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이 간질간질하다. 또 뭘 잘못 먹었나보다. 기자는 우유를 잘못 먹으면 두드러기가 난다. 새우나 땅콩을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올해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미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5% 정도로 나타났다.
“알레르기는 면역세포의 활성이 과하게 일어나 생기는 증상입니다.”
GIST 생명과학부의 임신혁 교수는 늘 기자를 괴롭히는 알레르기의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면역세포는 원래 몸속에 들어오는 세균, 바이러스 같은 적과 싸워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하지만 음식을 적으로 오인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나 사실 학교 나온 세포야”
“뇌는 커녕 눈도 없는데 어떻게 적을 발견할 수 있냐고요? 면역세포는 적을 찾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오랫동안 학교에 다닙니다.”
면역세포의 학교는 쇄골 바로 밑에 있는 ‘흉선’이다. 사람이 태어나 청소년이 될 때까지 면역세포는 여기서 많은 미생물과 외부물질을 만난다. 면역세포는 이들의 표면을 배우고 익혀 딱 맞게 결합하는 수용체를 하나씩 만든다. 반대로 몸을 이루는 물질과 결합하는 수용체는 제거한다. 면역세포가 온몸을 떠돌아다니다 수용체에 어떤 물질이 잡히면적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수용체는 면역세포의 손인 셈이다.
“어렸을 때 세균에 많이 노출될수록 수용체를 여러 개 만듭니다. 반대로 깨끗한 곳에 사는 아이의 면역세포는 수용체를 제대로 만들기가 어려워 면역력이 떨어지죠. 이것이 ‘위생가설’ 입니다.”
면역세포가 수용체로 적을 인지하면 공격을 시작한다. 평소에는 잠자코 있던 면역세포지만 공격을 퍼부을 때는 앞뒤 가리지 않는다. 적을 잡아먹기도 하고, 구멍을 뚫어 죽이기도 한다. 아예 단백질분해효소를 쏴 녹여버리기도 한다. 게다가 ‘염증호르몬’을 내 싸움이 벌어진 곳으로 다른 면역세포를 더 불러 모은다.
적을 모두 없애면 면역세포는 활성을 멈추고 자리로 되돌아간다. 만일 면역세포가 싸움을 마친 후에도 활성을 멈추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자기 몸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아토피 피부염,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같은 면역과민질환과 류마티스 관절염, 소아 당뇨, 다발성 경화증 등의 자가면역질환이 모두 면역세포가 활성을 멈추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다. 증상이 생기는 부위는 각자 다르지만 원인은 모두 면역세포의 과민반응이다. 만일 면역세포의 활성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이런 병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어떤 물질이 어떻게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임 교수가 이끄는 ‘면역조절 연구실’도 그 중 하나다.

[면역세포의 활성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포를 배양해야 한다.]

[➊ 한 연구원이 세포에서 추출한 DNA를 젤에 걸고 있다.
➋ 면역조절 연구실에서는 세포 수준을 넘어 실제 개체에서 어떤 면역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한다. 이때 쥐를 모델로 쓴다.]
유산균으로 염증을 치료한다고?
면역조절 연구실은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 장을 들여다봤다. 장은 면역반응이 가장 잘 억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장 속에 사는 미생물은 그 무게가 1~1.5kg나 되지만 면역세포는 이들과 조화롭게 살아간다”며 “장 속 세균이 면역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면역조절 T세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면역조절 연구실은 장 속 세균 중 면역조절 T세포를 잘 활성화시키는 유산균 5종을 뽑았다. 유산균은 요구르트, 김치 등에 많이 들어 있는 균주다. 연구팀이 유산균 조합물을 과민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쥐에게 먹였더니 예상대로 쥐의 장염이 깨끗이 나았다. 유산균이 면역조절 T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키고, 세포의 수도 2배 이상 늘려 면역반응을 억제시켰기 때문이다. 이 조합물 속 유산균은 원래 장 속에 살던 균이기 때문에 효과가 좋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없다.
연구팀은 다른 염증성 질환을 가진 쥐에게도 유산균 조합물을 먹였다. 그 결과 아토피 피부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가진 쥐도 모두 나았다. 면역조절 T세포가 위치에 관계없이 모든 염증을 가라앉힌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임 교수는 “장 속 면역조절 T세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1월 13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충분한 양의 유산균을 먹으면 장 속 유산균이 면역계와 작용해 면역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임 교수는 “아직까지 유산균이 약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균형 잡힌 면역반응을 유도해 더욱 많은 질환을 개선하는 보조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조합물 속 유산균마다 면역조절기능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각 유산균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연구해 상황에 따라 면역을 조절하는 ‘맞춤형 유산균’을 제작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