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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PART2] 탄생 전, 선택을 향한 유전자 편집 ‘맞춤 아기’는 가능한가

    유전자 편집 기술이 탄생 후 환자의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향한다. 유전자를 고치는 기술이 태어나기 전 생명에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영화 ‘가타카(GATTACA)’가 그렸던 것처럼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편집하거나 선별해 ‘디자인 베이비’를 설계하는 시대가 올까. 탄생 전 유전자 편집 기술의 최신 연구와, 사회가 이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살펴봤다. 

     

    박주현, Nano Banana

     

    Columbia Pictures

    1997년에 개봉한 SF 영화 ‘가타카(GATTACA)’는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적합자’와 자연 탄생한 ‘부적합자’로 사람을 나누는 미래 사회 속 유전자 계급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피부’로 만든 난자, 수정란 되다

     

    2025년 9월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유전자 편집의 새 장을 여는 한 편의 논문이 게재됐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와 한국 차의과대 공동 연구팀이 피부세포 핵을 난자 세포질에 이식해 정자와 수정 가능한 난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doi: 10.1038/s41467-025-63454-7 


    핵심은 간단했다. 핵이 제거된 난자에 피부세포 핵을 넣고, 염색체 수를 46개에서 23개로 절반으로 줄인 뒤, 정자와 수정시켰다. 연구팀은 이를 ‘미토마이오시스(mitomeiosis)’라고 명명했다. ‘체세포분열(mitosis)’과 ‘감수분열(meiosis)’의 합성어다. 체세포분열만 가능한 피부세포가 감수분열을 진행하는 생식세포로 변했다는 의미다.


    그간 SF 작품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기술을 실제로 어떻게 구현한 걸까. 연구에 참여한 강은주 차의과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를 e메일 인터뷰했다. 그는 20년간 난자 기반 초기화(재프로그래밍)와 줄기세포 연구에 전념한 ‘수정’ 전문가다.


    “핵심 돌파구는 체세포(피부세포) 핵을 난자 세포질 안으로 옮긴 뒤, 난자처럼 작동하도록 ‘초기화(재프로그래밍)’시키는 거예요. 초기화를 유도하고, 동시에 보통 46개인 체세포의 염색체 수를 23개인 생식세포 수준으로 줄이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일반적인 체세포분열 과정에서는 DNA 복제가 먼저 일어나 염색체가 복제된 뒤, 두 딸세포로 나뉜다. 하지만 미토마이오시스에서는 복제 과정 없이 바로 분열을 유도한다. 체세포분열 초기 단계에서 정지된 피부세포 핵을 제2 감수분열 중기에 멈춰 있는 난자 세포질에 넣으면, 난자 세포질의 강력한 분열 신호가 잠든 피부세포 핵을 깨우며 감수분열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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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세포로 난자 만드는 ‘제3의 분열’ 방법

    세포분열은 크게 체세포를 만드는 ‘체세포분열’과 생식세포를 만드는 ‘감수분열’ 두 종류로 나뉜다. 순서는 ‘G1’기에서 시작해 유전자를 복제하는 ‘S기’, 분열 전 필요한 단백질 구조를 만드는 ‘G2’기, 이후 ‘분열’의 과정을 거친다. 체세포분열은 분열 직후 다시 G1기로 돌아가지만, 생식세포의 감수분열은 한 번 더 분열을 거쳐 유전자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강은주 차의과대 교수팀은 체세포분열을 감수분열처럼 2번 연속으로 유도해 유사 난자를 만들었다. 이들은 G1기의 피부세포(체세포) 핵을 핵이 없는 난자 속에 집어넣은 뒤, DNA를 복제하는 단계를 일부러 건너뛰게 만들었다. 그러면 난자 세포질이 피부세포의 염색체들을 분열 직전처럼 강제로 뭉치게 하고, 감수분열을 하듯 염색체 절반(23개)을 세포 밖으로 밀어낸다. 이 ‘미토마이오시스’ 과정(붉은 테두리)으로 만들어진 ‘유사 난자’는 원래 피부세포였음에도 불구하고 난자처럼 딱 절반의 유전 정보만 갖게 된다. 다만, 연구에서는 염색체 수가 부족한 불량 난자도 다수 생성됐다.

    Nature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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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임부부와 동성커플도 아이 가질까

     

    “이 접근은 배아 줄기세포를 단계적으로 분화시켜 난자를 만드는 전통적 IVG(In vitro gametogenesis)와는 다릅니다. 성숙한 난자 세포질이 가진 강력한 ‘초기화 능력’을 직접 이용하는 거죠.”


    강 교수는 이번 접근법이 소위 말하는 ‘시험관 정자·난자’ 기술과 다른 점을 강조했다. IVG는 피부세포나 혈액세포 같은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꾼 뒤, 이를 실험실에서 난자나 정자 같은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이다. 미토마이오시스는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숙된 난자의 세포질을 이용해 체세포 핵을 곧바로 생식세포 상태로 전환한다. 난자의 세포질에는 초기 배아 발달을 시작시키는 분자들이 이미 풍부하게 존재한다. 특정 단계에서는 분화와 성숙이라는 긴 과정을 우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연 난자가 십수 년에 걸쳐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미토마이오시스는 몇 시간 만에 난자 유사 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270개 성숙 난자의 염색체와 핵을 제거하고 분열 초기의 피부세포 핵을 난자 세포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융합 2시간 만에 77.5%의 난자에서 세포분열을 이끄는 방추체가 새롭게 형성됐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정자를 주입해도 합성 난자는 제2 감수분열 중기 정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조군인 일반 난자는 82.9%가 분열한 반면, 합성 난자는 23.4%만이 분열했다.


    연구팀은 돌파구로 인공 활성화를 택했다. 전기적으로 칼슘 신호를 모방하고, 로스코비틴이라는 억제제로 멈춘 감수분열을 다시 진행시켰다. 그러자 이 방법으로 합성 난자의 68.6%가 분열을 시작했다. 정자와 수정시킨 뒤 같은 방법으로 활성화하자 배아의 감수분열 성공률이 77.9%까지 올랐다. “가장 큰 난관은 체세포의 염색체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과정이 자연 난자에서처럼 정교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염색체 이상이 쉽게 생긴다는 점이었습니다.” 


    강 교수는 “세포 주기 타이밍, 난자 활성화 조건, 미세 조작 조건 등을 반복적으로 최적화하며 어느 조건에서 염색체가 더 안정적으로 정렬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해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이론상으로는 난자가 없는 여성, 동성 커플, 심지어 혼자서도 생물학적 자녀를 가질 수 있다. 불임 치료를 넘어 생식의 근본 개념이 재정의되는 지점이다. 강 교수는 다만 미토마이오시스 기술이 임상에 적용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상용화까진 수십 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윤리적, 규제적 승인이 이뤄지더라도 지금의 기술적 불확실성과 안전성을 고려하면 미토마이오시스 신생아 탄생에는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염색체 안정성을 임상 기준으로 만족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요.”


    실제로 연구팀이 합성 배아 90개를 만들어 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45.6%는 염색체 분리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나머지 54.4%에서는 분리가 일어났지만, 자연 감수분열과 달리 상동염색체 분리가 무작위로 일어나는 등 부작용도 뒤따랐다.


    염색체 분리가 이뤄지더라도, 수정란이 배아로 발달하는 경우는 열에 하나가 채 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최종적으로 만든, 정자와 수정된 합성 배아 중 8.8%만이 배반포(수정란이 세포분열을 거쳐 형성하는 초기 배아 단계의 속이 빈 공 모양 구조)까지 발달했다. 대조군인 일반 수정란은 절반이 넘는 59%가 배반포에 도달한 데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였다. 또한 배반포로 발달한 배아들도 대부분 염색체 수에 이상이 있는 이수체였다.

     

    Nucleus Genomics

    태어날 아기의 능력치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 뉴클레어스 지노믹스(Nucleus Genomics)는 “당신의 최고의 아기를 고르세요”라는 광고를 미국 뉴욕 지하철 전광판에 게시해 일각에서 비난을 받았다. 


    현대판 ‘성감별’ 태아의 ‘스탯’을 미리 본다

     

    미토마이오시스가 아직 연구실에 머물러 있는 동안, 태아를 대상으로 이미 상용화된 기술도 나왔다. 태어나기 전 배아의 ‘능력치’를 예측하는 서비스다. 2024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일부 부부들이 시험관 아기 시술 중 확보한 배아의 유전 정보를 미국 업체에 보내 IQ, 키, 질병 발생 확률 등을 분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받은 서비스는 미국 기업 헤라사이트가 약 5만 달러(한화 약 7300만 원)에 제공한다. 배아의 유전 정보로 심혈관 질환, 암, 알츠하이머, 정신질환 위험, 심지어는 지능, 성별, 예상 키까지 평가해 주는 서비스다. 영국에서는 외모나 능력 선별을 위한 다유전자 검사가 금지돼 있지만, 미국에는 이런 규제가 없다. 이에 부유층 부부들이 미국으로 우회해 합법적인 ‘우생학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배아의 능력치를 앞서 예측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1월 7일 유선으로 만난 의료윤리학자 김준혁 연세대 치의학과 교수는 “21세기 성감별”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단순하게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의료윤리와 일반윤리의 차이를 설명했다. “의료윤리에서는 다양한 논리가 있다는 걸 전제로 두고 문제에 접근합니다. (유전성 불치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환자별로 입장이 모두 다르기에 맞다 혹은 틀렸다 하나로 결론 내진 않아요.”


    다만 그는 사회적·의학적 위해 요소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의학적으로 어떤 유전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애초에 태어날 기회도 얻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겠죠.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드는 위해도 있습니다. 그러면 인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생물학적 공격이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불리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위해도 짚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뛰어난 능력을 갖고 태어나는 아기는 계층 구조를 만들며 사회적 위해를 줄 수도 있어요.”

     

    Nucleus Genomics

    뉴클레어스 지노믹스는 시험관 수정을 통해 만든 수정란을 유전적으로 분석해 향후 태어날 아기의 능력치를 예측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항목에는 질병뿐만 아니라 키와 지능(IQ), 눈동자 색깔 등이 포함돼 있다. 

     

    유전자 편집, 각국은 어디까지 허용하나

     

    유전자 편집이 배아 단계로 넘어가면 문제의 수위는 더 높아진다. 배아 유전자 편집 연구는 말 그대로 태어날 아기를 크리스퍼(CRISPR)-캐스9 유전자 가위를 통해 내가 원하는 대로 조립하는 기술이다. 치료를 넘은 강화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유전자 편집 아기 연구는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에서 지속돼 왔다.


    2018년 세계 최초로 비허가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킨 중국의 허젠쿠이 박사는 2019년 불법 의료행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중국에서는 연구 목적에 한해 유전자가 편집된 배아가 14일까지만 발생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건다. 그는 출소 후 2023년 홍콩에서 연구소를 열었고, 2025년부터는 미국에서 연구를 재개했다. 그는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이 ‘아이폰’처럼 표준화되고 대중화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말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남기기도 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배아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제한하던 여타 국가에서도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5년 8월 연구 목적에 한해 줄기세포로 인간 배아를 만드는 연구를 정식으로 허용했다. 한국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매년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며, 최근에는 희귀 질환 치료를 위한 크리스퍼-캐스9 기술의 임상 적용 범위를 배아 연구에까지 확대하는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어나기 전부터 발생하는 질병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는 데에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요. 실제로 10년 전 어느 조사에서는 배아 유전자 편집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0%로 나온 걸로 기억해요. 의학적 관점에서는 질병 예방의 측면에서 공리적 이점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미 가벼운 서비스는 상용화 단계로, 되돌릴 수 없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다른 국가의 동향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가가 이미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하지 않냐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태도를 내려놔야 해요. 체세포 관련 유전자 치료만 안정적으로 진행하더라도 추후 유전자 편집도 충분히 같이 따라서 발전할 겁니다. 그 이후에 맞춤 아기를 논의해도 전혀 늦지 않을 거예요.”

     

    Iris Tong(W)

    중국의 생명공학자 허젠쿠이 박사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비허가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켰다. 2019년 불법 의료행위 혐의로 중국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그는, 출소 후 중국을 벗어나 개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치료와 향상 사이, 선을 그을 수 있을까

     

    질병 예방 목적의 배아 유전자 편집과 지능이나 외모 등 능력 향상 목적의 유전자 편집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을 수 있을까. 캐나다 왕립학회 회장을 역임한 뒤, ‘유전자 편집 인간(Altered Inheritance)’이라는 책을 펴낸 생명윤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프랑수아즈 베일리스 캐나다 달하우지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제 관점에서 모든 치료는 향상이라고 봐요. 하지만 모든 향상이 치료인 건 아니죠. 그래서 저는 향상과 치료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사람들은 향상을 치료라고 혼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사실 둘은 구분이 필요한데 말이죠.”


    ‘치료와 향상의 선이 애매하다’는 데에는 생명윤리 및 유전법 분야의 석학인 헨리 그릴리 미국 스탠퍼드대 법·생명과학센터 소장 겸 유전학 겸임교수도 의견을 같이했다. “미국에서는 18세 미만 청소년에겐 투표권이 없고 21세 미만은 음주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투표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옳지 않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18세가 된다고 해서 투표 능력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21세가 된다고 해서 음주 능력이 갑자기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치료에서 향상으로 넘어가는 기준 또한 명확히 구분 짓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조율된 기준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강 교수는 “국가별 규제가 달라도 최소한의 국제 공통 원칙은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연구 등록과 투명성, 독립적 검증, 표준화된 안전성 평가, 사회적 합의 절차, 그리고 규정 위반 시 제재 같은 장치가 반드시 사전에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릴리 교수는 인권이 보장되는 한에선 국가별 자율성을 주장했다. “각 국가들은 문화가 제각기입니다. 생활상, 가족 구성, 의사 결정 과정, 정치 문제 등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죠. 때문에 과거 우생학적 불임 시술의 경우처럼 근본적으로 인권이 위협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 다른 해답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인권을 위협하지 않는 데에는 세계적 기준이 필요하고요.”

     

    가파르게 커지는 ʻ유전자 편집’ 시장

    글로벌 시장 분석 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크리스퍼(CRISPR)-캐스9 유전자 가위 기반 유전자 편집 시장 규모는 해가 지날수록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자료: Grand View Research


     
    유전자 계급 사회는 현실로 다가올까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GATTACA)’는 유전자로 인간을 차별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적격자와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부적격자가 나뉘고, 부적격자는 사회에서 배제된다.


    강 교수는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유전자 편집과 예측, 그리고 앞선 IVG 기술이 성숙해 결합되면 불가능한 기술은 아니지만, 그것이 곧바로 맞춤 아기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생식세포 및 배아 유전자 편집은 안전성 검증이 매우 어렵고,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윤리적 기준이 매우 엄격하거든요. 또한 형질 선택은 과학적으로도 예측이 불확실해 과장된 기대를 경계해야 하고요.”


    그릴리 교수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영화 가타카를 떠올려보세요. 사회의 방식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적어도 사회가 생각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는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을 믿었다. “설령 맞춤 아기의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사회는 규제나 보편적 접근성을 통해 대부분의 부정적인 결과를 피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한 방법을 결코 찾지 못하지만, 나쁜 방식에 매달리는 경우도 드뭅니다. 유전 기술이 어떤 문제를 제기하든, 우리가 정직하게 접근한다면 어떻게든 헤쳐나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베일리스 교수는 “부유하고 권력 있는 엘리트들이 생식을 위해 유전자 편집을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세계가 온다면, 기존의 불공정한 계급 분열과 사회적 불의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유전자 편집이 생식 선택지가 된다면 이는 초부유층을 위한 사치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심각한 유전 질환 아기를 가질 위험이 있는 부부들을 위한 예방적 치료로 홍보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향상 목적으로 판매될 것입니다.” 그는 저서 ‘유전자 편집 인간’에서도 이렇게 썼다. “모든 소비재가 그렇듯, 일부 예비 부모는 이 기술을 살 여유가 있을 것이고, 다른 예비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살 것이며, 또 다른 예비 부모들은 완전히 소외될 것이다.”


    그는 이것이 국가 간의 계급 격차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 내다봤다.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불평등은 부유한 개인과 가난한 개인뿐만 아니라,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의 현존하는 불공정한 경제·사회적 격차를 더욱 가속할 겁니다. 이런 식의 발전은 유전적 하층 계급을 만들어냄으로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를 더욱 확대할 거고요.”


    그릴리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피할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유전자 편집에 대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하면 문제를 피할 수 있을 걸로 보여요. 우리는 과거 ‘문해력’이 가져온 계급 사회의 완화를 통해 이미 줄곧 목격해 왔습니다. 처음엔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만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웠죠. 그러다 점차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형편이 넉넉잖아도 장래가 유망한 아이들까지 글을 배우게 됐습니다. 나중에는 학교가 재산이나 계급과 상관 없이 모두에게 개방됐고, 마침내 초등 교육이 모든 사람에게 의무화된 것처럼요.”

     

    shutterstock

     

    유전자 편집, 모두를 위한 기술 되려면

     

    결국 오게 된다면, 태아를 미리 설계할 수 있는, ‘맞춤 아기’ 시대는 언제쯤 올까. 김 교수는  그 시점을 “100년 뒤”로 내다봤다. 기술적 합의와 사회적 합의까지 마치려면 최소한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결국엔 유전자 편집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인류 같은 ‘향상 인류’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그는 외모나 지능을 설계하는 유전자 편집에 대해서는 뚜렷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외모나 지능에 대한 선호는 사회적 환경이나 시대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거잖아요. 예전에는 IQ만 줄 세우다가, 지금은 EQ(감정 지능)를 포함해 여러 능력치를 복합적으로 보는 것처럼요. 무엇보다 의학적으로 어떠한 이득도 없는 방향이고요.” 


    베일리스 교수는 유전자 편집이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되려면 무엇보다 투명성과 공개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의 미래는 투명성에 달렸어요. 과학자들끼리의 실험실 속 기술이 아닌, 시민 사회의 공개적이고 정직한 대화 속에서 결정돼야 합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것인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하죠.” 그릴리 교수 역시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50년 후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중요한 점은 지금부터 우리가 숨기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정직하게 기술에 접근하는 자세입니다.”


    김 교수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선 결국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의학적으로 얼마나 유용한지, 과학적으로 어떤 득과 실이 있을지, 환경적, 경제적 영향은 무엇이고 사회적, 철학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테이블에서 복합적으로 논의돼야 합니다. 그래야 닥쳐올 미래에도 유전자 편집 기술이 계급화의 수단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혜택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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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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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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