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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추운겨울, 물 없이 씻을 수 있을까?


추운 겨울, 샤워하기 괴로웠던 경험 다들 있죠?

물 없이도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이른바 ‘워터프리’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위생을 유지할 수 있는지,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워터프리 제품은
물이 없어도 씻을 수 있는 제품을 말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손 세정제나 물 없이 머리를 감는 드라이샴푸가 대표적이지요. 부위 별로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있지만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피지나 각질을 제거하는 것, 악취를 제거하는 것, 그리고 피부 표면의 박테리아나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워터프리 미스트를 개발한 미국의 한 연구원은 제품이 이런 목적을 모두 달성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무려 12년간 한 번도 샤워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요.


계면활성제 대신할 성분들 포함돼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시중에 나와있는 워터프리 제품을 사용해봤습니다. 먼저 늦잠 잔 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드라이샴푸. 하루 정도 안 감아 살짝 기름기가 맴도는 머리에 드라이샴푸를 뿌렸습니다. ‘쉭’하는 소리와 함께 에어로졸 형태의 하얀 가루들이 머리 위로 뿜어져 나왔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신기하게도 두피와 머리카락의 기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머리카락에 남은 하얀 가루였지요.

이 하얀 가루의 정체는 피지흡착제입니다. 기름기를 잡아주는 물질이지요. 구멍이 많은 다공성 가루로, 주로 카올린이나 전분을 사용합니다. 카올린은 클레이점토에 주로 쓰이는 물질로, 하얀색을 띠고 점토와 유사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가 체험해본 드라이샴푸를 제작한 아모레퍼시픽은 카올린에 소수성을 띠는 알킬기를 붙여 피지를 더 많이 끌어올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일종의 기름인 피지도 소수성이기 때문에 더 잘 붙게 되는 원리지요.

두 번째로 사용해본 제품은 가장 흔히 사용하는 워터프리 제품인 손세정제입니다. 손세정제를 바르면 시원한 느낌과 함께 알싸한 알코올 냄새가 나는데요. 이건 실제로 알코올의 한 종류인 에탄올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손세정제는 계면활성제 대신 에탄올을 다량으로 투입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많은 양의 에탄올은 피부 표면의 피지를 제거하는것은 물론 세균을 죽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오보람 서울대병원 감염관리실 간호사는 “손세정제를 이용하면 대장균과 같은 병원균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손세정제를 사용하니 손이 아주 건조해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손이 너무 건조하니 살이 종이에 베인다든가 뾰족한 물체에 긁혀 상처가 난다든가 하는 일이 많아졌고요. 영광의 상처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과도한 워터프리 제품 사용, 면역 약해질 수 있어
오 간호사는 “워터프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되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그만큼 외상이 생기기 쉽고, 외상은 균의 감염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니까요.

워터프리 제품의 목적이 ‘청결’이 아닌 ‘소독’인 것도 문제입니다. 위생은 크게 청결과 소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청결은 오염물이나 유기물 등이 없는 상태로, 신체를 물로 닦는 것만으로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독은 무균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일상생활보다는 병원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행위입니다. 대부분의 워터프리 제품은 소독을 위한 제품입니다. 청결과 소독은 비슷해 보이지만 명백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항상 몸에 살고 있는 ‘상재균’의 생존 여부입니다. 워터프리 제품은 병원균은 물론 상재균까지 모두 제거합니다. 비누와 같이 청결을 유지하는 제품은 그렇지 않지요.

우리 피부에는 250여 가지의 세균이 살고 있는데, 이를 상재균이라고 합니다. 미국 뉴욕대 의대 연구팀은 지원자 6명의 팔 아랫부분 피부조직을 분석한 결과, 방선균, 후벽균, 프로테오박테리아 등 여러 종류의 균이 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07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습니다. 이런 상재균은 상처에 의해 인체 안으로 유입되지만 않으면 병원성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면역력을 높여주지요.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피부에 어떤 균도 살지 않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 침입해온다면 어떨까요. 마치 이 상황은 먹을 게 잔뜩 있는 뷔페에 나 혼자 있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반면 상재균이 있다면 제 아무리 세균이라고 하더라도 먹이를 독점하기 쉽지 않겠지요. 상재균은 병원체와 경쟁해 우리 몸을 지켜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재균은 우리 몸이 외부 균을 방어하는 물질을 분비하도록 도움을 줘서 면역을 강화시키기도 합니다. 미국 UC 샌디에이고대 리차드 갈로 교수를 포함한 여러 면역학자들은 상재균 중 하나인 표피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epidermidis)이 외부 침입균을 공격하는 항균성 펩타이드를 분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발표했습니다. 미국 국립알러지감염성질환연구소 야스민 벨카이드 박사팀이 2015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원성 외부물질이 피부 표면에 닿자 표피포도상구균이 세포독성 T 세포(TC 세포)를 유도해 선천성 면역 보호 작용을 강화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상재균까지 모두 다 제거하는 워터프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면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방부 기술 역시 위생에 필수
워터프리 제품은 물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가 영양분과 적당한 온도까지 갖추고 있어, 균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안락한 장소입니다. 그래서 워터프리 제조업체들은 균의 번식을 막기 위한 방부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부보존제를 넣거나 수분의 활성도를 낮추는 것이지요. 방부보존제는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워터프리 제품은 대부분 후자를 선택합니다.

수분의 활성도를 낮춘다는 것은 균이 반응할 수 있는 물 분자수를 줄인다는 의미입니다. 물의 화학식인 H2O 상태 그대로 있는 분자를 자유수(Free water), H2O에 수산기(-OH)나 암모늄이온 등이 붙어 있는 분자를 결합수(Bound water)라고 합니다. 결합수는 균이 번식하는 데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자유수만 이용할 수 있지요. 즉, 수분의 활성도를 낮춘다는 것은 자유수를 줄이고 결합수를 늘린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워터프리 제조업체들은 자유수가 결합수가 되게끔 글리세롤과 같이 수산기가 포함된 물질을 함께 넣습니다. 하지만 결합수가 언제까지나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부효과가 몇 년이고 지속되기는 어렵습니다. 워터프리 미스트를 만든 미국의 에이오바이옴(AOBiome)사는 유통기한을 한 달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워터프리 제품들,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요. 오보람 간호사는 “워터프리 제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물 절약을 위해 주 1~2회 정도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며 “제품에 명시된 유통기한만 잘 지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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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도움

    김현나 아모레퍼시픽 퍼스널케어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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