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이라는 건축물을 짓는 데 (여전히 미완성이지만) 기둥이나 벽돌이 된 숱한 발견들이 과연 교과서에 실린 것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에서 순탄한 과정을 거쳐 나온 걸까. 지금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인정받는 결과라도 발견 당시에는 당사자도 그 심오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거나 중요성을 알아차렸더라도 기존 학계에서 무시되거나 반발을 샀을 수 있다.”(저자 서문 中)
‘과학카페’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작가는 과학동아 기자로 일하던 2008년, 새로운 연재를 제안한다. 지금은 교과서에 실린 내용의 초기 논문을 우연히 몇 편 읽은 뒤 위와 같은 추측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연재가 바로 2012년 6월까지 이어진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생명과학’이다. 기자는 학생시절 이 연재 가운데 ‘마샤 맥클린톡의 월경 동기화 현상 발견’을 읽고는 맥클린톡처럼 학부 졸업논문을 네이처에 투고하는 훌륭한 과학자가 돼야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다짐과, 동시에 ‘이렇게 재미난 글을 쓰는 과학기자의 삶은 어떤 것일까’하는 막연한 동경을 품었더랬다.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는 그 연재를 묶은 책이다.
분자생물학 분야의 획기적인 논문들(1파트)을 시작으로 유전자(2파트), 진화(3파트), 생리학(4파트), 발생학(5파트), 신경과학(6파트) 등 분야별로 글을 엮었다. 7파트 ‘상식의 벽을 넘다’에는 주제를 떠나 기존 학계에 큰 충격을 준 논문들을 다뤘다.
생명과학이 급변하는 분야라는 게 책을 묶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연재한 글은 총 29편인데 그 중 한 편을 빼야 했던 것. ‘1998년 윌리엄 마틴의 진핵생물 기원의 수소가설 제안’이라는 글인데, 2015년 로키라는 신종 고세균이 발견돼 이 가설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모두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사연은 다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어떤 이는 해당 논문을 발표하자마자 스타 과학자 반열에 오른 반면, 어떤 이는 너무 급진적인 이론에 학계 사람들의 반발을 사고 심지어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좋은 과학자가 되는 길에 정석은 없다는 뜻일까. 맛깔 나는 글을 통해 생명과학의 기원을 탐험해보자. 여담인데, 이달 서평은 책을 선정한 뒤 글을 시작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책을 들었다가 그만 한참을 놓지 못해서다.

르네 바르자벨은 프랑스에 ‘SF’라는 용어가 정착하기 전, 그리고 아시모프를 비롯한 영미권 SF가 프랑스에 알려지기 전인 1940년대부터 SF를 집필하기 시작해 프랑스 SF의 선구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는 훗날의 평가이며, 당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 영화계 쪽으로 방향을 틀어 여러 영화의 대본을 집필했다. ‘시간의 밤’도 원래 영화로 기획했던 작품으로, 예산 문제로 영화 작업이 중단되면서 시나리오를 소설로 고쳤다. 그가 소설로 명성을 얻게 한 첫 작품인 셈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세계의 냉전 구도가 절정에 이를 무렵, 프랑스 남극탐사단은 빙하 1000m 아래에서 나오는 정체 모를 신호음을 포착한다. 국제탐사단이 긴급하게 꾸려지고, 노력 끝에 빙하 밑 금으로 된 구체에서 동면 중인 남녀 한 쌍을 발견한다. 그 중 먼저 소생시킨 여인을 통해 알게 된 90만 년 전 인류의 과학 문명에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인다.
작가는 단순히 호기심이나 흥미만 노리지 않는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과거 문명이 두 사람을 미래로 보낸 이야기의 전말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경고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바르자벨이 평생 몰두했던 전쟁의 공포나 사랑의 불멸성 같은 주제 의식이 집약적으로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