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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동토층에도 미생물이 살고 있을까

➌ 꽁꽁 언 땅을 드릴로 뚫다




벌써 화성에서 맞이하는 일곱 번째 아침이다. 맨 눈으로 볼수 있을 정도로 약한 햇빛이 우리가 화성에 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 줬다. 한가하게 햇빛이나 감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오늘부터 정말 중요한 실험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한 주는 화성의 동토층에 구멍을 뚫어 토양 코어를 얻었다. 위성 원격탐사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화성의 중위도 지역에 폴리곤(polygon) 지형이 있다. 폴리곤은 표면이 마치 다각형 퍼즐처럼 조각나 보이는 지형으로, 지구의 북극에서 볼 수 있다. 그곳이 동토층임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이다. 화성은 밤이면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극지뿐만 아니라 저위도 지역도 땅속이 얼어붙은 동토층이 된다. 우리가 착륙한 올림푸스몬즈도 이미 오래 전에 화산 활동을 멈추고 동토가 됐다.


토양 코어 채취는 지구의 남극과 북극에서 수없이 훈련한 작업인데도, 정작 화성에서는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지난 일곱 달 동안 지구에서 화성까지 비행을 하며 근육이 약간 감소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우주선에서 마이크로중력 상태에 있다가 중력이 다시 작용하는 화성에 와서 그런지, 코어링 장비를 다루는 일이 훈련 때보다 힘들었다. 우리가 이번에 사용한 장비는 아이스브레이커(Icebreaker)라는 이름의 드릴로 동토를 지름 3cm로 1m 깊이까지 뚫는다. 지구의 남극 드라이밸리에서는 한 시간 정도면 1m를 거뜬히 뚫었는데, 여기서는 첫 번째 코어를 얻는 데 세 시간이나 걸렸다. 다행히 지질학자인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1m 정도의 코어 열 개를 얻어 오늘부터 분석에 들어가게 됐다.


큐리오시티, 말라버린 강을 발견하다


동토 코어를 얻고 보니, 문득 지난 10여 년 동안의 치열했던 논란과 연구가 떠올랐다. 화성에 생명체가, 혹은 생명체의 흔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정보와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정보가 교차하면서 궁금증을 더해갔던 시간들. 화성에 직접 사람이 가 보면 좋았겠지만 당시에는 화성에 오고, 이곳에서 살며, 다시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할 만한 기술과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탐사 및 실험 로봇을 거푸 만들어 보냈다. 화성 토양의 원소를 분석하고 여러 가지 입자와 유기물을 실험하며, 상세한 지형도를 그릴 수 있는 뛰어난 로봇이었다. 대표적인 로봇이 2012년에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였다. 큐리오시티는 뛰어난 성능을 갖춘 탐사로봇이자, 움직이는 최첨단 과학실험실이었다.


큐리오시티를 화성에 보낼 때, 우리는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인 탄소와 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큐리오시티 이전에 간 탐사선들이 잇따라 화성의 대기에 메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신호였다. 큐리오시티의 초정밀 분석 장비는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화성의 대기에 메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을 가능성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다행히 곧바로 반전이 일어났다. 2012년 9월, 화성에서 물이 흐른 흔적을 발견했다. 화성에도 강이 흘렀고, 그에 따라 지구처럼 자갈과 모래가 엉겨서 굳어진 수성암(水成岩)이 만들어졌다는 흔적이 있었다. 지구의 수성암과 아주 비슷한 암석이었다. 이전에도 화성에는 물이 흘렀다는 증거는 많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이 흐른 강 바닥의 자갈과 바위를 발견한 것은 처음이었다. 큐리오시티의 놀라운 발견은 다시 우리에게 희망을 줬다. 우리와 같은 고등생명체는 아니더라도 미생물 혹은 단세포 생물은 여전히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생물이 아니더라도 생명의 근간이 되는 물과 탄소의 흔적은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쉽게도 큐리오시티는 기대했던 유기물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것이 화성에 생명체가 없어서라고 단정짓지 않았다. 지표면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지 못한 다른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강한 자외선이었다. 화성은 대기가 엷어서 지표면에 강한 자외선이 들어온다. 만약 과거에 환경이 좋았을 때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더라도, 자외선은 남아 있던 유기물을 모두 분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외선이 미치지 않는 땅속이라면 어떨까. 혹시 아직도 미생물이 살고 있지 않을까. 최소한, 생물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구의 꽁꽁 얼어 있는 동토층에는 지금도 수천 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화성을 방문해 동토 코어를 채취하기로 결심한 계기다.







화성 생명체도 DNA 갖고 있을 듯


떨리는 손으로 코어를 옮겼다. 이 코어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면 특수 분석 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우리가 분석할 생체 분자는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DNA 그리고 다양한 유기물이다. 이를 위해 솔리드(SOLID,Signs of Life Detector)라는 장비를 준비했다. 솔리드에는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DNA, 유기물 등과 결합하는 300여 종류의 항체가 들어있다. 이들 항체는 해당하는 물질에 달라 붙어 형광 빛을 낸다.


우리는 토양 코어를 깊이에 따라 5cm씩 자른 뒤 각각 0.5g 정도의 토양을 채취해 솔리드 장비에 넣었다. 토양 시료는 버퍼 용액 안에서 초음파에 의해 잘게 부숴질 것이다. 토양 안에 만약 생체 분자가 있다면, 이 분자는 마이크로칩에 붙어 있는 항체와 결합할 것이다. 형광 빛을 내는 또다른 항체가 생체 분자에 다시 결합하면 특수한 CCD 카메라가 이를 포착할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어떤 종류의 생체 분자가 토양에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미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과 남극의 드라이밸리에서 이 분석 장비를 테스트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적이 있다.


만약 화성의 땅속에서 생체 분자를 확인하면, 바로 PCR로 DNA를 증폭하고 염기서열을 분석해 어떤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는지 알아 볼 것이다. 이런 실험은 화성의 생물이 지구의 생물처럼 DNA를 지니고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물론 화성에 지구와 전혀 다른 종류의 물질대사를 하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구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재료와 방법으로 만들어진 행성이기에, 화성에는 지구와 비슷한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화성 외에도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성의 구름 속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뜨거운 곳보다는 차가운 곳에 더 주목하고 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나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가 바로 그런 곳이다(특집 3파트 참조). 2005년 토성 탐사선 카시니 호는 엔셀라두스 남극에서 어떤 물질이 분출되는 사진을 보내왔고, 이온중성질량분석기로 분석한 결과 분출물의 90%가 수증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기에는 이산화탄소와 메탄도 포함돼 있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엔셀라두스의 중력 측정결과 대략 30~40km 두께의 얼음 밑에 대략 10km 깊이의 액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만일 이 액체가 엔셀라두스 남극에서 방출된 물질과 같은 성분이라면, 지표면에 물로 구성된 바다가 있다는 뜻이다. 언젠가 엔셀라두스를 탐사할 탐사선이 만들어진다면,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해 얼음을 뚫고 들어가 바다 속을 탐험하는 잠수함이 될 것이다.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인류는 아무 것도 살 수 없을 것이라 믿었던 심해저에서 생명의 오아시스인 열수구를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엔셀라두스의 깊은 바다 속에서 생명체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화성 탐사가 끝나면, 아무래도 나의 다음 목표지는 엔셀라두스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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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윤신영 | 글 이유경, 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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