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북이 쌓인 책들과 서류들이 숲을 이루는 서울대학교 27동 226호. 이곳은 시골집 골목 끝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만날 것 같은 텁텁함을 가진 한 물리학자의 방이랍니다. ‘탄소나노튜브’라는 이름 하나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인공. 어릴 적 라이파이, 철인28호와 같은 SF 만화를 기억하는 물리학자 임지순 박사의 방으로 들어가 봅니다. “게당케, 게당케 인~!”
임지순 교수님은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남
1974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197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물리학 석사
1980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물리학 박사
1980-82년 MIT 박사후 연구원
1982-84년 AT&T 벨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1984-86년 벨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연구원
1986-현재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탄소나노튜브를 아시나요?
어린이 과학동아 친구들은 10억분의 1을 뜻하는 ‘나노’라는 말을 들어 보았지요? 직접 눈으로 확인 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엄청나게 작은 무엇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럼 탄소는? 질소, 수소와 같은 원소의 하나로 흑연이나 다이아몬드가 탄소로 이루어진 덩어리지요. 그럼 탄소나노튜브란 무엇일까요?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탄소 성분으로 된 엄청나게 작은 관 모양의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죠? 정말 생각해 내기도 쉽지 않은 이런 탄소나노튜브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물리학자가 바로 이번 호 스타과학자의 주인공, 임지순 박사랍니다.
사실 탄소나노튜브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일본의 한 전기회사 연구원 이지마 박사였어요. ‘플러렌’이라는 탄소 물질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우연히 가늘고 긴 관 모양의 구조를 발견한 것이죠. 그 뒤로 미국의 물리학자 스몰리 교수는 여러 가닥의 탄소나노튜브가 다발처럼 묶인 것을 만들어 냈답니다.
그럼 임지순 박사님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탄소나노튜브 여러 개를 다발로 묶으면 반도체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 냈어요. 반도체라는 말은 알고 있지요?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통하지 않는 부도체 사이의 물질로 어떤 조건에 따라서 도체가 되었다가 부도체도 되는 물질을 말하지요. 이런 반도체는 전자기기 산업을 획기적으로 일으킨 물질이랍니다.
그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여러분들이 매일 보는 텔레비전을 생각하면 아주 쉬워요. 탄소나노튜브를 텔레비전에 이용하면 지금보다도 훨씬 얇으면서도 선명한 텔레비전을 만들 수 있답니다. 실제로 지금은 개발이 되어서 시험 중에 있답니다. 실험을 모두 마치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텔레비전을 집에서도 볼 수 있겠지요. 또 탄소나노튜브는 지금까지 개발한 어떤 것보다도 강해서 밧줄을 만들어 우주선을 들어 올릴 수도 있답니다. 물론 그밖에도 탄소나노튜브의 이용 분야는 무궁무진해서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것이지요.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임지순 박사가 세계적인 탄소나노튜브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뚝심(?)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탄소나노튜브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것은 1996년이었어요. 8년이 지났네요. 물론 그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답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한 가지를 선택하면 무엇인가 될 때까지 파고들어야 뭐가 나오지 않겠어요? 당장 결과가 안 나온다고 해서 다른 것으로 돌린다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답니다.”
물리학에 뛰어들어 한 길을 걸어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임지순 박사의 말 속에는 아직도 처음에 물리학을 시작했던 마음 그대로가 담겨 있었답니다. “과학자이건 아니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머리가 좋고 나쁨이 아니지요. 흥미, 호기심, 끈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고실험의 대가, 이제 생체 분자에 도전하다!
그렇다고 노력만으로 그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까? 혹시 임지순 박사님만의 독특한 공부 방법은 없었을까? 사고실험(?)의 대가로 알려진 임지순 박사의 이야기를 살짝 들어 보자.
“이상하게 어려서부터 뭔가에 빠져들면 다른 것은 들리지 않았어요. 책을 보고 있을 때는 어머니가 밥 먹으라는 소릴 듣지 못할 정도였죠. 그렇다고 아주 안 들리는 것은 아니었지만요.”
집중력. 임지순 박사의 말 속에서 들리는 한 마디는 바로 집중력이란 단어였어요.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한 가지를 하더라도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그런 버릇이 남아 있다고 해요.
“지하철에 사람이 많고 시끄럽다고 하는데, 사실 집중만 하면 좋은 연구실이 될 수 있어요. 자리에 앉게 되면 책도 읽고 다음날 강의 준비도 하고, 때론 논문을 쓰기도 하지요.”
임지순 박사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그를 천재라고 해요. 하지만 그런 말 뒤에는 집중과 노력이라는 커다란 산이 자리 잡고 있었답니다.
임지순 박사는 요즘 또 다른 생각에 빠져 있어요.
물리라는 것은 사물의 근본 원리를 밝히는 것인데 그 사물은 생명체일 수도 있거든요. 생명체를 이루는 생체 분자를 연구해서 그 속에 존재하는 전자들의 구조를 밝혀 내려 해요. 그것을 통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알아 내 생체 분자들이 서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밝히려 한답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임지순 박사. 오늘날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에디슨의 모습이 아닐까?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한 에디슨의 말을 되새기며 임지순 박사의 방을 빠져나옵니다.“게당케 게당케 아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