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에 기록된 지진을 분석해 보면, 한반도는 최대 규모 6.7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8일, 서울 용산 동아사이언스 사옥에서 열린 대중과학강연 ‘과학동아 지진 카페’에서 강연자로 나선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가 말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에, 한반도 남부를 가로지르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임을 최초로 주장했던 지진 분야의 석학이다.
“규모만 컸던 게 아니라, 매우 잦았습니다. 삼국시대부터 1904년까지 최소 2186번의 지진이 발생했죠. 지진은 함경도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도처에서 발생했습니다.”
발생 빈도는 대단히 불규칙했다. 15~18세기 조선 시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경상도 경주 등 16고을에 지진이 발생해 집이 모두 흔들렸다(중종실록 21년 8월 7일)” 같은 기록이 도처에 나온다.
이 교수는 “한반도는 결코 지진 안전지역이 아니다”라며 “통계적으로 추정해 보면, 지난 2000년 동안 규모 6.7의 큰 지진은 약 20회, 5.0 이상의 지진은 약 350회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믿은 것은, 계기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후 큰 지진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역사 기록에는 큰 지진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역사지진 연구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주 지진이 혹시 대지진으로 향하는 위험한 징조는 아닐까. 이 교수는 “전세계 지진의 98%는 판의 경계에서 발생하며 이런 지진이 파괴력도 크다”며 “한반도는 유라시아 판의 내부에 있으므로 큰 지진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필리핀판과 태평양판이 미는 힘 때문에 밀리는 힘을 받고 있으므로, 이힘에 의해 내부 활성단층에 균열이 생기며 지진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한반도에 지진이 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관측되는 지진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관측 기구의 성능 향상 때문에 미세한 지진이 검출된 결과일 뿐”이라며 “규모 3 이상의 큰 지진 관측 횟수는 거의 일정하다”고 잘라 말했다.
과학동아 카페는 과학동아가 연 8회 이상 개최하는 과학 강연 겸 토크콘서트다. 매달 표지 및 공지사항을 통해 주제와 개최 일시를 독자에게 알린다. 유료(2만 원) 행사지만 과학동아 정기구독자는 동반 1인까지 무료다. 11월 12일에는 2016년 노벨 과학상을 상세 해설하는 ‘노벨상 카페’가 열린다.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의 제자인 한정훈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를 비롯해, 화학상을 받은 분야인 분자기계의 대가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 교수(IBS 단장), 소포체와 후성유전학 분야의 석학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참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