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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태양 아래 땅도 무섭게 이글거리는 곳. 외로움과 메마름이 지나쳐 풀 한 포기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곳.
사막은 우리에게 낯설다. 우리나라엔 사막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사막이 있다는 것을 느낄 기회는 황사 정도일까. 중국대륙이 건조해지는 봄이면 북부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황하 상류지대에서 올라온 흙먼지가 한반도 상공까지 날아온다. 공업화가 한창 진행 중인 중국 대륙을 경유하는 황사 바람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황사가 일면 천식과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항공기나 전자 장비처럼 정밀기계를 다루는 곳에서는 일시적으로 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황사 발생 일수가 크게 늘었다. 2000년대 이후 서울에서 연간 황사 발생 일수는 평균 12.4일로 집계됐다. 1980년대 3.9일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왜 그럴까. 여기엔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중국 사막의 영향이 크다.
육지 면적 1/5이 사막
좁은 의미에서 사막화는 사하라 사막, 중동 사막, 고비 사막 등 현존하는 사막들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현상이다.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는 이보다 좀 더 넓게 ‘기후 변동 및 인간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사막 지역, 반사막 지역 그리고 아습윤 지역 등 건조지역에서 초래되는 토지의 질 저하’라고 정의 내렸다. 건조지역은 전 세계 육지 면적의 40~45%를 차지하며, 이곳에 약 20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UNCCD의 정의에 따라 넓게 보면, 전 육지 면적의 24%가 사막화의 위험에 처해 있고 약 2억 5000만 명의 사람들이 사막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사막화의 잠재적 위험에 처한 인구는 어림잡아 10억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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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하라 이남지역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사막화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곳에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물과 비옥한 토지를 찾아 고향을 떠나고 있다. 척박한 땅은 사람들의 인심도 야박하게 만든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에선 분쟁이 끊이질 않으며 국제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수단,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기근지역은 가뭄으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과 일치한다.
사막은 왜 생길까. 사막은 육지 면적의 약 1/5을 덮고 있는 거대한 지역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넓이는 900만km2로 남한 면적의 100배에 이른다. 호주 사막, 아라비아 사막, 고비 사막, 타클라마칸 사막, 칼라하리 사막, 타르 사막, 카라쿰 사막, 파다고니아 사막도 모두 한반도보다 크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듯 모든 사막이 늘 덥고 건조한 것은 아니다. 중국 고비 사막은 겨울이 되면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모든 사막이 모래로만 이뤄져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암석으로 이뤄진 사막이 전체의 90%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막을 덥고 비가 적은 불모지쯤으로 생각하지만 습윤 기후처럼 식물과 동물이 풍족하게 있지 못할 뿐, 사막에서도 나름대로 다양한 생명체들이 떼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사막의 지형과 토양은 다양하며 대부분의 사막은 적어도 한 개의 영구 하천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평소 사막의 위치를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독자는 없을까. 세계 지도를 보면 사막은 위도 15~35° 범위 안에만 있다. 마치 띠를 두르듯 아프리카 북부와 중앙아시아, 남반부에는 남아메리카 대륙에 걸쳐 사막이 길게 존재한다. 그 이유는 이 지역에 반영구적으로 지상 고기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적도에서 상승한 공기는 사방으로 퍼져 나가다가 위도 15~35°에서 하강한다(해들리순환). 하강하는 공기는 압축되는 과정에서 건조해지므로 구름을 만들지 못하고 맑은 날씨를 유지한다. 해들리순환보다 고위도에서 순환하는 페렐순환도 위도 15~35°에서 하강기류가 존재한다. 즉 두 순환의 영향이 합쳐져 위도 15~35°에서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사막이 존재했다.
![황사가 삼킨 서울의 모습. 중국 사막이 넓어지면서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도 늘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10/2492647244ea7c996d1c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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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사막화를 가속시킨다
문제는 사막이 한 번 생기면 계속해서 넓어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막에서는 바람이 안에서 밖으로 불어 나간다(고기압). 이때 모래가 바람을 타고 주변 지역으로 날아가 쌓이는데, 이곳에 있던 풀과 나무가 모래에 덮여 회복하지 못하면 사막이 된다.
사막의 크기도 사막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사막이 클수록 바람도 세지기 때문에 모래를 실어 나르는 능력도 커진다. 즉 사막이 커지면 바람이 세지고, 다시 사막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사막 면적의 증폭과정을 ‘사막의 불안정’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는 인구 증가에 따른 과경작과 방목, 산림벌채 같은 인간 활동이 사막화의 주범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엔 지구 온난화가 사막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지표와 대류권의 온도를 높인다는 것은 이제 증명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대기 중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50년 뒤 지구 평균 기온은 2.5℃나 상승할 것이다.
본래 지구는 저위도에서는 에너지 과잉이, 고위도에서는 에너지 부족이 나타나는 것이 정상이다. 지구는 위도별로 태양 에너지를 받는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면 이 불균형의 정도가 약해진다. 저위도보다 고위도의 온도가 더 크게 상승하면서 위도에 따른 온도차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적도와 아열대 해양에서 넘치는 수증기와 에너지가 고위도로 수송되지 못하고 그대로 저위도에 머물러 있게 된다.
저위도에 과잉된 에너지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태풍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저위도에 증발량이 늘면 태풍 같은 위험기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그 세력이 강해진다. 반대로 저위도의 상승기류를 보상하기 위해 위도 15~35°에서도 하강기류가 강화된다. 이런 순환의 영향으로 아열대 고기압이 강화되며 이는 고기압 아래 사막을 더욱 확장시킨다.
가뭄으로 갈라지는 땅 한 쪽에선 폭우가…
이런 결과는 최첨단 기후 모델들로 예측한 미래 기후 전망에서도 나타난다. 온실가스 농도 증가율에 따라 사막화의 진행 속도는 달라지겠지만 모든 시나리오는 사막 및 건조지대의 상당한 확장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세기에 걸쳐 일어난 사막화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의 사막화가 금세기 말까지 지속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막화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사막은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황사를 제외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렵다. 사막화는 주변으로 사막이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에 뜬금없이 우리나라가 사막이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간접적인 영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기후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막화가 진행되면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이 확장된다. 하지만 기후 모델이 예측한 금세기 100년 동안의 전 지구적인 강수량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구상 어느 지역에서 사막화가 일어난다면 건조지역 이외의 지역들, 특히 다우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더 많이 증가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 있는 국가들의 여름철 호우 빈도가 증가할 것이다. 강수량의 증가가 연중 균일하게 이뤄진다기보다 한 계절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 또한 점점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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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사막이 넓어지면 다우 지역에는 더 많은 비가 내린다. 우리나라처럼 중위도 지역 국가들은 여름철 호우 빈도가 증가할 것이다.
➋ 나무심기처럼 사막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사막화의 가속을 막을 수 없다.
➋ 나무심기처럼 사막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사막화의 가속을 막을 수 없다.
사막 불안정 이론에 따르면 사막화를 막기 위해 특별한 노력이 가해지지 않는 한 사막화가 가속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현재 여러 기업과 단체들이 사막으로 변하는 지역에 나무를 심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일부 나무는 성장할 때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해 수자원 부족 상황에 더 큰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막화를남의 이야기로만 치우쳐버린다면 사막화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태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무엇이든 균형을 잃으면 언제나 정점을 찍은 뒤에야 안정화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사막화가 정점을 찍기 전에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