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명현 교수님은
1947년 전북 전주 출생.
1971년 서울대학교 화학과 졸업.
1974년 미국 시카고대학교 화학석사.
1976년 미국 시카고대학교 화학박사.
1977년-2000년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
1982년-1983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방문 교수.
2000년-현재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
생물처럼 자극에 반응하는 고체
여러분은 화학이란 학문에 대해 들어 보았을 거예요. 화학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과학의 한 분야예요.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의 재료인 섬유에서부터 의약품, 세제, 핸드폰이나 텔레비전 모니터, 컴퓨터칩을 이루는 신소재 물질의 연구와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두 화학이 이루어 낸 결과랍니다. 백명현 교수님은 분자가 두 개 이상 모여 만들어내는 거대한 집합체인 초분자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초분자는 이를 구성하는 각각의 분자들과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게 된답니다. 또 초분자의 결합은 약하기 때문에 외부의 힘에 의해 쉽게 붙었다떨어졌다 합니다. 그런데 분자들 사이에는 자기 짝을 알아보듯 특정한 상대에게만 반응하는 물질들이 존재해요. 마치 레고 블록을 맞출 때 잘 맞물리는 짝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예를 들어 특정 항원,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만 반응하는 우리 몸 속 항체의 경우를 보면 이해가 될 거예요.
지금까지의 화학이 분자 자체를 연구했다면 초분자 화학은 개개의 분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결합과 분자들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학문이랍니다. 교수님은 생물처럼 특정 자극에 반응하는 고체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체는 압력을 가하거나 자극을 주어도 아무 반응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지요. 그러나 교수님의 연구로 초분자 기술을 현실에 응용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렸답니다.
바이올린을 켜는 소녀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에게도 잊혀 지지 않는 선생님이 있답니다. 바로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입니다. 언제나 열정적이셨던 선생님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재미있는 수업을 해 주셨어요. 한 달 동안 거미를 키우면서 관찰 일기를 쓰고, 음악 시간에는 직접 오동나무를 깎아 거문고를 만들어 보기도 했답니다.
“거미를 키우며 인내심과 더불어 주의력과 관찰력을 키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오동나무 거문고가 완성되면서 거문고 줄의 길이나 줄을 매는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와 음에 대해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신나는 수업이었죠.”
이런 멋진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창의력을 쑥쑥 키울 수 있었어요. 하나 더! 백명현 교수님에게는 수학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어른들조차 못 풀겠다고 포기한 문제였지만 교수님은 결코 그럴 수 없었어요. 몇 시간이고 한 문제를 잡고 끙끙 대다가 답을 얻었을 때의 기쁨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이처럼 오랫동안 생각하고 머리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재미를 느낀 교수님은 언제나 도전하는 마음으로 수학을 대했고, 수학과 가까워질수록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교수님은 언제나 수학 공부만 한 걸까요? 그렇지는 않답니다. 가야금을 하시던 어머니는 교수님이 다양한 경험을 해볼수있도록
이끌어 주셨어요.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비롯하여 그림과 무용에 이르기까지 교수님이 받은 예체능 교육은 평생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되었답니다.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예술과 비슷하다는 걸 느낍니다. 과학에서 필요한 창의력이나 직관, 아이디어는 예술에서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 배우고 경험한 다양한 활동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튼튼한 기반이 됩니다. 마치 집을 지을 때 바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 것이 아니라, 먼저 흙을 다져 단단하게 기반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죠.”
책을 좋아해서 소설이든 위인전이든 가리지 않고 읽던 교수님은 무엇이든 끈질기게 파고드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화학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화학은 요술쟁이?!
학을 이용해 나노미터 크기의 분자 기계를 만들어 내는 신기술인데, 이러한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의 세계를 활짝 열어 자연 현상을
더 잘 이해하게 해 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나노 로봇이나 특수약물, 연료의 저장 장치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될 거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세요.
교수님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대학 시절에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려고도 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행복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교수님에게 만약 대학교수가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면 어떨까 물어 봤어요.
“어린 시절에 선생님에게 받는 영향은 정말 굉장합니다. 그만큼 초등학교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이죠. 만일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우선 꿈을 심어 주고 각자의 자질을 개발해서 크게 자랄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 주고 싶어요.”
교수님은 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하기 위해 화학을 공부하고 있고 실제로 다양한 분야로 응용되는 초분자 물질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이 끓어서 수증기가 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분자를 전혀 다른 물질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화학입니다. 그래서 화학은 요술 같은 학문이랍니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말하는 교수님. 그래서 지금도 어린 왕자처럼 순수한 마음을 사랑하신다고 합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일단 몸으로 부딪혀 보고 될 때까지 도전하는 정신을 가져 보는 것이 어떨까요? 과학을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오늘부터 실생활에 무궁무진하게 응용될 수 있는 요술쟁이 화학의 세계로 귀를 기울여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