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개봉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7번째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에 이어 지난해 연말에는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까지 나오면서 스타워즈 골수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특히 1970년대 초보적인 그래픽기술로 보여줬던 홀로그램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선명하고 세밀해 지고 있다. 스타워즈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던 홀로그램은 지금 어디까지 가능할까.
정확히 40년 전인 1977년 2월,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이 개봉했다. 안타깝게도 영화에서 여주인공 레아 공주 역을 맡았던 배우 캐리 피셔는 지난해 말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났다. 본격 SF 시대를 이끈 문화계의 별이었던 그는 과학계에도 충격적인 바람을 일으켰다. 악당 다스베이더에게 잡혀 위험에 처한 자신의 상황을 로봇 R2-D2를 통해 홀로그램 영상으로 전달했던 장면은 특히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아날로그 홀로그래피, ‘멈춰있는’ 레아 공주 재현
홀로그램(Hologram)은 홀로그래피(Holography)기술로 만든 재생 가능한 기록영상을 의미한다. 홀로그래피란 말은 그리스어에서 나왔다. 빛이 가진 세기와 파동적 특징인 위상의 두 가지 정보 전체를 뜻하는 ‘Holo’와, 기록하다는 의미의 ‘Graphy’가 결합해 ‘전체를 기록하다’는 뜻이 됐다. 홀로그래피의 개념은 1947년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가 창시했다.
홀로그래피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60년 최초의 레이저가 만들어진 이후다. 홀로그래피 기술은 레이저 빛을 빔 스플리터를 이용해 둘로 가른 뒤 물체에 쏘아 반사되는 ‘물체광’과, 물체 옆에 둔 거울에 반사되는 ‘기준광’을 만든다. 이 두 빛이 섞일 때 생기는 간섭패턴을 필름과 같은 감광재료에 저장하는 것이 원리다. 그런 다음 필름에 기준광을 다시 쏘면 물체 없이도 필름에 기록됐던 물체광이 나와 원래 물체의 형태를 재현하는데, 이를 ‘아날로그 홀로그래피 기술’이라 부른다.
아날로그 홀로그래피 기술은 필름이라 불리는 은염(Silver-halide)이나 광중합체(Photopolymer)를 감광재료로 사용한다. 감광재료는 빛의 세기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위상 정보를 직접 획득할 수 없다. 때문에 홀로그래피를 구현하려면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위상 정보를 따로 얻어야 한다.



디지털 홀로그래피는 필름 대신 CCD 카메라로 촬영하고, 이 정보를 공간광변조기(SLM, 아래 사진)로 재생하는 기술이다. 기록된 간섭패턴이 그대로 재생되는 필름과 달리, 디지털 홀로그래피에서 데이터를 재생할 때 공간광변조기로 빛의 진폭이나 위상을 바꿀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날로그 홀로그래피의 한계로 지적됐던 데이터의 변형과 가공이 가능하다.
디지털 홀로그래피를 재생하는 SLM은 홀로그래피 원리로 기록한 데이터를 빛의 회절성을 이용해 3차원 공간에 띄우는 역할을 한다. 스크린에 강의나 발표를 할 때 사용하는 레이저 포인터를 생각해 보자. 스크린에 화살표나 동그라미 모양을 표현한다고 해서 이를 축소한 패턴이 레이저 포인터 끝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빛은 단순히 직진하는 것이 아니라 파동성으로 인해 장애물을 만나면 휘어져 퍼지는 ‘회절’ 현상을 나타내는데, 이 덕분에 레이저 포인터 모양이 된다.
디지털 홀로그래피도 마찬가지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SLM에 실리는 정보를 잘 조절하면, 빛의 회절 원리에 의해 원하는 위치에서 홀로그램 상이 나타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LM의 정보를 바꾸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동영상 홀로그램이 생긴다”며 “홀로그램의 화질과 시야각은 SLM의 픽셀 크기와 개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홀로그래피로 스타워즈 영화의 움직이는 레아 공주 홀로그램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영화 ‘아이언맨’처럼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홀로그램으로 바뀌게 하려면 홀로그래피 기술이 감지 기술과 결합해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3D 내비게이션, 홀로그램 증강현실 가능할까
홀로그래피 기술이 바로 응용될 수 있는 분야는 3차원 영상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상용화돼 있는 안경식 방식은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상을 만들어 입체감을 준다. 하지만 수정체의 두께 조절을 통해 인식되는 원근감(초점 조절)과 6.5cm 떨어진 두 눈에 맺히는 좌·우 상의 위치 차이로 생기는 원근감(양안 시차)의 정보가 서로 달라 피로감이 크다. 반면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3D 영상은 원래 빛의 파동을 똑같이 만들어 내는 기술이기 때문에 피로감이 생기지 않는다.
홀로그래피 원리를 이용해 렌즈와 같은 광소자에 기록했다가 SLM프로젝터로 재생하면 3D 디스플레이 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아날로그 홀로그래피의 장점과 디지털 동영상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병호 교수팀은 홀로그래피 기술로 렌즈를 일정한 간격으로 새긴 ‘씨스루(See-through) 스크린’을 제작해 지난해 8월 컴퓨터그래픽스 연례회의인 시그라프에서 발표했다. 물체의 상이 씨스루 스크린의 앞이나 뒤에 맺히게 해 입체감을 선사한다.
연구팀은 씨스루 스크린에 들어가는 광학 소자로 광중합체를 준비했다. 이 광중합체는 빛을 주면 간섭 무늬의 패턴에 따라 내부의 분자구조가 변형돼 굴절률이 변한다. 이 광중합체는 평소에는 투명한데, ‘씨스루’란 이름도 그래서 붙었다. 연구팀은 광중합체에 간섭패턴을 쪼여 잠자리 눈처럼 2차원으로 배열된 렌즈 기능을 하도록 설계했다. 이때 단위면적 당 렌즈의 개수가 많을수록 홀로그래피 영상의 해상도는 높아진다. 그리고는 공간광변조기(SLM)로 씨스루 스크린의 앞이나 뒤로 상을 띄웠다. 그 결과 3D영상의 입체감과 함께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피로감이 없는 홀로그램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 앞유리에 도로의 상황과 정보가 펼쳐지는 3차원 내비게이션이나, 무대 아래에서 반사시킬 필요가 없는 ‘진짜’ 홀로그램 공연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상 해상도가 낮고 360° 시야각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 등 다양한 한계점이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