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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맛 똑똑한 맛 ➍ 나트륨 줄이기



짠 음식은 요즘 동네북이다. 고혈압에 심혈관 질환까지 마치 ‘만병의 근원’인 듯 하다. 아예 짠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우리의 혀는 달달한 설탕에도 끌리지만 짭짤한 감자칩의 유혹에도 쉽게 무너진다. 도대체 우리는 왜 짠맛에 빠지는 걸까.



코끼리와 나비도 미치게 하는 나트륨의 맛

“소금 속의 나트륨이 우리 몸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 그렇지요. 더구나 예전에는 소금을 얻기도 쉽지 않았으니 우리 몸이 나트륨에 집착하게 된 거죠.”

이무용 동국대 의대 교수는 우리가 나트륨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세포 하나하나가 움직이려면 나트륨이 필수”라고 말했다. 세포막에는 나트륨 펌프가 수없이 달려 있어 신호를 전달하거나 물질 통로를 열고 닫는데 만일 나트륨이 부족해 펌프가 작동을 멈추면 세포도 함께 죽는다. 급성 영양실조 환자는 대개 나트륨이 부족해서 병원에 실려온다.

나트륨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맛 전문가인 최낙언 시아스 이사는 “아프리카 케냐 서부에는 높이 2400m의 엘르곤산이 있는데 이곳에는 코끼리가 소금을 얻기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파헤쳐 온 동굴이 있다”고 말한다. 북극곰은 소금을 보충하기 위해 해초를 먹고, 고릴라는 필요한 나트륨의 95%를 썩은 나무를 통해 섭취한다. 다큐에서 코끼리의 등에 앉아 있는 나비를 본 적이 있는지. 코끼리의 피부에 배어 있는 소금기를 핥기 위해서다.

역사 이래 나트륨은 늘 인류에게 부족한 영양소였다. 그러나 염전을 이용한 소금 생산이 늘어나고, 음식 저장에 소금을 쓰면서 인류의 나트륨 섭취는 확 늘어났다. 우리나라에 김치가 있다면 세계적으로는 생선절임이 단연 손에 꼽힌다. 상하기 쉬운 생선에 소금을 쳐서 보관하면서 인류는 짠맛에 더욱 길들여졌다. 최 이사는 “소금 섭취량이 가장 많았던 시대는 15세기 스웨덴”이라며 “1인당 연간 소금 섭취량이 무려 100g에 달했는데 소금에 절인 생선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거꾸로 소금 섭취를 줄인 결정적인 원인은 냉장고였다. 더 이상 생선이나 고기에 소금을 쳐서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공식품과 외식이 늘어나면서 소금, 다시 말해 나트륨 섭취는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트륨 피하는 최선의 길은 소식

짠 음식이 고혈압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나트륨이 피 속에 들어가면 삼투현상을 일으켜 수분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혈압이 높아져 고혈압은 물론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무용 교수는 “폐경기 여성의 경우 나트륨이 골다공증과 비만을 부추기는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여성 중 50대의 나트륨 섭취가 가장 많다”고 말한다. 남자는 40대가 가장 짜게 먹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짜게 먹는 걸까. 우리나라 소금 섭취량은 스페인과 비슷하고 슬로베니아나 포르투갈보다 조금 낮다. 터키 사람들은 우리의 2배 가까운 소금을 먹는다.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있는데 시골로 갈수록, 그리고 바닷가로 갈수록 짜게 먹는다.

하루 나트륨 권장 섭취량은 2000mg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4000mg 넘게 먹는다. 과도한 나트륨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국물 덜 먹기’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외식 중 나트륨 함량이 많은 음식을 발표했다. 1위는 짬뽕이다. 하루 권장 섭취량의 2배인 4000mg이 들어 있다. 그런데 간장게장이나 김치우동, 육개장에 나트륨이 많은 건 이해하겠는데, 우동이나 열무냉면, 기스면에 나트륨이 많다는 것은 의외다. 이무용 교수는 “국물은 짠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국물만 덜 먹어도 나트륨 섭취를 확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각 훈련’도 필요하다. “소금을 적게 넣은 음식을 먹으면 처음엔 비릿하고 입에 잘 안 맞아요. 석달 동안 훈련을 하면 싱겁게 먹을 수 있지요. 고기를 소금맛으로 먹는 건 아깝잖아요.”

핀란드 등에서 성공한 대체소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체소금은 나트륨을 줄이고 대신에 칼륨을 적당히 섞은 소금인데 맛은 짭짤하면서도 나트륨 섭취는 줄일 수 있다. 핀란드는 대체소금을 활용해 고혈압 환자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수입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적게 먹는 것이다. 좋다고 많이 쓰면 결국 더 많은 나트륨을 먹게 된다. 이 교수는 “일반 정제소금보다 나트륨 함량이 적은 천일염도 많이 먹으면 나트륨이 몸에 쌓인다”고 강조했다. 윤은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관도 “나트륨 사용을 줄이려면 식습관 개선이 먼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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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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