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각시나방의 애벌레는 포식자가 주변에 있으면 더 빨리 성장한다.]
포식자가 나타나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움직임을 줄이고 방어에 온힘을 다한다. 따라서 쓰는 에너지는 많아지고 먹이는 적어져 체중이 줄고 발달도 더디게 된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심한 나머지 잠자리 애벌레는 죽기까지 한다.
그런데 포식자가 나타나면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하는 동물이 최초로 발견돼 화제다. 주인공은 박각시나방. 미국 퍼듀대 란 카플란 곤충학과 교수 연구팀은 7월 13일 박각시나방 애벌레는 포식자가 근방에 있으면 오히려 체중은 유지하면서 발달과정은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박각시나방 애벌레 주변에 천적인 노린재를 뒀다. 연구팀은 노린재의 입부분에서 먹이를 씹어먹는 기관을 제거해 애벌레를 잡을 수는 있지만 먹지는 못하게 했다. 그 결과, 박각시나방이 평소 먹던 먹이의 30~40%를 덜 먹었다. 그러나 노린재의 위협이 없는 다른 애벌레와는 달리 같은 체중을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발달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 안전하게 먹이를 섭취한 애벌레보다 다음 발달단계에 더 빨리 도달했다. 비결은 효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양을 줄이는 대신 먹이에서 좀 더 많은 질소를 추출하고 섭취해 발달 속도를 촉진하고 자신의 체내 지방 함량을 올려 체중을 유지한 것이다.
연구팀은 천적과 관계없이 먹이를 적게 먹여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적게 먹은 만큼 체중이 감소하고 발달은 더뎌졌다. 이에 대해 연구팀의 란 카플란 곤충학과 교수는 “이 결과로 박각시나방 애벌레에서 관찰된 흥미로운 현상이 먹이 부족이 아니라 포식자 때문임을 확실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 7월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