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빛을 이용하는 발열 섬유
히트텍으로 대표되는 발열 의류는 섬유에서 열이 나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옷을 말한다. 최근에는 실제 배터리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 열이 생기는 섬유도 등장했다. 그러나 히트텍같은 발열 의류를 만드는 섬유는 크게 수증기를 이용하는 흡습발열과 빛을 이용한 광발열 섬유로 나뉜다. ‘대세’라는 히트텍은 대표적인 흡습발열 섬유 의류다.
흡습 발열은 섬유가 물을 흡수하면 내뿜는 ‘흡착열’을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분자가 멈추면 운동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변환되어 방출된다. 고등학교 과학 과목에서 배우는 ‘발열 반응’이다. 교과서에서 배운대로라면 연소 반응이나 산·염기 중화 반응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섬유에서 나는 발열 반응도 같은 원리다. 몸을 뒤덮고 있는 섬유는 몸에서 발생하는 땀이나 수증기를 흡착시켜 운동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든다. 이 때 운동 에너지가 전환되어 열로 발생하는 것이 흡습발열 섬유의 원리다.
사실 흡습발열 섬유는 새롭게 개발된 특수 섬유가 아니다. 목화에서 얻는 면이나, 면을 수산화나트륨 용액처리해 만든 머서화 면, 나일론, 폴리에스터, 레이온, 아크릴, 양모, 견(비단)…. 아무 옷 성분표에서나 볼 수 있는 섬유도 흡습발열을 일으킨다. 겨울에 털실로 짠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 중 하나도 흡습발열 때문이다. 물론 양모 섬유는 부피감이 있기 때문에 히트텍처럼 얇게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광발열섬유는 빛을 흡수해 열 형태로 발산하는 섬유다. 일본에서 개발된 코어브리드-B 섬유가 대표적이다. 섬유의 중앙에 있는 발열입자가 800~1100nm 파장을 갖는 적외선을 주로 흡수해 열을 낸다. 몸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아닌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바깥에 입는 재킷에 많이 사용한다.
발열섬유, 얼마나 따뜻한가
발열섬유가 실제로 열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은 맞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열을 내고, 따뜻하게 만들까. 간단하게 말해서 발열섬유만으로 핫팩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진용범 한국의류시험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2분기에 발간된 학술지 ‘섬유기술과 산업’에 발열 섬유 제품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실제 흡습발열 섬유와 광발열 섬유 제품을 직접 시험한 내용이 담겨있다.
진 연구원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과 일본화학시험검사협회(KAKEN), 일본섬유제품품질기술센터(Q-tec), 일본방적검사협(BOKEN) 등 4개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평가 방법을 이용해 발열 섬유를 비교했다. 일본 시험기관에는 평가 의뢰를 해 자료를 모았다.
비교 결과, 실제로 섬유의 온도가 오르는 현상은 당연하게도(?) 관찰됐다. 그러나 온도 상승량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말하기 어려웠다. 시험 방법에 따라 온도가 들쑥날쑥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기관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시험했을 때도 흡습발열 섬유는 최대와 최소치의 차이가 2.52℃, 광발열 섬유는 정도가 더해 14.1℃까지도 났다.
문제는 발열섬유의 효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발열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국내외 평가 표준이 없어 시험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하거나 제작 업체에서 스스로 평가한다. 표준이 없어 발열 의류가 얼마나 온도가 올라가는지 객관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발열 섬유의 온도 상승 정도와 체온 상승의 상관 관계를 명확하게 밝힌 연구나 자료도 아직 없다. 진 연구원은 “온도나 습도, 센서 종류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데도 발열 의류를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발열 섬유가 온도를 올리는 것은 사실이나, 사람이 실제로 따뜻하게 느끼는 것은 발열과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추운 겨울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보내고 싶어한다. 올해 평년과 다른 한파가 몰려 오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해진다. 옷을 겹겹이 입는 것이 추위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데, 옷 맵시를 중시한다면 몸에 착 달라붙는 히트텍은 참 매력적인 물건이다. 발열 기능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이너웨어’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