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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과학동아가 선정하는 이달의 책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사람이 여든 살에 태어나 점차 열여덟 살로 젊어진다면 인생은 대단히 행복해질 것”이라는 말로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일이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장 오래 공유한 행복의 기준인 셈이다. 지금도 이 욕망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행복을 찾기 위한 인류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고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의 효험을 확인했다. 고대 그리스의 군의관 페다니우스 디오스코리데스는 600여 종의 약초를 감별하는 법과 치료 효과를 집대성해 ‘약물에 대하여’를 썼고, 서양에서는 1500여 년 동안 이 책을 바탕으로 약을 써왔다.

 

18세기 이후 과학이 발달하면서 질병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약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약을 발견한 뒤 항상 핑크빛 미래가 따랐던 것만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기득권의 비난과 음모론에 시달려야 했고,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18세기 중반 유럽 도시에서는 의사들이 시체를 만진 손을 씻지 않고 분만실에 들어가는 바람에 수많은 산모가 산욕열로 사망했는데, 간단한 소독만으로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이론이 받아들여지기까지 100년이 더 걸렸다.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는 세계적인 독성학자인 저자가 이처럼 약이 없어 고통 받던 시절부터 평균 수명 80세를 바라보는 현재까지, 질병에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이 ‘약’으로 꽃피운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마취제, 백신, 항생제 등 인류를 구한 위대한 약뿐 아니라 아편, 탈리도마이드, 가습기 살균제 등 생명을 위협한 약까지, 약이 어떻게 약이 됐고 또 어떻게 독이 됐는지 자세히 살핀다.

 

결국 모든 약의 발견에는 생명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과 끈질긴 탐구가 있었다. 이 책에 담긴 것은 약에 대한 이야기지만, 죽음과 질병을 막으려는 간절한 바람이 미신에서 과학으로 진화해 온 방대한 인류사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사실이라고 믿는 명제도 언제든 틀릴 수 있다. 건강과 행복을 위해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할까. 책에서 단서를 얻어 보자.

 

 

“나치 전범은 악마 같은 사이코패스였을까”

 

8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로 유혈사태가 벌어져 3명이 사망하고 수 명이 다쳤다. 세계 지도자들은 이들을 나치 전범에 비유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단호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처럼 전세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강력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악마와 같은 사이코패스일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연합국은 나치 전범들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전범 재판이 열린 뉘른베르크에 정신과 의사 더글러스 켈리와 심리학자 구스타브 길버트를 파견했다. 이들은 당시 최신 심리검사 기법으로 전범들의 심리에 대해 연구하고 기록을 남겼다. ‘악의 해부’는 이 연구 자료를 토대로 나치의 주요 전범 네 명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저자가 이미 밝히고 있듯, 이 같은 시도가 악의 심연을 비춰주지는 못한다. 다만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비극을 다시 환기하는 데 의의가 있다.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 이후 진행된 다양한 사회심리학 실험으로부터 우리는 지시에 따르는 무조건적 복종에 대항해 생각하려는 노력과, 방관자적 무관심을 깨는 작은 용기와 관심만이 곰팡이처럼 퍼져나가는 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오늘날 한국에도 유효한 교훈이다.

 

글 : 우아영 기자

과학동아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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