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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삼양과 극한지구 살리기 위한 ‘웃기는’ 과학을! 제1회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

한국인은 밥심으로 삽니다. 따끈한 밥 한 공기면 마음이 든든해지는 모습만 봐도 그렇죠. 기후위기 때문에 지구에서의 삶은 앞으로 더 팍팍해질 거라고 해요. 그럴 때,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합니다. 2025년 삼양라운드스퀘어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주최한 ‘제1회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는 청소년들이 미래에 찾아올 극한 환경에서도 맛있는 한 끼를 먹을 방법을 제안하는 푸드테크 경진대회입니다. 대회에서 소개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을 만나보세요.

 

 

▲삼양라운드스퀘어
2025년 11월 9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제1회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 결선. 참가팀인 ‘불닭로켓단’이 외계인 복장으로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결선의 사회를 맡은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다.

 

2025년 11월 9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외계인이 발견됐습니다. 외계인은 무대에 당당히 서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외계인에 의하면 먼 훗날, 한국 우주과학자들은 외계 문명과 교류하기 위해 거대한 전파 송신 위성을 띄울 거라고 합니다. 불닭볶음면의 맛을 전파로 변환한 다음, 이 전파 송신 위성을 통해 우주에 퍼뜨릴 거라고도 했습니다. “맛있는 냄새에 반응하지 않을 생명체가 과연 있을까요? 불닭볶음면의 향기로 인류와 외계 문명이 평화롭게 교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외계인이 말했습니다.


아, 물론 진짜 외계인은 아니고요. 2025년 개최된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 결선에 진출한 중학생 팀 ‘불닭로켓단’의 발표 내용입니다. 엄태이, 김승재 학생은 외계인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설명했죠. 불닭로켓단 팀은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불닭볶음면을 먹고, 그 맛을 전 우주에 전할 푸드테크 아이디어를 기획했습니다.


푸드테크란,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단어로, 식재료를 만들고, 유통하고, 가공하고, 요리해 판매하기까지 전 과정에 적용되는 기술을 말합니다. 우리는 기후변화와 우주개발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농업 환경은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지구 밖 극한 환경에서도 먹거리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죠. 쉽게 말해서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을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입니다.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습니다.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는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극한의 기후환경에서 활용될 푸드테크를 상상하게 하는 대회입니다. 창의성과 통찰력, 그리고 유머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소년들이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기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높은 문턱에도 불구하고, 2025년 5월 2일부터 6월 20일까지 진행된 모집 기간 동안 전국에서 84팀의 청소년이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대회 예선 1차는 기획서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어 2025년 8월 30일 진행된 예선 2차는 예선 1차 합격팀의 발표를 평가했고, 2025년 11월 9일 진행된 결선에서는 예선 2차를 통과한 중학생 7팀과 고등학생 7팀이 발표를 진행하고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청소년들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를 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자세는 진지했습니다.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죠.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은 통각을 통해 전달되는데요, 전파 신호를 수신한 외계인이 지구에서 전파를 이용해 집단 테러를 가했다고 받아들이면 어쩌죠?” 한 심사위원의 지적에 불닭로켓단 팀은 잠시 주춤하더니 “불닭볶음면의 맛을 전파 신호로 보낼 때 인간들이 불닭볶음면을 즐겁게 먹는다는 사실도 함께 전달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심사위원은 “아이디어가 재밌는데,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연락해 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라고 해야겠다”며 웃었습니다.

 

▲삼양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은 1963년 삼양이 한국전쟁 이후, 극심한 식량난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 한국인들을 배불린 혁신적 시도의 결과물이었다.

 

 푸드테크 
밥심은 언제나 우리를 살릴 테니까

 

라면을 먹어보지 않은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한국에서 라면이 처음 출시된 시기는 1963년이었습니다. 전중윤 당시 삼양식품 회장은 한국전쟁 이후, 쌀 생산량이 부족하고 식량난에 허덕이는 한국인들을 위한 음식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면 제조 기술을 들여온 것이 오늘날의 라면이 됐습니다. 식량난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 이것도 푸드테크라고 볼 수 있겠죠.


불닭볶음면 좋아하세요? 눈물 콧물이 줄줄 나는 매운 맛에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불닭볶음면은 사실 2012년 처음 출시됐을 땐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매운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풉니다. 따라서 아주 매운 라면을 만들자는 무모한(?) 푸드테크 아이디어가 바로 불닭볶음면입니다. “이렇게 매운 걸 누가 먹어”란 반발을 뚫고, 2026년 현재는 해외에서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바삐 돌아가는 현대 사회,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불닭볶음면은 즐거운 일탈이 됐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상상은 때론 누군가의 세상을 구합니다.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을 통해 이 말을 증명한 삼양이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를 연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참가자들은 한파, 폭염, 가뭄, 홍수, 미세먼지, 토네이도, 식량부족 등 미래에 찾아올 수 있는 온갖 극한 환경 속에서 든든한 한 끼를 대접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되기만 하면, 인류에게 ‘밥 굶을 걱정’은 필요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창간 40주년을 맞은, 과학에 진심인 과학동아는 최우수상과 대상을 수상한 4팀의 아이디어를 과학덕후 특유의 호기심으로 찬찬히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과학적으로 설계돼 있는지 각 팀의 기획서를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팩트체크 해봤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학동아도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결국 살아남을 거고요, 맛있는 밥을 먹을 거예요.

 

▲GIB
식물의 뿌리를 공기 중에 노출시키고 영양분이 포함된 물을 분무하는 분무수경은 수자원이 부족해지는 미래에 식물 재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가뭄  
땅이 메말랐을 땐, 버스에서 채소를 키워요

 

2025년 여름, 강원 강릉에는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이런 가뭄은 기후위기 속에서 더 자주, 더 심하게 찾아올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수소차에선 물이 나옵니다. 수소(H)가 산소(O)와 결합하면 물(H2O)이 되기 때문이죠.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에서 중등부 최우수상을 차지한 ‘에네넨’팀은 수소버스에서 나오는 물로 채소를 키우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이름하여 ‘H2Oasis 버스’입니다.


“기후위기로 가뭄이 심해지면서, 농작물 생산에 필요한 물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때 수소차에서 배출된 물이 그대로 버려진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 물을 사용해 작물을 재배하면 어떨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에네넨 팀이 제출한 기획서에 적힌 내용입니다.


에네넨의 팀장인 정아인 부산 센텀중 1학년 학생은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물을 아끼기 위해 분무수경 방식을 떠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식물을 흙이 아닌 물 속에서 키우는 ‘수경재배’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담액수경과 분무수경입니다. 담액수경은 식물을 영양분이 녹아 있는 물 속에 담가 키우는 방식입니다. 한편 분무수경은 식물의 뿌리를 공기 중에 노출시키고, 영양분이 포함된 물을 분무해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죠.


에네넨은 여기에 더해 탑승객의 건강 상태나 부족한 영양소를 분석해 필요한 작물을 추천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도 제안했습니다. 버스가 곧 마트의 신선채소 코너가 되는 식입니다. H2Oasis 버스에 필요한 모든 전력은 버스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얻고요.


정아인 학생은 “경북 포항에 있는 스마트팜 연구소에 무작정 연락해서 팀원들과 같이 견학을 갔다”면서 “그곳에서 분무수경은 노지재배에 비해 물을 90% 절약하고, 담액수경에 비해 물을 60% 절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에네넨의 아이디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정대호 연암대 스마트원예계열 교수는 “농업 분야에서 ‘현실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자연스레 경제성을 따진다”면서 “경제성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H2Oasis 버스는 여러 약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우선 버스 위에 수경재배 장치를 올리면, 무게가 늘어나므로 버스가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할 겁니다. 버스가 운행을 하지 않을 때에는 물이 생산되지 않을 테니까 멈춘 버스에선 식물이 물을 굶어야 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죠. 식물이 태양광을 받아 자라야 하므로, 버스 위에 올릴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의 면적엔 한계가 있을 겁니다.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이 H2Oasis 버스의 스마트 작물 재배 시스템을 운영하기에 충분치 않을 수도 있죠.


현실의 벽은 역시나 높았습니다. 그렇지만 물을 아껴 식물을 키울 방법을 찾으려 했던 에네넨 팀의 고민은 실제로 과학자들이 하는 고민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입니다. 정 교수는 “밀폐된 상태로 운영하는 수직농장에서는 식물이 증산작용을 통해 공기 중에 내뱉는 물까지도 재사용하면서 물을 아낀다”고 설명했습니다.


식물을 키울 때 사용하는 인공 조명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습니다. 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조명을 껐다 켜길 반복하는 ‘펄스광 기술’도 있습니다. 광합성을 하는 데 참여하는 효소들이 빛을 받아 화학반응을 일으키기까지는 수십 마이크로초(µs·1µs는 100만 분의 1초)의 시간이 듭니다. 효소가 일하는 시간 동안엔 빛이 연속적으로 들어올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수 마이크로초 주기로 불을 껐다 켜겠다는 게 펄스광 기술의 골자입니다. 


이런 발상은 겉으로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영역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점까지 파고드는 집착이 과학을 굴러가게 합니다. 에네넨 팀의 접근도 그런 면에서 과학자의 고민과 닮아 있습니다.

 

먹는 제습제 ‘마시드랍’의 원리
▲박주현, Nano Banana
제1회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 고등부 최우수상을 차지한 ‘쟤네 마시드랍 마시드랑’ 팀은 염화암모늄이 물에 녹으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반응에 착안했습니다. 

 


컵을 두 개 겹친 다음, 이 사이에 염화암모늄을 넣습니다. 그 다음 염화암모늄에 오염된 물을 넣습니다. 그러면 염화암모늄이 녹으며 컵이 차가워지고, 주변 수증기가 안쪽 컵 표면에서 응결하죠. 이렇게 모은 물을 젤라틴 등 고흡수성 식재료에 부어 수분이 많은 젤리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입니다.


 홍수  
물이 많은데, 물이 없는 아이러니를 극복하기

 

홍수가 나면, 외려 마실 물이 부족해집니다. 강, 하수구, 공장, 축사,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온 물이 한데 섞이기 때문입니다. 습기도 많아, 곰팡이나 병원성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죠. 고등부 ‘쟤네 마시드랍 마시드랑’ 팀은 이 아이러니를 해결하기 위해 ‘마시드랍’이라는 먹는 제습제 젤리를 떠올렸습니다.


마시드랍의 핵심 원리는 습한 장마철, 얼음이 가득 든 컵 바깥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과 동일합니다. 수증기가 차가운 표면 주변에서 열을 잃고 응결하는 거죠. 그런데 홍수가 난 재난 상황에서 마실 물도 없는데 차가운 얼음은 당연히 없겠죠. 이 지점에서 염화암모늄(NH4Cl)이 등장합니다.


염화암모늄은 학교 화학실험에서도 많이 다루는 화학물질인데요, 고체 상태에선 흰색 가루처럼 생겼습니다. 염화암모늄은 물에 녹으면서(용해), 주변의 열을 흡수해요. 그럼 염화암모늄 용액이 차가워지죠. 쟤네 마시드랍 마시드랑 팀의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보온병처럼 컵이 두 겹 겹친 모양의 용기를 준비합니다. 바깥쪽 컵과 안쪽 컵 사이 빈 공간에 염화암모늄을 넣어요. 안쪽 컵 속에는 바질시드, 젤라틴, 나노셀룰로오스 등 고흡수성 식재료를 넣습니다. 


자, 이 상태에서 염화암모늄이 들어있는 빈 공간에 마실 수 없는 흙탕물을 부어요. 그러면 염화암모늄이 용해하면서 컵 안쪽에 이슬이 맺힐 겁니다. 고흡수성 식재료가 이 이슬을 포집하는 식이죠. 고흡수성 식재료에 설탕이나, 프로틴 파우더를 미리 섞어 놓으면 수분도 보충하고, 필수 영양소도 챙기는 식량이 탄생하겠죠.


차가운 물질의 표면에 물이 맺히게 해서 식수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2024년 한국기계연구원 자연모사연구단의 임현의 연구단장과 오선종 책임연구원은 이 방식을 이용해 휴대용 물 수집기를 개발했습니다. 물 수집기를 가방처럼 메고 다닐 수도 있죠.


임 단장과 오 책임연구원에게 쟤네 마시드랍 마시드랑 팀의 연구계획서를 보내 봤습니다. 임 단장은 “물 수집기에 관심이 있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학생들이 있다니 무척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 책임연구원은 “학생들이 재난 상황에서 물 자체가 아닌 섭취가능한 형태의 젤리로 수분을 보충한다는 관점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한 점은 매우 독창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젤리에 전해질 보충까지 결합하면, 이온젤리란 이름으로 응급·야외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염화암모늄에 한번 물을 부으면 끝나는 일회성 방식이라는 한계점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임 단장은 “염화암모늄은 수용액 상태에서 비료로 활용할 수 있고, 염화암모늄 수용액을 태양열로 건조하는 등 재사용 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쟤네 마시드랍 마시드랑 팀의 김현성 학생(인천과고 1학년)은 인터뷰를 통해 “나미브 사막 딱정벌레의 등딱지를 마시드랍에 이용한 점에 주목해 달라”고 강력하게 말했습니다. 


김현성 학생은 원래 곤충과 생체 모방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나미브 사막 딱정벌레는 등딱지의 친수성 돌기와 소수성 표면을 이용해 공기 중 수증기를 포집합니다. 안개가 낀 날, 수증기가 등에 맺힙니다. 등딱지 표면은 소수성이라 물이 잘 흡수되지 않아요. 이렇게 흡수되지 않은 물방울은 친수성이라 물방울이 잘 달라붙는 돌기에 모이죠. 이렇게 모인 물방을을 마시는 것이 나미브 사막 딱정벌레의 생존방식입니다. 그 덕에 메마른 사막에서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착안해 마시드랍 컵에 미세한 돌기를 적용하겠다는 게 김현성 학생의 ‘킥’입니다.


기자는 나미브 사막 딱정벌레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김현성 학생을 보며 “이런 열정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선 진행을 맡은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는 쟤네 마시드랍 마시드랑 팀의 발표를 보고 “이 팀의 아이디어는 극한 환경에서 활용할 적정기술의 좋은 예시”라면서 “심사위원들도 마시드랍을 사업 아이템으로 보고, 보완할 부분을 말해줬다”고 평했습니다.

 

▲Shutterstock


 폭염  
작열하는 햇빛 아래 목숨을 구할 ‘한 입’

 

대회 고등부 대상을 차지한 ‘아쿠아펄’ 팀은 예선 2차 발표부터 모든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탄탄한 배경지식과 실험을 통한 아이디어 검증까지 완벽한 팀이었거든요. 이들은 먹을 수 있는 물병으로 널리 알려진 ‘오호(Ooho)’에서 더 발전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오호는 영국 런던 왕립예술대 연구팀이 개발한 물주머니 입니다. 해초추출물인 알긴산나트륨과 식품첨가물로도 쓰이는 젖산칼슘이 만나면 알긴산칼슘으로 된 질긴 젤리가 탄생해요. 이 젤리 안에 물을 넣은 것이 바로 오호입니다. 통째로 입에 넣어 씹으면 젤리가 터지며 그 안에 들어있는 물을 마실 수 있죠. 젤리도 물론 먹을 수 있습니다.


아쿠아펄 팀은 오호가 통째로 먹을 수 있는 물이란 점에선 좋지만, 겉껍질이 쉽게 상해 오래 보관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오호엔 별다른 영양소가 들어 있지도 않고요. 그래서 아쿠아펄 팀은 알긴산나트륨과 펙틴을 섞은 용액을 젖산칼슘에 넣어 알긴산칼슘과 펙틴칼슘이 섞인 복합 성분의 젤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안에 필수영양소를 넣은 물을 담겠다는 게 아쿠아펄 팀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아쿠아펄 팀은 알긴산나트륨만 쓴 경우와 알긴산나트륨과 펙틴의 비율을 7:1, 3:1, 1:1로 혼합해서 만든 경우에 아쿠아펄이 얼마나 수분을 잘 저장하는지 비교했어요. 만든 아쿠아펄을 12일간 두고 매일 아쿠아펄의 무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했죠. 아쿠아펄이 더 빠르게 가벼워질수록 수분을 많이 잃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알긴산나트륨과 펙틴의 비율이 7:1일 때 수분을 가장 잘 저장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냈어요.


직접 먹어 보기도 했습니다. 아쿠아펄 팀은 대회 본선에서 알긴산나트륨의 비율이 높을수록 비닐 같은 식감을 가졌고, 펙틴 비율이 높을수록 젤리 같은 식감이 나타났다고 발표했죠. 아쿠아펄 팀의 조승범 학생(민사고 2학년)은 “원래 알긴산나트륨은 비린 맛이 나는데, 상큼한 맛이 나는 펙틴을 섞으니 맛도 더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항균 효과를 더하기 위해 겉표면을 키토산으로 코팅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키토산으로 코팅한 아쿠아펄이 잘 썩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을 연구하는 김효정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아쿠아펄 팀의 기획서를 보고 “학생들이 낸 아이디어가 무척 훌륭하다”면서 “알긴산칼슘과 펙틴칼슘을 섞어 만든 복합 성분의 젤리가 잘 굳을지, 젤리 안에 순수한 물이 아닌 영양소가 들어있는 물을 넣을 때 젤리의 형태가 잘 유지될지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원은 “현재 키토산이 들어있는 뼈대를 이용해 배양육을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인 만큼, 푸드테크에 키토산은 중요한 성분”이라고 덧붙였죠.


이 이야기를 조승범 학생에게 들려줬습니다. 아쿠아펄 팀의 아이디어가 무척 좋았다는 말을 듣고도 조승범 학생은 “사실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가 사실 먼 미래 기후 환경을 가정하고, 그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상상해보는 대회잖아요. 저희는 너무 바로 앞 미래를 생각하고 지금도 당장 만들 수 있는 음식에 대해 연구를 했던 것 같아요. 알지네이트는 물을 정화하는 데도 사용하는 물질인데, 아쿠아펄로 물을 정화하겠다는 아이디어 등 조금 더 많은 상상력을 펼쳐 먼 미래를 그려봤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상 팀답게 계속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멋진 모습이었죠.

 

▲Notpla
먹는 물병 ʻ오호’
알긴산나트륨과 젖산칼슘을 반응시키면 ʻ알긴산칼슘’으로 된 젤리가 탄생한다. 이 안에 물을 담은 ʻ오호(Ooho)’는 플라스틱 물병의 친환경적인 대체재로 꼽힌다.

 

시간에 따른 아쿠아펄의 수분 저장량
▲아쿠아펄
‘아쿠아펄’ 팀은 젤리 주머니에 물을 담은 다음, 키토산을 코팅한 아쿠아펄이란 아이디어를 냈다. 키토산 코팅은 항균 효과와 수분 손실 방지 효과가 있다. 이 점을 아쿠아펄 팀은 실험으로 검증했다. 키토산 코팅이 없는 아쿠아펄과, 젤리 층에 키토산을 넣어 만든 아쿠아펄(키토산 함유), 젤리 층 바깥에 키토산을 코팅한 아쿠아펄을 제작한 뒤 각각의 중량 변화를 12일에 걸쳐 측정했다. 중량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키토산 코팅이 수분을 덜 잃는다.


 감성  
정말로 따뜻한 밥 한 술은 마음에서 오기에

 

중등부 대상을 수상한 M.S.G 팀은 결선 진출팀 중에서 가장 특별한 아이디어를 냈어요. M.S.G 팀은 극한 환경에서 살아갈 사람의 마음을 생각했거든요. M.S.G 팀은 일본 기업 기린홀딩스가 일본 메이지대와 협력해 개발한 ‘전기 소금 숟가락’을 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전기 자극을 통해 짠맛을 느끼게 해주는 숟가락이죠. 이들은 이 숟가락에 홀로그램과 생성 AI를 결합하겠다는 기획을 했습니다.
“극한 환경에서 혼자 살아남아, 살아갈 의지를 잃었더라도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스푼입니다. 이 스푼은 음식의 맛을 살려주고, 사용자의 체온, 심박수 등을 측정해 영양 상태를 고려한 식단을 짜 줍니다.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홀로그램을 통해 보여줘, 위로를 줄 수 있는 기능도 담고 있습니다.”


M.S.G 팀의 이채원 학생(경기 구성중 1)은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소울 푸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비바람이 불고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가운데 고립되더라도, M.S.G 팀의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습니다. 숟가락에 AI 챗봇과 홀로그램 기능이 탑재돼 있으니, 언제 어디서든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밥을 먹는 기분이 들 거예요. 


그런 M.S.G 팀의 기획서를 보고 박재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최근 확장현실(XR) 기기에 많이 사용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패널을 숟가락 목 부분에 부착하고, 그 위에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는 반투명 거울을 설치한다면 가능해질 기술”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형태의 홀로그램은 반투명 거울을 이용해 간단하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이미지를 만드는 유사 홀로그램”이라면서 “엄밀한 의미의 홀로그램은 빛의 진폭과 위상을 동시에 조절해 입체 영상을 표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래 과학자를 위한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홀로그램과 공간 확장형 디스플레이를 연구 분야는 광학, 디스플레이 소자, 인간의 지각 능력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만나는 융합 분야입니다. 가상의 존재를 현실 세계로 불러오고, 인간의 감각과 인지를 확장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큰 보람이 있을 겁니다. 미래의 시각 경험을 설계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홀로그램 장치를 결합한 숟가락 아이디어로 중등부 대상을 수상한 M.S.G 팀이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 본선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상상력  
청소년이여, 크고 이상한 꿈을 꿔라!

 

“상상력은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돌이킬 수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아직 상상력을 잃지 않았을 때 충분히 드러내면 좋겠어요. 상상력 하나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경험을 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는 창의성이 굉장히 중요한 대회예요. 창의력을 잣대 하나로 잴 수는 없으니까, 수상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결과에 대해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두 이제 시작이니까요.”


11월 9일 시상식을 앞두고 한 심사위원이 전한 말입니다. 청소년들에게 푸드테크의 미래를 묻는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의 2025년 대상 수상자들은 2026년 2월, 영국으로 해외 연수를 떠납니다. 수상자들은 영국에서 찰스 스펜스 옥스퍼드대 교수와 함께 식사를 할 겁니다. 스펜스 교수는 음식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연구하는 실험 심리학자입니다. 감자칩을 씹을 때 ‘바삭’하는 소리가 높은 톤으로 잘 들릴수록 사람들이 더 맛있게 느낀다는 연구로 2008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엉뚱한 과학을 즐기는 연구자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인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그야말로 특별한 식사가 될 거예요. 그 외에도 런던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방문하는 등 다양한 일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상한 아이디어라면 나도 뒤지지 않는다. 나는 먹는 걸 아주 좋아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청소년이라면,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 수상자들처럼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죠. 당신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구할 수도 있으니까요. 한 심사위원이 남긴 말으로 긴 글을 마무리합니다.
“상상하고, 직접 연구해보는 경험은, 개개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삼양 라운드스퀘어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의 심사위원들은 대회 예선 2차와 결선에서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를 꼼꼼히 살피고 피드백을 해 줬다.

 

 

이보다 과학적일 순 없다!
결선 아이디어 뜯어보기

 

제1회 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에선 극한의 기후에서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할 음식과 이와 관련된 기술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심사를 통해 중등부, 고등부 각각 7팀, 총 14팀이 결선에 진출했죠. 이중 고등부 대상을 차지한 ‘아쿠아펄’ 아이디어를 비롯해 불닭볶음면의 향기로 외계인과 교신하겠다는 ‘불닭겔팡’, 단열 팽창이란 물리 원리를 활용해 차가운 사탕을 만들겠다는 ‘더위사냥’을 소개합니다.

 

불닭로켓단 중등부

 

스파이시웨이브(SpicyWave)   불닭 향기 전송 위성 시스템


➀ 향기 디지털 변환 기술: 불닭향을 화학 센서로 감지해 전자기 신호로 변환
➁ 신호 송신 위성: 향기를 변환한 전자기 신호를 라그랑주점(L4)에 고출력 안테나로 발사하는 위성 배치
➂ 외계 신호 수신: 위성에 외계 문명의 반응을 수신할 수 있는 감지기와 광학 카메라를 설치. 외계 반응 신호를 추적하고 이를 지구로 전송

 

 

 

아쿠아펄 [대상] 고등부

 

재수화   rehydration
젤리를 건조해 비상식량으로 활용. 젤리를 건조한 뒤 다시 물에 담가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재수화가 가능하다면 아쿠아펄을 비상식량으로 활용 가능

 

 

더위사냥 고등부

 

저압의 CO2   단열팽창
이산화탄소(CO2)를 대기압의 약 3배 수준의 압력으로 저장. 깨물면 사탕이 깨져 생긴 좁은 틈으로 CO2가 빠져나오며 냉각됨. 소량의 CO2는 체내에 쌓이지 않고 배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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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김태희
  • 디자인

    박주현
  • 일러스트

    mi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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