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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도 할 말 있다” 클린 디젤의 꿈과 현실

 

세상에 믿었던 사람의 배신만큼 기분 나쁜 일이 있을까.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태는 명품 독일 차의 명예를 실추시킴과 동시에, 환경에 친화적이며 파워도 출중하다는 디젤 차량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버려 놨다. 일각에서는 ‘클린 디젤은 없다’ ‘더티 디젤’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그러나 디젤 차량도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디젤의 변(辨)을 과학으로 분석해봤다.


디젤차는 디젤 즉, 경유를 연료로 사용해 달리는 차다. 디젤은 탄소 원자가 10개 이상 결합해 있다. 일각에서는 디젤이 탄소 원자가 8개인 가솔린보다 완전 연소가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공해 물질이 많이 방출되는 ‘더티’한 연료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이 100% 사실은 아니다. 연료의 연소 정도는 탄소 대 수소 비에 좌우되는데, 디젤과 가솔린은 이 비가 1 대 2 가량으로 유사하다.

어쨌든 시커먼 연기를 펑펑 내뿜는 디젤차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비호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호감’으로 바뀐 이유가 있었으니, 연료 소비효율 즉 연비 때문이다. 디젤은 가솔린보다 연비가 좋았다. 엔진 자체의 효율이 워낙 높아 출력이 셌고, 연료의 밀도가 높은 것도 연비엔 이득이 됐다. 연비는 보통 연료 1L를 넣고 몇 km를 달릴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데, 디젤은 비중(물의 밀도에 대한 액체의 밀도 비)이 0.83 정도로 가솔린의 비중(0.75)보다 높다. 같은 부피의 연료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차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것도 디젤차의 장점. 탄소배출량에 따라 자동차세를 과세하는 유럽(특히 독일)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배출가스, 도대체 얼마나 나쁘기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를 1등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배출가스는 디젤차의 발목을 잡는 큰 약점이었다. 디젤차의 배출가스에는 탄소가 미처 연소되지 않아 발생한 미연 탄화수소(HC)와 미세먼지(PM), 일산화탄소뿐 아니라 질소산화물(NOx) 등이 있다.

디젤기관은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압축된 공기를 내뿜는 압축행정 말기에 디젤을 분사해서 연료가 자연 발화하도록 해 연소를 유도한다(가솔린 기관은 압축행정 말기에서 가솔린과 공기가 섞인 혼합기를 뿜고 점화플러그로 연소시킨다). 이때 연료가 공기와 충분히 만나지 못하면 고온에서 연료가 해리되면서 서로 뭉치게 된다. 그 결과 미세먼지가 만들어진다. 미세먼지는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심하면 피부를 통해 혈관에 들어가 뇌졸중,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는 시커먼 연기로 배출돼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디젤차가 매연저감장치인 디젤입자필터(DPF)를 달고 있다.

고온, 고압의 엔진 안에서는 공기 중의 산소(O2)와 질소(N2)도 해리된다. 이것들이 서로 결합하면 질소산화물이 만들어진다. 질소산화물은 미연 탄화수소와 함께 광화학 스모그를 발생시켜 눈 점막을 자극하고 암을 유발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은 한 쪽이 증가하면 다른 한 쪽이 감소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 off)’ 관계라는 점이다. 질소산화물은 온도가 높고, 산소가 많은 조건에서 잘 생성되기 때문에 온도를 낮추고 산소를 덜 넣으면 그 양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 경우 불완전 연소가 많아지면서 미세먼지가 증가한다. 성능도 다소 떨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디젤차가 매연저감장치와 별도로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장치를 달고 있다. 뒤에 나오겠지만, 이 경우 주행 성능은 아무래도 조금 떨어지게 된다. 폭스바겐은 꼼수를 써서 인증시험을 받을 때만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차량에 설치했다. 그 결과 실제 도로를 주행할 때는 성능이 높은 대신, 질소산화물은 기준치의 최대 40배 수준으로 배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어쨌든 ‘유로6’ 기준에 맞췄다

현재 국내산 승용차 가운데 디젤차의 비중은 지난해 7.3%로 재작년보다 3.3% 증가했다. 수입차 중 디젤차의 비중은 63.7%에 달한다. 한국 정부는 2010년 디젤차 육성 정책을 처음 시행하면서 배출가스에 대한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에 맞춰 ‘클린 디젤’을 만들겠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9월 이후에 출시된 디젤차 신모델은 모두 유로6 기준에 맞췄다. 올해 9월 1일부터는 유로6 기준이 모든 디젤차에 적용됐기 때문에 기존 유로5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 차량들도 배출가스 정화장치를 추가로 장착해야만 한다.

유로6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1km 주행 시 80mg으로, 바로 앞선 유로5 디젤차의 배출 기준(180mg/km)보다 훨씬 엄격하다. 미세먼지 배출 기준 역시 1km 주행시 5mg에서 4.5mg으로 더 낮아졌다. 이는 현행 가솔린차(직접분사엔진) 미세먼지 배출 기준(1km 당 4mg)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민경덕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강화된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해 자동차업계는 엔진과 후처리 장치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며 “클린 디젤이 아예 없다고 말하는 건 디젤의 입장에서도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가솔린 엔진이라고 해서 질소산화물과 같은 인체에 유해한 배출가스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엔진만 놓고 보면 가솔린과 디젤 모두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키는데, 가솔린 엔진은 삼원촉매를 이용해 99%를 정화시키기 때문에 환경에 덜 나쁜 것처럼 비춰진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유로6를 만족하는 디젤차도 여러 가지 후처리 장치를 이용해서 2000년대 초에 출시된 디젤차(유로3)보다 질소산화물은 84%, 미세먼지는 91%까지 정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처리 장치를 달았을 때 상승하는 비용과 연비 손해는 디젤차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다. 한 예로 유로5 디젤차를 유로6 기준에 맞추기 위해 후처리 장치를 추가로 장착할 경우 차 가격이 100만 원에서 300만 원가량 비싸진다. 또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 농도를 줄이는 선택적 촉매 환원 장치(SCR)를 사용하려면 추가로 비용을 들여 요소수(암모니아수)를 사용해야 한다. 후처리 장치를 달 경우 배출가스의 압력이 더 높아지면서 배출이 원활히 안 돼 연비가 낮아질 수도 있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에서는 ‘친환경’과 ‘연비’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내연기관 연구비 4년새 70% 줄어

“연비를 높이고, 유해가스를 적게 배출하고, 결국 다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디젤차 분야에서 개발이 가장 시급한 기술을 묻자 민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민 교수는 디젤차가 도로 위에서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규제 기준만 만족시킨다면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측면에서 분명히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젤차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차가 아직 마땅히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한해 판매하는 차량 800만 대 중 120만 대가 디젤차인데 이것을 당장 전기차로 바꾼다고 생각해보자.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한 건 물론이고, 사용할 전기도 부족하다.

한 예로 2030년까지 제주도의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이 있는데 아직까진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의 70%가 화석연료로 운영하는 발전소에서 온다. 무엇보다 비싼 차 가격이 걸림돌이다. 5인승 중형 전기차의 대표 격인 닛산 리프(LEAF)가 5480만 원이다. 민 교수는 “10년 전 2015년의 자동차 시장을 예측할 땐 전기 하이브리드 차가 전체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현재로선 5%에 불과하다”며 “2020년까지는 내연기관 차량의 점유율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연기관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민 교수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자료를 토대로 2015 고효율자동차미래동력포럼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동차 분야 연구개발 예산 자체는 2011년 1088억 원에서 2015년 1455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내연기관 과제에 지원되는 돈은 167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4년새 70%나 줄었다. 전체 예산의 69%인 1006억 원이 자동차 부품 품질인증센터 구축 등 지역자동차 사업에 들어간 것에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민 교수는 “클린 디젤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라면서도 “향후 10~15년 동안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내연기관 기술을 여기서 포기해선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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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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