는 피보나치수열을 따른다. 연속하는 숫자들끼리의 비율도 수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황금비인 1.618을 이룬다. 황금비는 계란의 가로세로 비, 식물의 잎차례, 바다의 파도, 태풍이나 은하의 형태에서도 나타난다.
고대인들은 황금비로부터 신비로움과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스 시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건축물과 조각상에는 피보나치수열과 황금비가 숨어 있다. 케플러는 황금비에 의한 분할 을 ‘신의솜씨에의한성스러운분할’ 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의 수수꼐끼 셋
거울 나라 대칭의 마법에 빠지다
인도를 대표하는 건축물, 타지마할로 떠나 볼까? 초록색 정원을 지나면 뽀얀 우윳빛의 대리석 돔이 하늘을 향해 날아갈 듯 하다. 예쁜 공주가 살았을 것 같은 타지마할은 사실 죽은 왕비를 위한 무덤이었다. 그래서일까? 타지마할은 엄격한 대칭 구조다. 반으로 접었을 때 왼쪽과 오른쪽이 정확하게 일치할 정도로 말이다. 대칭 구조는 매력적이다. 타지마할처럼 대칭으로지어진 건물에서 사람들은 안정감과 균형을 느낀다.
자연 역시 대칭을 좋아한다. 우리는 꽃잎이나 눈의 결정, 벌집, 나비의 날개, 불가사리 등 대칭을 이루고 있는 생명체들을 쉽게 만날 수 있
다. 작은 분자나 바이러스, 세포의 구조부터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끝없는 대칭의 마법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자연은 왜 대칭 구조를 좋아하는 걸까?
아주 오래 전 매우 단순한 생명체가 있었다고 하자. 그 생명체는 곧 자기와 똑같이 생긴 구조를 하나 더 복제해 내는 것이 가장 손쉬운 성장법이라는 사실을 알아 낸다. 분명 그들 가운데에는 뒤죽박죽 덩어리 모양으로 자라는 생명체도 끼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칭을 이루며 정돈된 구조를 가진 생명체들이 결국 살아남았고 생명체는 그 방향으로 진화했다. 생명의 성장은 바로 세포가 나누어지고 여러 개로 복제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모든 유전정보를 지닌 염색체 역시 좌우대칭의 구조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은 어떨까? 일찍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인체의 비율을 연구했다. 그의 스케치 속 인체는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몸 속 장기들은 대칭을 거부한다. 심장은 왼쪽에 치우쳐 있고 폐의 모양도 좌우가 다르다. 만약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장기 구조를 가진 사람이라면 생명이 위태로울지도 모른다. 또 거울을 보면 사람의 얼굴도 정확한 대칭을 이루지는 않는다. 이처럼 자연은 대칭의 규칙과 함께 예외적인 비대칭성도 함께 발전시켜 왔다. 자연의 대칭성은 아직 더 밝혀나가야 할 신비스러운 영역 중 하나다.
자연의 수수꼐끼 넷
줄무늬와 점무늬 옷을 입은 자연
얼룩말은 검은색 줄무늬 옷을 입고 초원을 누빈다. 사자는 메마른 땅처럼 누런색의 옷을, 표범은 경쾌한 검은 점이 잔뜩 찍혀 있는 옷을 입고 있다. 뭔가 공통점이라도 발견했는가? 동물들이 입고 있는 옷에도 수학의 코드가 숨겨져 있다면…? 줄무늬나 점무늬는 평평한 동물의 몸에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패턴이다. 줄무늬는 수학에서 말하는 1차원의 선이며, 점무늬 또한 연결하면 한 줄을 이루려는 경향을 갖는다. 생물학자들은 무늬를 가진 동물이 자연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했을 거라고 설명한다. 뚜렷한 무늬가 있는 동물은 다른 동물과 섞이지 않고 잘 구분된다. 또 화려한 줄무늬를 가진 물고기일수록 짝짓기에 유리했을 것이다. 줄무늬나 점무늬는 밀림에서 적의 눈에 잘 띄지 않게 하는 보호색으로도 기여했다. 만약 인간도 오랫동안 초원에서 생활해왔다면 몸에 얼룩덜룩한 줄무늬나 점무늬를 갖게 됐을지도 모른다.
자연의 수수꼐끼 다섯
내 안에 또 내가 있어
이번 여행은‘구글어스(GoogleEarth)’의 위성사진 서비스에 접속하는 걸로 시작하겠다. 먼저 거대한 지구본을 돌려 우리나라를 찾아보자. 그리고 부산을 기준으로 지도를 점점 확대해 보는 거다. 부산이 위치한 남해는‘리아스식 해안’이라고 부르는 톱니 모양의 아주 복잡한 굴곡을 이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남해안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전체가 보이는 큰 규모의 지도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나 더 크게 확대된 지도에서는 아마 처음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작아서 첫 번째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았던 수많은 만과 곶이, 확대된 지도에서 는 모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지도를 더 크게 확대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면 결국 해안선의 길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무한대에 가까운 값으로까지 커진다. 즉 해안선은 아무리 확대해도 그 안에 또 다른 해안선이 존재한다.
이제는 고사리로 시선을 돌려 보자. 뜬금없이 웬 고사리냐고 묻지말고 얼른 싱싱하고 푸른 고사리를 한 줄기 꺾어오길 바란다. 고사리는 중심 줄기의 양쪽에서 뻗어 나온 여러 개의 가지들로 구성된다. 가지의 크기는 아래쪽에서 가장 크고 위로 갈수록 짧아지며 삼각형 모양을 이룬다. 그런데 이러한 고사리의 전체적인 모양이 각각의 가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즉, 가지 또한 중심 줄기 양쪽으로 돋아난 작은 잔가지로 이루어진다. 잔가지도 아래쪽에서 가장 크고 위로 갈수록 작아지는 삼각형 모양이다. 큰 고사리 줄기 안에 그와 닮은 작은 고사리 줄기들이 들어있는 셈이다.
내 안에 나와 닮은 내가 끊임없이 존재하는 구조, 과학자들은 이런 구조를 ‘프랙탈’ 이라고 부른다. 확대할수록 더 복잡해지는 해안선, 더 작은 구름으로 끊임없이 나누어지는 큰 구름 조각, 거대한 나무 모양으로 흐르는 강 등 프랙탈구조는 매우 불규칙하고 복잡하다. 그러나 하나의 형태 안에 그것과 닮은 무수한 형태의 축소판을 갖는다는 점에서 수학자들을 매료시켰다. 왜냐하면 수학자들은 자연에서 나타나는 규칙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수학의 코드
지구를 벗어난 곳, 머나먼 우주에서도 수학의 코드를 찾아 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원 모양이다. 지구는 둥글고 태양, 목성, 토성 심지어는 그 고리까지 둥글다. 별은 하루를 주기로 하늘을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보인다. 또 지구는 1년에 한 바퀴씩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케플러는 한걸음 더 나아가 행성이 움직이는 궤도가 완전한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눈송이의 육각결정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케플러에게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 준 걸까? 결국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패턴까지 알아 내는 데 성공했다.
자연에서 나타나는 패턴이 수학과 연루되어 있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수학자들은 이미 소라나 고둥에서 나
타나는 황금비를 알고 이를 건축에 응용했다. 사람의 몸은 비례를 연구하는 수학적 도구로써 매우 유용했다. 우리가 수를 발명한 것도 알고 보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쓰면서 부터였으니 수학은 자연의 일부분인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나아가 그리스의 수학자였던 피타고라
스는 이 세계의 근원을 수라고 보고 자연을 설명하는 원리로 수학을 사용했다. 그는 아름다운 음악도 숫자의 비율로 나타낼 수 있고, 우주 속 행성의 운동까지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수학은 자연에서 태어났고 자연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다. 정육각형의 집을 짓는 벌과 정확히 정해진 수의 꽃잎을 만드는 식물들, 대칭의 무늬를 가진 얼룩말은 자연의 규칙성을 보여 준다. 그러나 자
연은 수학의 규칙과 패턴 속에 자신을 가두어 두기만하는 것도 아니다. 눈송이의 육각 결정이 어느 것 하나도 정확히 같은 모양을 갖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눈송이의 결정에 관한 사소한 질문은 우리의 사고를 자연과 우주로까지 넓혀 주었다. 어쩌면 자연에 숨어 있는 수학의 코드를 정확히 풀어 내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질서정연함과 동시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
은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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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은 왜?
백합은 3장, 무궁화는 5장, 코스모스는 8장의 꽃잎을 갖는다. 또 해바라기는 시계방향과 시계반대방향의 엇갈리는 나선모양으로 빼곡히 씨앗을 채운다. 솔방울이나 파인애플의 껍질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식물의 꽃잎과 씨앗, 껍질의 나선 수 등에는‘피보나치수열’이라는 비밀의 숫자가 숨어 있다. 식물은 왜 피보나치수열을 생존 방식으로 선택한 것일까?
*자연 느끼기*
꽃들로 가득한 봄, 자연에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숫자들을 찾아 내기에 좋은 계절이다. 꽃잎의 수와 솔방울, 파인애플 껍질에서 나타나는 나선의 수가 정말 피보나치수열인 1, 2, 3, 5, 8, 13, 21, 34, 55…와 일치하는지 세어 보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관찰일기를 쓰는 건 어떨까?
▶벌집은 왜?
달콤한 꿀이 가득한 벌집을 쉼 없이 들락거리는 벌들. 그 완벽한 정육각형 구조물은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끄떡하지을 듯 튼튼해 보인다. 벌들은 뛰어난 건축가인 걸까? 100여 년 전의 학자들은 이미 벌들의 집짓기 방식이 평면에 원을 채우는 가장 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육각형 구조는 나의 원 둘레에 같은 크기의 원들이 빼곡히 워질 때 나타난다.
*자연 느끼기*
똑같은 크기의 동전을 바닥에 가능한한 빈틈없이 채워 보자. , 동전의 주위가 서로 닿아야 하고 겹쳐서는 안 된다. 하나의 전 주위를 몇 개의 동전이 둘러싸고 있는가? 그리고 동전들의 중심을 연결하면 어떤 모양의 도형이는지 말해 보자.
◀얼룩말과 표범은 왜?
동물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흔한 패턴 중에 하나가 바로 줄무늬와 점무늬다. 흰색과 검은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얼룩말의 평행 줄무늬는 매우 규칙적이다. 이런 줄무늬는 호랑이나 열대어, 사막에 사는 뱀의 몸에서도 발견된다. 또 모래 색깔의 털을 가진 표범의 몸에는 검은 점이 마구 흩뿌려져 있다. 가오리나 공작도 화려한 점무늬를 지닌다. 그렇다면 동물의 무늬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큰뿔양과 앵무조개는 왜?
미국 알래스카에 사는 큰뿔양의 뿔은 나선형으로 휘어지며 자란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래 전부터 지구에 살았던 앵무조
개는 나선 모양의 껍데기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도 나선형의 구조를 갖는다. 왜 자연에는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소용돌이 모양이 흔히 발견되는 걸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608/C200608N002_img_01.jpg)
나선형 패턴의 시작은 정사각형이다. 컴퍼스를 사용하여 정사각형의 한 점을 기준으로 원을 그려 보자. 이때 원의 반지름은 정사각형 한 변의 길이와 같고 원은 4분의 1만큼만 그린다.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을 하나 더 붙여서 원 그리기를 계속하자. 그 다음은 중심을 바꾸고 반지름의 길이가 처음의 두 배가 되는 원을 그리자. 이처럼 원의 중심과 반지름을 적절히 변화시키면 완벽한 나선 모양을 그릴 수 있다.
자연의 수수꼐끼 하나
토끼를 세자! 토끼
백합과 코스모스, 데이지의 꽃잎은몇장일까? 벚나무와 포플러의 가지에서 잎이 나는 순서는 왜 각각 다를까? 해바라기의 봉긋한 씨앗들은어떤 규칙으로 배열되는 걸까? 이처럼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여러분은 몹시 당황할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식물에서 나타나는 수들은 종종 어떤 규칙성을 띤다. 그리고 그 규칙성을 찾아 내는 것이 첫 번째 수수께끼다.
1202년 이탈리아의 수학자 피보나치는 토끼에 관한 문제를 상상한다. 농장에 한 쌍의 아기 토끼가 있다. 이 토끼들은 한 달 뒤 어른 토끼가 되고, 또 한 달이 지나면 새끼를 한 쌍 낳는다. 두 달이 흐른 지금 토끼는 두 쌍으로 늘어나 있다. 한 달이 더 지나면 토끼는 또 새끼를 낳고, 먼저 낳은 아기토끼는 자라 어른 토끼가 된다. 이 때 전체 토끼는 3쌍이다.
피보나치의 상상대로 토끼가 계속 늘어난다면 1년 뒤에는 233쌍 그리고 30년 후에는 우주의 원자들보다 많은 토끼가 생겨날 것이다. 이처럼 1, 1, 2, 3, 5, 8, 13, 21… 즉, 앞의 두 수를 더한 값이 끝없이 이어지는 숫자 배열을 우리는‘피보나치수열’이라고 부른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피보나치수열은 꽃잎의 수와 씨앗 배치, 잎차례 등 식물의 성장 규칙과 잘 들어맞는다. 정해진 공간에 가능한 많은 씨앗과 꽃잎, 잎사귀를 배열하려는 식물의 치열한 노력 때문일까?
그늘지는 부분 없이 골고루 햇볕을 쬐고, 신선한 공기와 물을 얻기 위해 식물이 찾아낸 ‘성장백서’ 가 바로 피보나치수열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608/C200608N002_img_02.jpg)
자연의 수수꼐끼 둘
황금비가 지배하는 소용돌이 세상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는 원시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한 생명체를 만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6억 년 전인 고생대에 지구에 나타났고, 사촌 격인 암모나이트가 중생대를 주름잡다 멸종한 후에도 계속 살아남은 앵무조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달팽이나 고둥과 마찬가지로 앵무조개의 연약한 몸은 단단한 껍데기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앵무조개가 점점 성장할수록 작은 껍데기는 비좁기만 하다. 소라게처럼 헌 껍데기를 버리고 새 집으로 이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앵무조개는 원래 있던 껍데기의 가장자리에 껍데기 재료를 덧붙여가며 점점 커지는 나선 모양이 되었다. 즉 앵무조개의 껍데기에 나타나는 나선 소용돌이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자연이 선호하는 곡선이었다.
나선을 이루는 각각의 원의 반지름은 1, 2, 3, 5, 8, 13…으로 커지는 피보나치수열을 따른다. 연속하는 숫자들끼리의 비율도 수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황금비인 1.618을 이룬다. 황금비는 계란의 가로세로 비, 식물의 잎차례, 바다의 파도, 태풍이나 은하의 형태에서도 나타난다.
고대인들은 황금비로부터 신비로움과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스 시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건축물과 조각상에는 피보나치수열과 황금비가 숨어 있다. 케플러는 황금비에 의한 분할 을 ‘신의솜씨에의한성스러운분할’ 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의 수수꼐끼 셋
거울 나라 대칭의 마법에 빠지다
인도를 대표하는 건축물, 타지마할로 떠나 볼까? 초록색 정원을 지나면 뽀얀 우윳빛의 대리석 돔이 하늘을 향해 날아갈 듯 하다. 예쁜 공주가 살았을 것 같은 타지마할은 사실 죽은 왕비를 위한 무덤이었다. 그래서일까? 타지마할은 엄격한 대칭 구조다. 반으로 접었을 때 왼쪽과 오른쪽이 정확하게 일치할 정도로 말이다. 대칭 구조는 매력적이다. 타지마할처럼 대칭으로지어진 건물에서 사람들은 안정감과 균형을 느낀다.
자연 역시 대칭을 좋아한다. 우리는 꽃잎이나 눈의 결정, 벌집, 나비의 날개, 불가사리 등 대칭을 이루고 있는 생명체들을 쉽게 만날 수 있
다. 작은 분자나 바이러스, 세포의 구조부터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끝없는 대칭의 마법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자연은 왜 대칭 구조를 좋아하는 걸까?
아주 오래 전 매우 단순한 생명체가 있었다고 하자. 그 생명체는 곧 자기와 똑같이 생긴 구조를 하나 더 복제해 내는 것이 가장 손쉬운 성장법이라는 사실을 알아 낸다. 분명 그들 가운데에는 뒤죽박죽 덩어리 모양으로 자라는 생명체도 끼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칭을 이루며 정돈된 구조를 가진 생명체들이 결국 살아남았고 생명체는 그 방향으로 진화했다. 생명의 성장은 바로 세포가 나누어지고 여러 개로 복제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모든 유전정보를 지닌 염색체 역시 좌우대칭의 구조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은 어떨까? 일찍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인체의 비율을 연구했다. 그의 스케치 속 인체는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몸 속 장기들은 대칭을 거부한다. 심장은 왼쪽에 치우쳐 있고 폐의 모양도 좌우가 다르다. 만약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장기 구조를 가진 사람이라면 생명이 위태로울지도 모른다. 또 거울을 보면 사람의 얼굴도 정확한 대칭을 이루지는 않는다. 이처럼 자연은 대칭의 규칙과 함께 예외적인 비대칭성도 함께 발전시켜 왔다. 자연의 대칭성은 아직 더 밝혀나가야 할 신비스러운 영역 중 하나다.
자연의 수수꼐끼 넷
줄무늬와 점무늬 옷을 입은 자연
얼룩말은 검은색 줄무늬 옷을 입고 초원을 누빈다. 사자는 메마른 땅처럼 누런색의 옷을, 표범은 경쾌한 검은 점이 잔뜩 찍혀 있는 옷을 입고 있다. 뭔가 공통점이라도 발견했는가? 동물들이 입고 있는 옷에도 수학의 코드가 숨겨져 있다면…? 줄무늬나 점무늬는 평평한 동물의 몸에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패턴이다. 줄무늬는 수학에서 말하는 1차원의 선이며, 점무늬 또한 연결하면 한 줄을 이루려는 경향을 갖는다. 생물학자들은 무늬를 가진 동물이 자연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했을 거라고 설명한다. 뚜렷한 무늬가 있는 동물은 다른 동물과 섞이지 않고 잘 구분된다. 또 화려한 줄무늬를 가진 물고기일수록 짝짓기에 유리했을 것이다. 줄무늬나 점무늬는 밀림에서 적의 눈에 잘 띄지 않게 하는 보호색으로도 기여했다. 만약 인간도 오랫동안 초원에서 생활해왔다면 몸에 얼룩덜룩한 줄무늬나 점무늬를 갖게 됐을지도 모른다.
자연의 수수꼐끼 다섯
내 안에 또 내가 있어
이번 여행은‘구글어스(GoogleEarth)’의 위성사진 서비스에 접속하는 걸로 시작하겠다. 먼저 거대한 지구본을 돌려 우리나라를 찾아보자. 그리고 부산을 기준으로 지도를 점점 확대해 보는 거다. 부산이 위치한 남해는‘리아스식 해안’이라고 부르는 톱니 모양의 아주 복잡한 굴곡을 이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남해안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전체가 보이는 큰 규모의 지도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나 더 크게 확대된 지도에서는 아마 처음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작아서 첫 번째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았던 수많은 만과 곶이, 확대된 지도에서 는 모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지도를 더 크게 확대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면 결국 해안선의 길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무한대에 가까운 값으로까지 커진다. 즉 해안선은 아무리 확대해도 그 안에 또 다른 해안선이 존재한다.
이제는 고사리로 시선을 돌려 보자. 뜬금없이 웬 고사리냐고 묻지말고 얼른 싱싱하고 푸른 고사리를 한 줄기 꺾어오길 바란다. 고사리는 중심 줄기의 양쪽에서 뻗어 나온 여러 개의 가지들로 구성된다. 가지의 크기는 아래쪽에서 가장 크고 위로 갈수록 짧아지며 삼각형 모양을 이룬다. 그런데 이러한 고사리의 전체적인 모양이 각각의 가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즉, 가지 또한 중심 줄기 양쪽으로 돋아난 작은 잔가지로 이루어진다. 잔가지도 아래쪽에서 가장 크고 위로 갈수록 작아지는 삼각형 모양이다. 큰 고사리 줄기 안에 그와 닮은 작은 고사리 줄기들이 들어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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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지배하는 수학의 코드
지구를 벗어난 곳, 머나먼 우주에서도 수학의 코드를 찾아 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원 모양이다. 지구는 둥글고 태양, 목성, 토성 심지어는 그 고리까지 둥글다. 별은 하루를 주기로 하늘을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보인다. 또 지구는 1년에 한 바퀴씩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케플러는 한걸음 더 나아가 행성이 움직이는 궤도가 완전한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눈송이의 육각결정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케플러에게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 준 걸까? 결국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패턴까지 알아 내는 데 성공했다.
자연에서 나타나는 패턴이 수학과 연루되어 있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수학자들은 이미 소라나 고둥에서 나
타나는 황금비를 알고 이를 건축에 응용했다. 사람의 몸은 비례를 연구하는 수학적 도구로써 매우 유용했다. 우리가 수를 발명한 것도 알고 보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쓰면서 부터였으니 수학은 자연의 일부분인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나아가 그리스의 수학자였던 피타고라
스는 이 세계의 근원을 수라고 보고 자연을 설명하는 원리로 수학을 사용했다. 그는 아름다운 음악도 숫자의 비율로 나타낼 수 있고, 우주 속 행성의 운동까지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수학은 자연에서 태어났고 자연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다. 정육각형의 집을 짓는 벌과 정확히 정해진 수의 꽃잎을 만드는 식물들, 대칭의 무늬를 가진 얼룩말은 자연의 규칙성을 보여 준다. 그러나 자
연은 수학의 규칙과 패턴 속에 자신을 가두어 두기만하는 것도 아니다. 눈송이의 육각 결정이 어느 것 하나도 정확히 같은 모양을 갖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눈송이의 결정에 관한 사소한 질문은 우리의 사고를 자연과 우주로까지 넓혀 주었다. 어쩌면 자연에 숨어 있는 수학의 코드를 정확히 풀어 내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질서정연함과 동시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
은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