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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역설



누군가 인간을 중상모략했음이 틀림없다.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것 같지도 않은데(사실은 아니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인간만이 지니고 있다고 믿었던 여러 특권적 지위가 깡그리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세상이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믿음이 깨졌다. 동물과는 다른 영적 존재라는 신념도 깨졌다. 땅에서 파올린 고인골 화석은 인류가 이성적 존재이기 이전에 두 발로 걷는 몸적 존재였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20세기의 포스트모더니즘 학자들이 몸에 대한 이성의 지배니 문자에 대한 음성의 지배니를 지우개로 지우듯 하나하나 해체하더니, 급기야 2016년, 우리는 이성의 외적 구현물인 기계가 이성 그 자체를 일부 압도하는 사태를 목격하고야 말았다.

과학동아가 인공지능을 특집으로 다룬 게 지난 해 7월, 다시 긴급 기획으로 다룬 게 올해 4월이었다. 곧이어 5월호에서는 유전 부호를 설계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합성생물학을 특집으로 소개했다. 굳이 분류하자면 각각 기계의 인간-되기, 생명의 기계-되기라고 부를 수 있는 주제였다. 그리고 이제 6월, 또 하나의 놀라운 흐름을 짚는다. 인간 안에 기계를 심고, 몸의 일부를 인공물로 대체하는 인체 플랫폼화 기술이다. 이제는 인간이 기계-되기를 실현하고 있고, 이런 상호적인 ‘되기’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우리는 굉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반카라마조프의 말은 19세기 말이 아니라 오늘날 비판적으로 음미해야 한다. 모든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이 말을 역설로 만들 수 있을까.


※ 바로잡습니다

과학동아 5월호 시사기획 ‘비정규직 과학자 벼랑 끝에 서다’ 중 1파트 “나는 1년 계약직 과학자입니다”에서 일부 내용을 바로잡습니다. 38쪽 본문 중 ‘최연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박사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선 비슷한 일을 해도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60% 수준밖에 못 받는다”고 말했다’는 확인 결과 사실과 다릅니다. 최연택 박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현재는 임금 차별이 시정된 상태”라고 덧붙였으나 기사에서는 누락됐습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도 “2010년 이후 85%수준으로 지급하다가 2013년부터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정부출연연구원은 2015년 기준으로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에게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 41쪽 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위원장(현재는 임기 종료)의 인터뷰 중 “최근 수년간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 일부 출연연은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 연구자를 해고해 ‘비정규직 비율’을 낮췄다”는 언급에 대해서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는 최근 수년간 계약기간 중에 해고한 비정규직 연구원이 없으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직 연구원 20명을 신규채용했고 비정규직 연구원 9명을 채용형 공채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알려왔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리며, 잘못된 사실 보도로 피해를 입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여러분께도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글 : 윤신영 과학동아

과학동아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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