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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달리기 10초벽 깨려면 큰허리근 키우고 중력을 역이용하라






100m는 스타트가 어느 종목보다 중요하다. 많은 선수들이 스타트 총성이 울린다 싶을 쯤에 미리 몸을 움직인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순발력 훈련을 반복하면서 타이밍을 맞추고 반응속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너무 빠르면 부정출발로 실격된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규정에 따르면, 총성이 울리고 0.1초 안에 출발하면 부정출발이다. 소리가 스피커에서 출발해 귀를 거쳐 뇌에 전달되는 시간 약 0.08초에, 근육에 ‘뛰어라’라는 명령이 전달되는 데 걸리는 0.02초를 더하면 0.1초가 총성을 듣고 뛸 수 있는 최단 시간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0.1이라는 숫자는 십진법에 맞춰진 자의적 기준이라는 것이다. 신경과 근육이 모두 이상적으로 작동한다면 0.075초의 반응시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선수들은 연습에서 반응시간이 0.1초보다 빨라 실전에서는 일부러 반응속도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당분간 0.1초라는 기준은 변하지 않을 테니 재빠르되 너무 급하지 않게 뛰어나와야 한다.

우리나라 선수의 출발 속도는 어떨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국영 선수와 임희남 선수는 각각 0.131초와 0.139라는 뛰어난 반응시간을 보여줬다. 정상급 선수들의 반응속도가 0.12~0.14초라는 점에서, 출발 속도만큼은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100m 결승에서 우사인 볼트의 반응시간은 0.165초로 출전 선수 중 2번째로 느렸다. 하지만 볼트는 9초 69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년 후에 열린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볼트의 반응시간은 0.146초에 그쳤지만 결승선을 9초 58이라는 경이적 기록으로 통과했다. 반면 반응시간이 더 빨랐던 우리나라 선수들은 10초 중반 대에 머물렀다.

이유는 간단하다. 볼트가 우리나라 선수보다 점점 빨리 달렸기 때문이다. 100m를 10m씩 나눠 분석하면 뚜렷하게 드러난다(아래 그래픽 참고). 10m까지는 우리 선수가 볼트보다 빠르다. 하지만 20m를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10~20m 사이에서 볼트는 무려 속도를 180% 끌어올렸다. 50~60m 구간에서는 평균 초속 12.2m라는 엄청난 속도에 도달했다. 반면 우리 선수의 최고 구간속도는 초속 10.8m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한 구간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비유하면 볼트는 스포츠카이고 우리나라 선수는 승용차다. 승용차가 아무리 빨리 시동을 걸어 출발해도 배기량이 훨씬 높은 스포츠카가 순식간에 가속해 추월해 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선수가 9초대를 돌파하려면 배기량을 키워 최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

 

 

 



 

 

중력을 역이용해 가속하라

 

중력으로 돌림힘을 얻어라
 

또 하나의 비법은 중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착지하는 순간 발은 몸무게만큼 지면을 밀어낸다. 작용·반작용의 원리로 땅도 나를 같은 힘만큼, 수직방향으로 밀어낸다. 이것이 수직항력이다. 우사인 볼트처럼 좋은 선수는 이 힘을 최대한 이용한다.

 

물리학적으로 말하면 볼트는 좋은 회전체다. 회전가속도를 크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회전가속도는 작용하는 힘이 크고 회전축이 길수록 커진다. 볼트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 착지하는 동안 몸을 거의 수직으로 유지한다. 이 덕분에 수직항력을 최대한 돌림힘(토크)으로 바꿀 수 있다. 긴 다리는 회전축을 길게 해준다. 계속해서 축을 30°정도로 크게 회전시키면서 회전력을 달리는 방향으로 최대한 끌고 온다. 이 자세를 반복하며 속도를 계속 끌어올린다.

 

무게중심을 자유낙하시켜라
 

단거리 선수들은 항상 앞꿈치로 땅을 디딘다. 착지할 때 무게중심을 최대한 땅에 가깝게 하기 위해서다. 옥상에서 사과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해 보자. 위치에너지의 변화만큼 운동에너지가 생기므로, 바닥에 가까워질수록 사과는 점점 빨라진다. 달릴 때도 마찬가지다. 발을 딛는 순간 무게중심이 바닥에 가까울수록 떨어지는 폭도 커져 더 큰 운동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2010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아프리카인이 빠른 이유가 높은 무게중심 때문이라는 연구를 ‘국제 디자인&네이처&환경역학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인이 팔과 다리가의 비율이 길어서 무게중심이 최소 3%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높은 만큼 달리는 동안 떨어지는 폭도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운동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100m 달리기는 대표적인 무산소운동이다. 숨을 쉬면서 산소를 쓰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달리는 동안 우리 몸은 근육 속 글리코겐을 포도 당으로 바꿔 에너지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수소이온이 나와 근육을 산성으로 바꿔 피로감을 빨리 불러온다. 100m 경기라면 50m를 넘어서면서 이 현상이 급격히 진행돼 속력이 점점 감소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은 뛰어난 무산소지구력으로 이를 극복한다. 무산소지구력이 강해지면 수소이온에 대한 저항성이 좋아진다. 따라서 근육의 산성화속도가 느려지고 에너지를 더 오래 생산할 수 있다. 이를 젖산내성이라 한다. 실제 볼트는 80m까지 거의 최고속력을 유지한다. 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최고속력도 얼마 유지하지 못했고 그마저 금방 떨어졌다.

 

무산소지구력은 과부하훈련을 통해 충분히 높일 수 있다. 과부하 훈련이란 부상을 당하지 않을 만큼 훈련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며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이다. 이상화 선수가 평소에 남자선수와 같이 운동을 한 것이 한 예다. 100m 선수들에게 알맞은 과부하 훈련은 400m 전력질주다.

 

400m를 뛰게 되면 몸 안의 무산소 시스템을 고갈될 때까지 쓰게 된다. 따라서 400m를 꾸준히 뛰면 경기 후반에 필요한 무산소지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사인 볼트도 비시즌에는 지구력 향상을 위해 400m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한다.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르메트르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 기른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바탕으로 토종 유럽인 최초로 10초벽을 뚫었다. 아직 국내에서는 100m 선수가 400m를 준비하는 경우가 드물다. 순발력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9초 99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육상국가대표 출신의 백형훈 대한육상경기연맹지도자육성위원회 위원장은 “내가 선수로 뛰던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은 단거리에서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올해 일본의 고등학생이 10초 1의 기록을 세웠다. 한국 최고기록은 여기에도 0.1 초 이상 뒤쳐져 있다. 비결은 꾸준한 투자와 과학적 훈련이다. 백 위원장은 “우리나라 선수들은 대학에 진학한 뒤 오히려 기량이 쇠퇴한다”며 “일본처럼 오랜 시간동안 체계적으로 개인별 맞춤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이미 박태환, 김연아, 이상화라는 성공사례가 존재한다. 인천 아시아게임 100m에 출전하는 김국영, 오경수(이상 남자), 이선애, 강다슬(이상 여자) 선수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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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한기 기자 |도움 백형훈 대한육상경기연맹 지도자육성위원회 위원장,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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