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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가상 인터뷰] 굴러가는 빗방울의 반전

    University of Pennsylvania

     

    경사진 모래 언덕에 떨어진 빗방울이 땅콩 모양의 모래 공(위)과 도넛 모양의 모래 공(아래)을 생성한 모습.

     

    비가 내릴 때 땅에 떨어진 빗방울이 흙을 튀기며 침식을 일으킨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빗방울이 땅에 떨어진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최근 비탈을 따라 굴러가는 빗방울이 모래 알갱이를 포획해 ‘모래공’을 만들면서, 처음 물방울이 튈 때보다 최대 10배나 많은 흙을 이동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5년 12월 2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지구환경학과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를 발표했다. doi: 10.1073/pnas.2519392122 연구 내용을 빗방울과의 가상 인터뷰로 정리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구름에서 떨어져 땅으로 내려오는 빗방울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제가 땅에 떨어져서 ‘탁’ 튀기고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물방울의 여정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언덕이나 비탈진 곳에 떨어지면 그때부터가 진짜 여행의 시작이거든요. 비탈진 모래 언덕에 떨어지면 저는 그냥 스며들거나 증발하는 게 아니라 굴러 내려갑니다. 그런데 단순히 구르는 게 아니라 굴러가면서 주변의 모래 알갱이들을 몸에 붙여요. 처음엔 투명한 물방울이었지만 모래를 잔뜩 입혀서 ‘모래공’으로 변신하는 거죠. 그러다 땅콩이나 도넛 모양으로 서서히 바뀝니다.

     

     물방울이 땅콩과 도넛 모양이 된다고요?
    물방울은 굴러가는 속도와 회전하는 힘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변하기 때문이에요. 비교적 천천히 굴러갈 때는 적당한 원심력으로 인해 땅콩 모양이 됩니다. 모래 알갱이들이 물방울 표면에만 붙어있어서 양쪽이 볼록 튀어나온 땅콩처럼 보이죠. 이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만 모래를 모으고 나면 더 이상 안 붙어요. 그리고 평평한 곳에 도착하면 바로 흩어져버립니다.
    하지만 빠르게 회전하면 원심력이 강해지면서 둥근 형태가 불안정해집니다. 그러면 모래 알갱이들이 표면이 아니라 물방울 내부로도 빨려 들어가요. 그러다 물이 빠르게 빙글빙글 돌면 원심력으로 가운데가 비는 것처럼, 물방울도 가운데가 빈 도넛 모양으로 변합니다. 이렇게 되면 훨씬 더 많은 모래를 품을 수 있고, 겉으로 봐도 모래가 가득 차서 도넛처럼 보이죠. 최대 초속 1m 이상까지 빨라지기도 하다가 물방울은 어느 순간 ‘펑’ 터져버립니다. 너무 빠르게 회전해서 원심력이 커지면, 물방울을 붙잡고 있던 표면장력의 힘을 이기고 터지는 거죠.


     연구팀은 어떻게 이걸 발견했나요?
    스위스 에퀴블렁의 ‘모래길’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자연 상태의 물방울을 우연히 목격했대요. 실험실로 가서 그 모습을 재현한 겁니다. 실험실에서는 1.2m 길이의 건조한 모래판을 30도 각도로 기울여 두고, 인공 빗방울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굴러가면서 얼마나 많은 모래를 옮기는지 정밀하게 측정했죠. 그 결과, 초기에 물방울이 땅에 떨어져서 탁 튀며 흩어지는 모래보다, 굴러 내려가면서 옮기는 모래가 최대 10배나 많았습니다.

     

     이 발견을 어디에 써먹을 수 을까요?
    토양 침식 모델을 완전히 다시 봐야 할 계기를 줬어요. 농업에서 토지를 관리하고, 어느 지역이 침식에 취약한지 파악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계획을 세울 때 모두 이런 모델을 씁니다. 물방울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흙을 옮기는지 정확히 알아야 더 나은 대책을 세울 수 있어요. 또 모래공이 만들어질 때 초기 조건만 조정하면 액체와 입자가 스스로 섞이는데, 이게 에너지가 적게 드는 과정이라 재료과학, 생명공학, 제약, 식품 산업 등에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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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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