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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이용한 전통과학



호흡이란 무엇인가?

호흡(呼吸, respiration)이란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가스교환을 통해 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작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세포가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보다 횡격막과 늑골을 움직여서 코나 입을 통해 바깥의 산소를 폐로 공급하는 것을 호흡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호흡은 이렇게 단순한 기계적 운동이 아니다. 폐로 들어온 산소를 혈액 속의 적혈구가 헤모글로빈에 결합시켜 세포로 전달하고 세포내 확산을 통해 산소가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도달하면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신나게 생체에너지(ATP)를 생성한다. 호흡은 이처럼 호흡계, 순환계 등 많은 신체 조직들이 관련된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한 세포 호흡 과정에는 반드시 산소가 필요하다. 세포 호흡이 일어나면 영양소인 포도당이 분해되고 그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세포 호흡을 위해서는 세포에 계속 산소를 공급해야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한다. 만약 짧은 시간이라도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에너지 생성대사에 큰 타격이 가해져서 우리 몸 전체의 생명유지를 위협한다. 세포는 포도당이나 그 외의 영양소를 직접 태우지는 않지만 단계적으로 분해해 에너지를 생성한다. 세포호흡은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잘 상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동차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에서 일어나는 연료의 연소는 에너지를 만들어서 자동차를 움직이게 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몸과 유사하지만 방법은 매우 다르다.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는 산소와 연료가 격렬히 반응하면서 순간적으로 빛과 열을 내며 산화된다. 그러나 세포호흡을 할 때는 포도당이 효소반응을 거치면서 단계적으로 분해돼 에너지를 서서히 방출하며, 이때 발생하는 에25너지의 일부는 열로 방출되고 나머지는 화학물질의 형태로 저장된다. 다시 정리하면, 소화계를 통해 흡수된 영양소와 호흡계를 통해 들어온 산소는 순환계를 따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도달한다.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세포호흡에 의해 영양소가 산화돼 생체에너지(ATP)가 만들어진다.

 

ATP(Adenosine Triphosphate)는 물질의 합성, 체온상승, 뇌 활동, 정보의 전달, 발성, 근육활동 등의 생명 유지를 위한 에너지로 쓰인다.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산소의 공급과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호흡계와 순환계의 유기적인 협동과정에 의해서 일어난다. 산소는 호흡계를 통해 폐의 혈액, 순환계를 통해 우리 몸의 각 조직 세포로 전달돼 에너지 생성에 이용되고, 물질대사 결과 생긴 노폐물인 이산화탄소는 순환계를 통해 폐로 전달돼 호흡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호흡계를 통한 기체 교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호흡운동, 기체의 운반, 폐 및 조직세포에서의 기체교환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야 한다.






지구환경변화와 생물의 진화

그렇다면 지구상에 산소가 나타난 것은 언제부터일까. 처음부터 지구가 산소를 지금처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즉,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원시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다. 생명체가 등장하기 이전인 원시지구의 대기는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 수소가 가득 찬 지금의 생물들이 번성하기 매우 나쁜 환경이었다. 1952년 시카고 대학 대학원생이었던 스탠리 밀러(Stanley Lloyd Miller, 1930~2007)는 연구를 지도하는 해롤드 유레이(Harold Urey, 1893~1981)와 함께 일주일간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실험장치도 의외로 간단해 그들의 논문이 발표된 후 미국의 한 과학 잡지는 비전문가도 만들 수 있는 장치라고 했다. 전극이 연결된 유리 플라스크 속에 메탄, 암모니아, 수소가스의 혼합가스를 가득 채우고 수증기를 주입시킨 후 고압 전기 방전을 일으킨다. 전기 방전 후 유리 플라스크 속에서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생성됐다.





이러한 유기물질의 탄생이 이후 생물들의 진화와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이후 등장하는 세균화석들은 산소가 없던 지구환경에서 현재 산소를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생물들의 탄생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선캠브리아기의 대표적인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위 사진)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남세균 화석이다. 약 35억 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당시 바다 속에서 생성된 것이라 생각된다. 남세균은 앞서 말한 것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인 남세균이 산소발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25억 년 전 지구에는 그 이전보다 많은 양의 산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산소의 축적이 지구의 거대한 방어막인 오존층을 만들어 냈다. 오존층 덕분에 육지생물의 출현이 가능하게 됐다. 오존은 산소 원자 세 개가 결합한 것이다. 대기 중의 산소 분자는 태양광에 포함된 짧은 파장의 자외선을 쪼이면 두 개의 산소 원자로 쪼개진다. 그 후 산소 원자 하나와 더 결합해 산소 원자가 세 개인 오존의 모양을 갖는다. 오존에 자외선을 쪼면 다시 산소 분자와 산소 원자 하나로 파괴되기도 하는데, 그 때 생산되는 비율보다 파괴되는 비율이 낮으면 오존층이 형성되며 자외선을 흡수한다. 따라서 오존층이 생길 때까지는 지상에는 자외선이 계속 내리쪼였을 것이므로 생물의 지상출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외선이 차단된 후에 비로소 생물은 육상에 안주할 수 있게 됐다. 오존층이 만들어지면 대기 중에 충분한 양의 산소도 있어야 한다. 약 4억 년 전 삼림이 대륙을 뒤덮을 만큼 번창한 것으로 미뤄보면 엄청나게 많은 생물 화석이 나타나는 6억 년 전에서 4억 년 전 사이에 오존층이 형성됐을 것이라 추정된다. 이러한 오존층의 출현으로 육상생물이 나타나고 육상생물들은 더욱 번성해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생물종이 만들어진 것이다.




작은 생물의 호흡까지 배려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

지구 위의 모든 생물들은 숨을 쉰다.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들조차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사실을 이용해 과학적인 그릇인 ‘옹기’를 사용했다. 산소와 관련해 우리의 전통기술을 살펴보면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옹기는 나뭇잎이 썩어 만들어진 부엽토의 일종인 약토에 식물성재를 물과 함께 개어서 잿물로 만들고, 이것을 적당한 수분이 함유된 상태에서 안과 밖에 입힌 뒤 불에서 구워낸 그릇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옹기는 넓은 범위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통옹기는 생명에 대한 이해에서 얻은 환경지혜가 가득 담긴 산물이다. 우선 통기성이 매우 뛰어나다. 숨 쉬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획기적인 발명이라고 여겨지는 플라스틱은 요즘 우리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볍고 깨질 위험이 적은데다 다양한 형태의 주조가 가능한 플라스틱은 생활 용기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옹기의 사용은 줄어들었다.




플라스틱은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보면 친환경적이지 않고 생명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플라스틱의 표면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물결 모양의 치밀한 조직이 있다. 통기가 가능한 틈이 거의 없다. 그러나 전통옹기는 이들과 달리 원형조직이다. 이 원형조직은 용기의 안과 밖 기체출입을 가능하게 하는 숨구멍 역할을 한다. 옹기를 만드는 찰흙에 들어있는 수많은 모래 알갱이가 미세한 공기구멍을 만들어 마치 식물의 기공처럼, 곤충의 기문처럼 안팎으로 공기가 드나들게 하는 것이다.

덕분에 발효음식을 옹기에 담으면 음식을 발효시키는 미생물들이 잘 번식할 수 있고, 오랜 기간 보존을 필요로 하는 음식 재료들을 넣으면 습기가 차지 않고 통기가 잘 되기 때문에 나쁜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옹기는 김치, 된장, 간장, 젓갈 같은 발효음식과 쌀, 보리, 콩과 같은 장기간 보존을 필요로 하는 곡식을 담아두는 데 적격이었다. 또한 화병을 옹기로 만들면 꽃이 유리 화병이나 플라스틱 화병에 꽂혀있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게 오래 유지되고 꽃봉오리까지도 피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질그릇을 이용해 수조를 만들고 여기에 금붕어나 올챙이 등을 키우면 별도의 산소공급기가 없어도 생물들이 생명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이것 또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출입을 원활하게 하는 옹기만의 장점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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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배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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