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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앉은 주택가의 한 쓰레기통 주변. 인적이 드문드문해질 무렵, 조그마한 검은 그림자가 하나 둘 나타납니다. 눈치를 힐끗힐끗 살피던 그림자의 주인공들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뜯기 시작합니다. 곧 쓰레기통 주변은 그들이 파헤쳐 놓은 쓰레기 봉투와 음식 찌꺼기들로 엉망이 되고 맙니다.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벌써 정체를 눈치챈 친구들도 있겠죠. 이들은 다름 아닌 주택가의 천덕꾸러기 도둑고양이랍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물을 훔치기도 하고, 한밤중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도 해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녀석들이죠. 그런데 아무도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을 무려 30마리나 넘게 키우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과연 어떤 사연인지 지금부터 한 번살펴볼까요?

알고 보면 가엾은 거리의 고양이들


“뭐 우리가 도둑고양이가 되고 싶어서 된 줄 알아요?!”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도둑고양이들에게 ‘너희들은 왜 도둑질을 하고 사니?’라고 질문한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지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태어난 게 죄라면 죄일 뿐. 사실 그들이 도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없이 사람들이 싫어하는 짓을 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애완용으로 길러지다 버림을 받은 고양이들이 많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이 고양이의 그런 사연을 이해할 턱이 없지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고양이는 불길한 동물이다’라는 편견까지 더해져서 길거리의 고양이들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
는 나쁜 동물로 낙인찍히고 말았어요. 그러다 보니 괴롭힘을 당하거나 사람들에게 잡혀 안락사를 당하기도 한답니다. 더 심각한 사실은 그렇게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대부분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다는 거예요. 고양이에게는 맞지 않는 소금이나 양념이 된 음식을 먹고 살다보니‘만성 신부전증’이라는 신장에 이상이 생기는 병에 걸리는 거지요. 이 병은 새끼에게까지 유전된답니다. 이런 이유로 길거리에 사는 고양이들은 평균 수명이 2∼3년 밖에 안 된다고 해요.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0년 정도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짧은 삶을 사는 셈이지요.

고양이들의 나이팅게일

하지만 이런 고양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는 누나가 있답니다. 김성은 누나는 병들고 다친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 보살펴 주는 분이에요. 1998년 집 앞에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데려와 키운 게 시작이었다고 해요. 그 이후 동네 꼬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고양이, 주인에게 버림받고 병원에서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 교통사고를 당해 심하게 다친 고양이 등 죽을 위험에 처해 있는 길거리 고양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하나 둘 데리고 오다 보니 지금은 서른 마리가 넘는 대가족이 되었어요. 많은 고양이들이 도심의 좁은 주택에서
살다 보니 집안은 엉망이 되어 버렸어요. 가구란 가구는 고양이들의 발톱 자국으로 난도질을 당했고요. 장판도 다 뜯겨 나갔답니다. 그리고 많은 고양이들을 먹이는 데 드는 사료값도 만만치 않았고 아픈 고양이들을 치료하는 데 드는 병원비도 엄청나게 들었지요.
하지만 누나는 길거리 고양이들을 버릴 수가 없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도 길거리에서 아픈 고양이를 발견하면 집으로 데리고 온답니다. 아무 죄 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버려지고, 병에 걸려 죽어 가는 고양이들을 그냥 볼 수 없는 거죠. 그리고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이상 아무리 힘들어도 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답니다.
 
01“고양이가 서른 마리가 넘다 보니 제 방은 사람보다 고양이가 살기 편한 환경이 되었죠.”하지만 김성은 누나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02 고양이 대식구들이 먹는 사료의 양도 엄청나다. 한달 평균 40만 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03 성은이 누나의 손은 항상 고양이들에게 할퀸 자국으로 가득하다.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한 기억 때문에 손길 자체를 거부하는 고양이도 많다고 한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 ♥ ♥ ♥ ♥ ♥ ♥ ♥ ♥성은이 누나네 고양이들을 소개합니다. 

도도

하얀 털과 사파이어 빛 눈을 가진 터키쉬 앙고라입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귀가 안 들리는 장애가 있답니다. 그 때문에 병원에 맡겨져 주인에게 버림받은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지요
 

 
만복이

누나네 집에서 가장 오래 산 터줏대감이랍니다. 1998년부터 살았으니 무려 7년 동안을 누나와 함께 했네요. 고양이들 중 나이가 제일 많은 만큼 다른 고양이들이 꼼짝도 못한답니다. 눈빛에서도 위엄이 느껴지죠?
 





촐랑이

아비시니안 아버지와 터키쉬 앙고라 어머니 사이에서 탄생한 혼혈 고양이입니다. 이 친구는 누나네 집에서 태어났지요. 그래서인지 성격이 너무 밝아서 촐랑거리는 바람에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호동이

아메리칸 숏헤어 종이고 커다란 덩치를 자랑합니다. 고양이 카페에서 버림받은 걸 누나가 구해 주었지요. 험악한 인상 덕분에 호동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하지만 성격은 정말 소심하게 그지없대요.
 



삼양이

비 오는 날 발견한 고양이래요. 누나의 친구 집 옥상 배수구에 끼여 죽을 뻔 한 걸 구했다고 해요. 속눈썹이 눈을 파고드는 병이 있어 한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답니다. 하지만 성격은 누구보다 밝다고 해요.
 


고냥이

현재 누나네 집에서 가장 아픈 고양이랍니다. 불쌍하게도 하반신이 마비되는 병에 걸렸어요. 병원에서도 병을 고칠 수가 없어서 버려졌다고 해요. 누나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죽었을 거예요. 다른 고양이들도 아픈 걸 아는지 먹이나 잠자리를 양보해 준답니다.
 





서른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 중 가장 덩치가 크다고 해요. 하지만 성격은 아기 같아서‘뽀’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요. 뽀는 버려진 게 아니고 원래 주인이 장기간 키울 여유가 없어서 누나네 집에 맡겨진 고양이랍니다. 이런 경우를‘장기탁묘’라고 한답니다.
 


 
밍키와 동자 그리고 애기 1

왼쪽의 얼굴이 까만 고양이가 밍키, 오른쪽의 매서운 눈빛을 가진 고양이가 동자랍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새끼고양이는 밍키의 아기지요. 밍키는 가슴뼈에 이상이 있어 버려졌는데 누나의 보살핌으로 건강해져 새끼까지 낳았답니다. 하지만 만성 장염 등의 자잘한 병을 달고 살아 젖도 잘 안 나오고, 새끼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많답니다. 그때 도움을 준 친구가 바로 동자예요. 자기 새끼도 아닌데 밍키를 대신하여 새끼를 돌봐 준답니다. 하지만 다른 고양이들에게는 아주 앙칼지게 대해서 누나네 집의 군기반장이랍니다. 동자는 아주 어렸을 때 쓰레기통 옆에 버려져 죽어가고 있는 걸 누나가 구해서 키웠다고 해요. 
 
 

 
 
애기 2, 3

밍키와 동자 사이에 있는 새끼고양이와 함께 누나네 집에서 태어난 녀석들이랍니다. 엄마인 밍키가 몸이 안 좋지만 다른 고양이들의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고 있지요. 하지만 녀석들의 몸 상태도 안 좋다고 해요. 어미인 밍키의 병이 옮겨졌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네요. 신부전증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고요. 친구들도 녀석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기도해 주세요.
 


 
 

은하

사람들에게 애교를 많이 부리는 사랑스런 터키쉬 앙고라입니다. 품종이 좋은 고양이라서 잘 사는 주인에게서 키워졌다고 해요. 하지만 은하가 피부병에 걸리자 주인이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해요. 치료를 잘 못해 위험에 처해있는 은하를 누나가 뺏다시피 데리고 왔답니다. 누나의 헌신적인 치료로 지금은 아주 건강한 피부를 가지고 있지요. 참! 옆에서 소개한 촐랑이가 은하의 아기랍니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지 말고 길거리에 사는 고양이, 줄여서‘길냥이’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김성은 누나는 길거리에 사는 고양이가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는 걸 안타까워한답니다. 사실 ‘도둑고양이’란 명칭은 사람들의 편의에 의해 붙여진 것이니까요. 이 이름 때문에 생긴 편견으로 미움을 받고 생명의 위협까지 당하는 길거리 고양이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지요. 이런 편견이 더 무서운 건 그것이 어린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는거예요. 도둑고양이는 나쁜 존재니까 괴롭혀도 된다는 생각에 만나는 고양이를 해코지하는 친구들이 꽤 많답니다. 누나가 동네에서 목격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지요. 그때마다 ‘그러면 안 된다’ 라고 아이들을 꾸짖었지만‘고양이는 나쁜 동물이잖아요’라며 자신을 왜 혼내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이 더 있대요. 바로 버림받는 고양이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도시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방안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늘어났어요. 우리 친구들도 귀여운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 봤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고양이를 생명체가 아닌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잘 보살펴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장난감이 지루해지듯 싫증을 내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이번 시험 잘 보면 상으로 고양이 사 줄게.”
“엄마, 이 고양이 싫증났어. 다르게 생긴 고양이 사 줘!”
이런 식으로 애완동물을 장난감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버림받는 고양이들의 최후는 비참하답니다. 길거리에서 적응을 못 하고 굶어죽거나 관공서 직원에게 잡혀 안락사를 당하기 마련이지요. 이런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운 누나는 동물을 키우는 친구들과 부모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요.
“집에 애완동물을 들이시려거든 아이들에게 동물을 사 준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입양한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린이 친구들도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평생 자기와 함께 하는 반려동물이라고 여기면서 잘 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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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경우 기자
  • 사진

    서정화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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