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황우석 대 오보카타 하루코

한국과 일본 과학계는 무엇이 달랐나



보통 체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담가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가능한 세포, 일명 ‘스탭(STAP·자극촉발만능)세포’를 확립했다는 ‘네이처’의 두 논문이 철회될 위기에 처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오보카타 하루코 일본이화학연구소(이하 리켄) 연구주임은 3월 14일 리켄의 중간조사 발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혼란을 초래해 사죄한다는 짤막한 메모만을 전했다.

놀라운 발견→과학자들의 의심→철회 위기

스탭세포 발견이 처음 보도됐을 때, 과학자들은 물론 언론과 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황우석 박사가 사용했던 핵치환 복제배아줄기세포나 야마나카 신야 박사에게 노벨상을 선사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 비해 획기적으로 간단하고, 윤리적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줄기세포였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흥분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의문을 감추지 않았다. 과학자 사회에는 ‘조직적 회의주의’의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를 명확하게 지지하는 증거 없이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떠한 권위에도 굴하지 않고 비판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네이처라는 최고의 잡지에 실린 논문의 권위가 과학자들의 조직적 회의주의에 부딪혔다.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한 곳은 ‘퍼브피어(Pubpeer)’라는 논문사후검증 웹사이트. 이곳에는 오보카타의 논문 검증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과학들은 앞 다퉈 재현해본 결과를 올리고 논문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미국 UC데이비스 폴 크뇌플러 교수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J’라는 익명의 일본연구자가 오보카타의 과거 행적을 들추면서 논문의 사진이 조작됐는 의혹이 일었고, 결국 그가 박사학위 논문의 서론부분을 표절했다는 과거가 들통났다.

리켄은 과학자 사회의 의문에 답하고자 연구 방식을 상세하게 공개했지만 크뇌플러 교수가 개설한 블로그와 퍼브피어 어디에도 결과가 재현됐다는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다. 이 시점부터 과학적검증으로 시작된 논란이 논문조작 사건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리켄은 신속하게 중간조사를 통해 논문철회 의사를 밝혔다. 공동교신저자 중 한 명인 바카티 교수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네이처 지는 저자의 대부분이 찬성한다면 논문을 철회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황우석은 ‘사기’, 오보카타는 ‘검증’

국내 언론은 이 사건을 일본판 황우석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서 특필했다. 사건의 흐름이 황우석 사건과 비슷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두 사건은 조금 다르다. 필자는 황우석 사건은 ‘비정상적인 과학적 사기’, 오보카타 사건은 ‘정상적인 과학적 검증’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황우석 사건은 과학적 검증보다 다른 이유들이 더 논란이 됐다. ‘사이언스’지에 실린 황우석의 2004년 논문에 대한 과학자들의 조직적인 문제제기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내부고발자 류영준의 제보로 피디수첩이 연구를 추적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내부고발은 권력형 비리사건 혹은 과학적 날조사건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오보카타 사건은 과학적 검증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경천동지할 사건인데다, 황우석 박사의 논문처럼 인간 난자를 사용하는 기술적 장벽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과학자 사회는 자유롭게 해당 논문을 검증할 수 있었다. 과학자 사회의 조직적 회의주의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 결과 논문의 검증부터 잠정적인 철회까지 황우석 사건처럼 과학 외부의 힘을 빌지 않고 해결돼가는 과정에 있다.

둘째, 황우석 사건은 완전한 사기극으로 결말이 났다. 길고 지루한 조사와 재판을 거쳐 최근 유죄판결이 날 때까지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그가 확립했다는 줄기세포는 여전히 발견된 적이 없고, 오히려 처녀생식에 의한 우연한 결과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황우석 박사는 여전히 논문의 과학적 검증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

그는 여전히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며 언론플레이에 집중했다. 자신이 만들었다는 줄기세포를 다시 검증할 시간과 여력이 있었지만 그는 하지 않았다. 무려 9년의 시간 동안 350억 원을 투자 받아 수암연구소를 만들고, 리비아와 러시아를 오가며 온갖 사기극을 벌이면서도, 조작으로 판명난 논문의 과학적 검증은 모른 척 했다. 과학자는 ‘자연’과 명예를 걸고 자신의 작업에 책임을 진다.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당했다는 변명이나 오염되었다는 황당한 주장 대신, 자신의 실험실에서 벌어진 일을 다시 추적하고 검증하고 국민 앞에 밝히려는 노력을 선행해야 했다. 유일한 증거인 줄기세포는 사라졌다고 한다. 논문은 조작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과거사를 묵살한 채, 다른 야망을 꿈꾸는 중이다.

이에 비해 오보카타의 논문 철회방침을 밝히며 리켄이 보여준 태도는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리켄은 중간조사발표를 통해 6건의 의혹 중 2가지 의혹은 조사 결과 조작이 아니라고 밝히고, 나머지 의혹의 조속한 발표를 약속했다. 오보카타를 포함한 공저자 3인은 “논문을 둘러싸고 논란과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며, 적절한 시기에 다시 설명할 기회를 마련해 성실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들은 또 “논문에 이런 미비한 점이 나타난다는 것은 그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임을 저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이번 논문을 철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소 바깥의 다른 공저자들과 연락하며 검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논문 철회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줄기세포가 오염되었다거나 바꿔치기 당했다는 황당한 변명도, 전 국민을 상대로 벌인 ‘눈물 쇼’도 없었다.



일본에서는 작동한 과학계의 규범

과학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에 의하면 과학계에는 ‘과학의 모든 명제는 보편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과학은 계급, 경제, 보상에 연연하지 않고 지식 그 자체를 위한 것’이며 ‘과학의 결과는 공동체에 속한다’는 등의 내부 규범이 있다. 조직적 회의주의도 그 중 하나다. 이러한 규범이 작동되는 한, 연구부정은 과학의 자정 기능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견된다. 규범이 작동된다는 의미는 과학의 자율규제 시스템이 건강하다는 의미다.



물론 현대과학은 머튼이 살았던 시기의 과학과는 다르다. 경쟁이 심화되고 연구비에 대한 압박이 과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연구부정 행위는 과거보다 더욱 빈번해졌다. 줄기세포처럼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경쟁이 심한 분야에서 논란이 자주 생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황우석 사건은 변질된 현대과학의 현장에서 그가 어떻게 과학적 규범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연구를 날조해 사기극을 벌이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다. 반면 오보카타 사건은 변질된 현대과학 시스템에서도 여전히 머튼의 규범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도 논문의 재현성은 과학자들이 함께 검증 중이며 결과는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오보카타 사건을 과학적 사기 사건으로 결론내리는 것에 유보적이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오보카타 사건에 심각한 연구부정 행위가 존재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합당한 비판에 차분하게 대응하며 과학계 내부에서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점은 이 사건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배웠으면 하는 교훈이다. 이러한 과학적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황우석 사건을 떠올리는 대신, 과학이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지켜보고, 더 나아가 그 행위들을 일으키는 사회적 구조를 직시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김규태 | 글 김우재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법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