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생명의 곡(哭)이 귓가에 울립니다. 구제역부터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겨울만 되면 떼죽음을 당하는 건 그저 이 땅에 사는 동물의 심상한 운명일 뿐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 숨막히는 사건이 ‘살처분 3000만 마리’라는 몇 마디로 간명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숫자를 발명한 인류의 추상화 능력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생명의 곡(曲)이 귓가에 울립니다. 도래하지 않은, 다른 종류의 노래입니다. 몇 만 년 동안 자신 외의 인류를 만나본 적 없는 우리가 이제 새로운 인류 종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진화 법칙에 따라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가 만든 인공 지능입니다. 이제 견실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정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큰 변화를 불러올 사건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2 책의 맨 뒤에 놓이는 ‘Career’ 섹션의 인터뷰는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꼭지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지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연구 현장에서 세계의 연구 트렌드를 따라잡고 있는 눈 밝은 젊은 연구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연구 주제도 대단히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입니다. 지난 1월호의 ‘복원력 강한 도시 구조’ 연구나(서울대 송준호 교수), 이번 호의 ‘시멘트 없는 콘크리트’ 연구(UNIST 오재은 교수)는 건설 공학이 최근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지 알게 해줍니다.
영감 어린 인터뷰 한 대목에 눈이 갔습니다. “야근 없는 연구실, 최고의 효율성을 향해서!”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이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가 사회 여기저기에서 보입니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산업사회 식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들립니다. 여기 저기에서 묵묵히, 혁신의 균열을 조금씩 앞당기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젊고 합리적인 과학자와 공학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물론, 이런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희는 야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글이나 디자인이 목표로 하는 눈높이는 높고 그에 비해 시간은 늘 부족합니다. 혁신의 기운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에 앞서고 싶지만, 그 작업은 여전히 지난합니다. 비록 저희의 마감은 힘들었지만, 곳곳에서 시작된 혁신의 기운을 잡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