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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진단하거나 신약 후보 물질을 시험할 때는 모두 사람의 세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게 홀로그래픽 이미징 기법입니다.”


문인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가 이끄는 지능형이미징및비전시스템연구실로 들어서자 홀로그래픽 이미징 시스템이 눈앞에 펼쳐졌다. 중앙을 차지한 이 시스템 주변으로 연구원 9명의 책상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문 교수는 “홀로그래픽 이미징을 이용해 세포의 3차원(3D) 데이터를 얻어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장근육세포 박동 정확히 측정 


홀로그래픽 이미징(영상)은 흔히 홀로그램(hologram)으로 불린다. 정확하게는 홀로그래피(holography) 기술로 만든 재생 가능한 기록 영상이 홀로그램이다. 빛의 세기와 위상 정보 모두를 뜻하는 ‘holo’와 기록한다는 뜻의 ‘graphy’가 합쳐져 ‘전체를 기록한다’는 의미가 됐다. 


홀로그램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건 1960년대였다. 홀로그램의 원리를 알아낸 헝가리 출신의 영국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는 1971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1977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의 첫 시리즈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에서는 주인공 레아 공주가 악당 다스베이더에게 잡혀있는 상황을 로봇(R2-D2)을 통해 홀로그램으로 전달했다. 


문 교수는 “빛이 물체를 투과할 때 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회절 패턴이 달라지고, 이를 카메라로 찍어 입체적으로 복원하면 홀로그래픽 영상을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세포에 적용하면 세포 내부의 유전물질이나 단백질에 따라 세포의 상태가 변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팀은 홀로그래픽 이미징 기법으로 세포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2012년부터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로잔의대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적혈구와 심장근육세포의 상태 변화와 약물 반응성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가령 홀로그래피로 적혈구를 촬영해 위상정보를 복원한 뒤 입체 영상으로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세포막의 운동성, 밀도는 물론 세포 내 수~수십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DNA와 단백질 분자들의 움직임까지 확인했다. 


특히 2015년에는 심장근육세포의 홀로그래픽 영상을 확보한 뒤 심장박동기의 상승 시간과 하강 시간, 박동률, 박동 기간 등을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해 국제학술지 ‘옵틱스 익스프레스’에 발표했다. doi: 10.1364/oe.23.013333 


일반 심장근육세포는 몸속에서 1분간 약 60번 박동한다. 문 교수는 “몸 밖에서 유도만등줄기세포로 분화시킨 심장근육세포는 1분간 20~30회만 박동한다”며 “여기에 약물을 처리했을 때 박동 수 변화와 효과 지속 시간 등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올해 문 교수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수십 개의 심장근육세포를 배양한 뒤 이들의 박동 리듬이 동기화되거나 불규칙해지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doi: 10.1364/BOE.10.000610 


이를 이용하면 신약 개발의 첫 단계에서 약물 후보물질에 대한 세포 수준의 반응성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문 교수는 “향후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국내외 의료진과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최근 암을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암세포 식별 연구도 시작했다. 폐나 대장, 신장 등 신체 장기에서 발현되는 암세포는 각각 서로 다른 단백질 지표를 갖고 있다. 그는 “홀로그래픽 이미징 기법으로 암세포를 촬영해 특성을 분석하면 암세포가 어떤 상태인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등의 정보를 약 80% 이상의 정확도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문 교수팀은 분석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홀로그래픽 이미징 기법을 발전시키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홀로그래픽 이미징 기법에 형광 이미징 기법을 결합한 것이다. 형광 이미징 기법은 원하는 위치의 영상을 얻기 위해 형광 표지 물질을 처리한다. 


문 교수는 “현재 이 기법으로 암세포의 식별 정확도를 93%까지 끌어 올렸다”며 “향후 실제 환자들의 암세포 데이터를 축적해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학습시키면 실제 암 진단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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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김진호기자 기자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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