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뒤인 1983년, 지구에는 75년 만에 찾아온 핼리혜성 열풍이 불었다. 핼리혜성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러시아, 일본, 유럽이 각자 관측선을 보냈다. NASA도 탐사선을 발사하고 싶었지만 예산이 부족했다. 이때 ISEE-3호의 책임자이자, 수학자였던 로버트 파커는 이 탐사선의 궤도를 조절해 핼리혜성을 관측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결국 ISEE-3호는 다섯 번이나 지구와 달을 돌아 핼리혜성과 지아코비니-지너 혜성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다시 라그랑주점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ISEE-3호는 원래 위치인 라그랑주점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동력이 그만큼 남지 않은 것이다. 임무를 마친 1986년부터는 태양 중력에 의해 지구 반대편으로 태양을 크게 돌았다. 1999년에는 지상의 통신장비를 교체하면서 정기적인 교신마저 끊겼다.
ISEE-3호와 다시 연락이 닿은 것은 2008년이다. 오래된 탐사선은 태양을 한바퀴 돌아 지구 근처로 돌아왔고 NASA의 심우주 통신장비가 우연히 신호를 잡아냈다. 실험장비 13개가 여전히 작동하는 것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NASA는 ISEE-3호를 포기했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은퇴한 NASA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벤처회사 ‘스카이코프’가 나섰다. ISEE-3호의 실험 장비를 태양 관측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폐업한 맥도날드를 본부로 둔 괴짜 과학자들은 이 탐사선을 다시 라그랑주점으로 돌려놓으려 했다.
36년 전에 지구를 떠난 ISEE-3호와 다시 교신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교신 프로그램을 짜야했다. 지름이 20m가 넘는 거대 안테나도 필요했다.

17년 뒤에는 다시 돌아올까
그러나 결과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7월에 본격적으로 궤도 수정에 나서자, 시험 가동 때는 멀쩡히 작동하던 로켓 펌프가 말썽을 일으켰다. 탱크 안의 질소가 새 펌프가 힘을 잃은 것이다. 기술자들은 7월 내내 다른 시도를 했지만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다. ISEE-3호의 귀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스카이코프 직원들은 8월 16일 오래된 맥도날드에 모여 작별 파티를 열었다. 발사 때부터 탐사선을 지켜봐온 로버트 파커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ISEE-3호는 다시 지구의 반대편으로 태양을 크게 돌아 17년 뒤 지구에 돌아온다. 이 탐사선은 17년 뒤에도 파커와 만날 수 있을까? 파커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파커는 올해 81살이다. 위성이 다시 돌아올 때 그의 나이는 98살이 된다.


탐사선으로서의 기능은 끝났지만 ISSE-3호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공개모금에 참여했던 구글은 ‘스페이스 크래프트 포 올’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ISEE-3호의 정보를 공개했다. 화려한 3D 그래픽과 반응형 브라우저로 ISEE-3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7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친구를 이곳에서 직접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