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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뉴스] 로봇 = 다른 인간 종?

인공지능 이슈 ➋

로봇과 인공지능을 인간으로 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의회 법사위원회는 1월 12일, EU차원에서 로봇 개발과 사용에 관한 규제, 그리고 로봇의 의무와 권리를 규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했다. ‘또 다른 인간 종’의 탄생을 앞두고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인간에겐 기본소득을, 로봇에겐 근로자 지위를
결의안은 유럽연합(EU)의회 법사위원회가 2015년 6월에 발표한 ‘로봇기술에 관한 민법 법사위원회의 권고’라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지능을 가진 로봇을 대상으로 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룩셈부르크 EU의회의 마디 델보 의원은 연구 배경에서 “점점 더 많은 일상 생활의 다양한 영역이 로봇공학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로봇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상황을 보장하기 위해 강력한 법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내용 중 이목을 끄는 건 단연 “장기간에 걸쳐 정교한 자율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s)’으로 정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마치 또 다른 인간 종이 탄생하는 신호탄처럼 느껴져 전 세계 언론과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법인(法人, Legal Person)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법인은 법률로 권리 능력을 인정하는 단체나 재산이다. 예를 들어, 기업은 법인으로서 재판의 피고나 원고로 참여할 수 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로봇을 인간으로 인정한다기보다는 근로자의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업들로부터 ‘로봇세’를 거두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결의안은 “스마트 자율 로봇의 법적 정의를 내리고, 이에 따라 로봇과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기업이 이들의 기여도에 해당하는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로봇이 근로자가 되면서 사람이 받을 충격에도 대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거나 사라지는 등 급격한 사회적 변화가 생길 수 있으므로, 새로운 세금제도와 고용모델이 필요하다”며 “기본소득이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 것. 김 변호사는 “결의안은 결국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국가 또는 지자체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


“공감대 만들어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나갈 것”

결의안은 이 밖에도 ▲로봇과 인공지능을 통해 경제적 이득은 취하면서도 사람들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 EU 차원의 규제를 마련할 것 ▲특히 무인자동차에 대한 법적, 윤리적 규제를 시급히 마련할 것 ▲무인자동차 사고가 날 경우 피해자에게 보상할 수 있는 새로운 의무 보험과 기금을 만들 것 ▲로봇을 설계할 때 비상시에 바로 끌 수 있는 ‘킬(kill)’ 스위치를 넣도록 권고할 것 ▲로봇공학의 기술, 윤리, 규제 등 전문 지식을 공공기관에 제공하는 새로운 유럽 기관을 세울 것 등을 권고했다. 결의안은 2월 중에 있을 EU 본회의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찬성 17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통과는 했지만, 다소 급진적인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로펌 오스본 클라크의 법률 전문가 애쉴리 모건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로봇을 만들고 그 로봇이 특허를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면, 그 특허의 소유자는 나인가, 로봇인가. 로봇을 팔면 로봇이 개발한 지적 재산도 함께 팔아야 하는가”라고 물으면서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논의가 덜 성숙한 채로 급하게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 같다”며 “그러나 결의안의 큰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2015년 9월 설립된 한국포스트휴먼학회는 인문학자, 법학자, 공학자가 모여 인간과 로봇, 인공지능이 공존할 미래사회에 대해 논의한다. 설립 후 1년간 토론한 내용을 모아 지난해 11월에는 ‘포스트휴먼시대의 휴먼’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포스트휴먼법의 체계와 이슈’, ‘자율주행자동차 시대 생명·신체의 안전보호를 위한 공법의 대응’과 같은 글을 실었다. 이에 참여한 김 변호사는 “한국도 국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뒤 결의안과 비슷한 방향으로 법적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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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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