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에서 잉크를 내보내는 입구인 노즐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유리로 만든다. 금속으로 만든 노즐은 얇게 만들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플라스틱 노즐은 얇고 정교하게 만들기 어렵다. 유리 노즐은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11월 19일 창홍차오 캐나다 맥길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모기 주둥이인 침을 이용해 이 단점들을 극복한 3D 프린터 노즐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뱀의 송곳니와 전갈 침 등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동물의 부위에서 새로운 3D 프린터 노즐의 재료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던 중 암컷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의 주둥이가 튼튼하면서도 얇고 곧아서 적은 힘으로도 혈관을 뚫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냈다. 이집트숲모기 침의 지름은 20~25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로, 지름이 약 30μm인 3D 프린터 금속 노즐보다 얇다. 모기 침의 강성(물체가 변형에 저항하는 세기)은 200MPa(메가파스칼·100만 파스칼)로 콘크리트의 강성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3D 프린터 노즐을 모기의 침과 연결했다. 프린터의 전원을 켜 작동시킨 뒤 모기 침이 파손되는지 관찰했다. 잉크가 모기 침 끝에서 말라 굳으면 침이 막히면서 내부 압력이 59.7kPa까지 올라 모기 침이 견디지 못하고 깨졌다. 잉크의 점도가 높아도 잉크가 침 안에 머물면서 압력이 708kPa까지 올라 침이 파손됐다.
연구팀은 이 수치를 고려해 잉크의 압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잉크가 노즐에서 나오는 속도와 노즐이 움직이는 속도를 조절했다. ‘잉크가 나오는 속도’를 ‘노즐이 움직이는 속도’로 나눈 값이 1을 넘지 않도록 만들면 모기 침이 파손되지 않았고, 잉크가 모기 침에서 나오다가 끊기는 일도 없었다. 연구팀은 이렇게 해서 잉크의 선폭을 22μm보다 얇게 인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금속 노즐보다 수백 배 저렴한 비용으로 노즐을 만들 수 있었고, 기존 3D 프린터보다 2~3배 더 뚜렷한 이미지를 인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논문에 “앞으로도 생물에서 나온 소재를 다양한 공학 기술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doi: 10.1126/sciadv.adw99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