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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융합형 과학 교과서

과학의 ‘이야기’를 들어라

새 학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새로운 융합형 과학 교과서로 공부한다. 우주 빅뱅부터 시작해 현대과학이 등장하는 파격적인 구성과 이야기 중심의 내용이 학생들에게는 무척 생소하게 다가올 것이다. 달라진 교과서는 어떤 취지로 만들었으며, 어떻게 공부하는 게 효과적일지 함께 살펴보자.



과학 교과서 개정의 취지

3월부터 기존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공부하던 과학 교과서가 전면 개정돼 새로운 ‘융합형 과학 교과서’로 바뀐다(10학년~12학년에 해당되는 고등학교 과정은 전 학년이 선택중심 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융합형 과학을 배우지 않거나 2, 3학년에서 배우는 학교도 있다).



새로운 과학 교과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것으로 기존 6차 교육과정의 ‘공통과학’, 7차 교육과정의 ‘과학’과는 내용이 매우 다르다. 또 중학교에서도 배우지 않았던 내용이 대부분이라 학습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배경을 살펴본다면, 교과서를 읽고 학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09-41호인 ‘2009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2009 개정 과학 교육과정 해설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교육과정 개정의 배경

- 과학기술과 관련된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인성을 모두 갖춘 인재 양성

- 자연과 인간과 문명에 대한 현대 과학적 이해를 근거로 합리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 함양

- 과학자 양성에 필요한 지나친 개념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고, 과목 구분의 벽을 뛰어 넘는 융합 교육을 통한 창의·인성 교육 실현



② 교육과정 개정의 필요성

첫째, 분과적 과학 개념이 아니라 현대 과학의 의미, 가치,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문과’와 ‘이과’ 구분에서 확실하게 벗어나서 모든 학생에게 과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으로 세분화된 틀에서 벗어난 융합형 과학교육이 필요하다.

넷째,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학과 현실 사회에서 필요한 과학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다섯째, 창의성과 탐구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과학을 가르쳐야 한다.

여섯째, 과학 교육의 완성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일곱째, 과학에서도 글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융합형 과학 교과서의 구성

그렇다면 융합형 과학 교과서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표 1>;은 총 7종으로 출간된 융합형 과학 교과서가 공통으로 담고 있는 내용 체계다.





내용 체계를 보면 놀라서 입이 벌어질 수도 있다. 모두 92개인 각 영역의 요소가 얼핏 보기에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년 동안 이런 내용 요소들의 개념을 모두 배울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이 부분은 학생들보다 교사들이 주의해야 한다. 2009 개정 과학 교육과정은 각 내용 요소들의 개념을 모두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내용 요소의 심도 있는 개념을 학습하기보다는 소단원 또는 중단원(‘우주와 생명’ 단원의 경우는 대단원까지) 차원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필요할 경우 기본 개념 정도만 학습한다.



빅뱅부터 시작해 현대 과학까지

융합형 과학 교과서는 단원별, 단원 간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체를 파악하고 교과서를 읽어나간다면 이해하는 데 도움될 것이다. 융합형 과학 교과서의 각 중단원에서 학습해야 할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주의 기원과 진화 : 이 단원에서는 우주가 빅뱅으로부터 형성돼 초기에 기본 입자들이 만들어지고 양성자, 중성자, 헬륨 원자핵, 중성 원자, 분자로 진화하면서 현재의 우주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배운다.



태양계와 지구 : 전체 우주에서 우리 인간이 속해 있는 태양계와 지구에 대해 중점적으로 배운다. 태양계의 형성 과정과 태양계를 구성하는 행성들의 종류와 성질을 이해한다. 케플러 법칙과 뉴턴의 운동법칙을 통한 기본 역학 개념을 바탕으로 행성의 운동과 대기의 구조 등을 이해한다.



생명의 진화 : 원시 지구에서 원시 생명체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생명 진화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또 생명의 연속성을 이해하기 위해 염색체, 유전자, DNA의 개념을 배운다. 유전과 진화의 과정을 유전자의 전달과 변화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통신과 신소재 : 자연 현상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여러 가지 형태로 인식하는 방법과 정보의 처리 과정을 이해한다.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의 기본 구조와 특히 반도체 원리를 배운다.



인류의 건강과 과학기술 : 이 단원에서는 과학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지식 체계가 인류의 생활과 건강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목표다. 농업 혁명과 신품종 개발에 의한 농업 생산성 향상, 과학적 원리를 이용하는 건강관리, 첨단 과학을 응용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이해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에너지와 환경 : 열역학의 기본 법칙을 배우고, 화석 연료가 인류 문명의 중요한 에너지원이 돼 왔음을 이해한다. 환경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다양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의 모색에 대해 학습한다.



시각적인 삽화와 스토리 중심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융합형 과학 교과서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이 구분돼 있지 않고 융합형 문제 중심으로 서술돼 있다. 특히 이번 개정 과학 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개념 중심에서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내용 구성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주요 특징을 살펴보자.



①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수한 사진 및 삽화 자료가 포함돼 있다.

② 요소별로 강조하는 개념 중심에서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내용 구성이 바뀌었다.

③ 차시의 구성이 개념 중심에서 문제 중심으로 바뀌었다.

④ 단순한 흥미 위주에서 탈피해 생활과의 연관성을 높였다.

예) 기존의 과학 교과서가 개념에 대한 ‘원리가 무엇인가’가 중심이었다면, 융합형 과학 교과서는 개념이 ‘우리 생활과 어떻게 관계되는가’가 중심이다.

⑤ 문과 교육과 인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실험, 탐구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⑥ 글읽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평가는 어떻게 대비할까?

평가는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일 것이다. 융합형 과학 교과서는 현재까지는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학기 중 치르는 전국단위 평가(일명, 모의고사)의 평가 체계에 따라 학교 수업 방식이 바뀔 수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원의 모의고사와 각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의 문제 형태가 중요하다.



학원과 출판사에서 다루는 융합형 과학 교과서의 문제 형태는 조금씩 성격이 달라 학생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현재 융합형 과학 교과서의 평가 체계는 교과서 개정의 취지에 최대한 맞는 쪽으로 각 교육기관들이 협의하고 있다. 문항의 유형은 크게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된다. 지필평가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지만 수행평가는 개념도, 탐구보고서, 과학글쓰기, 웹캐스트, 신문스크랩,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공부법

융합형 과학 교과서로 공부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생각의 전환이다. 이것은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 모두에게 해당된다. 지금까지 교사는 학생들에게 개념과 관계된 요소를 하나라도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가르치려고 했다. 그러나 융합형 과학 교과서에서는 일방적인 개념 전달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생각할 문제를 찾아보고 토의해보는 수업 방식이 적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내용만 주입식으로 머릿속에 채워왔던 기존의 편안했던 수업은 잊어야 한다. 함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선생님의 수업 진행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융합형 과학 교과서에 담긴 폭넓은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선생님에게 질문할 뿐 아니라 독서, 친구와의 토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한다. 수업시간에 질문이 남았다면, 수업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거나 다음 시간에 질문을 이어서 해결한다. 자유로운 질문과 토론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 융합형 과학의 다양한 이야기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융합형 과학은 개념이 아닌 이야기 중심이다. ‘우주와 생명’ 대단원을 보면 빅뱅부터 우주배경복사, 탈출속도, 유전자 등 이전 교육과정의 선택 과목 (과학Ⅰ·Ⅱ) 수준 또는 그를 넘어서는 내용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 이 단원을 학습할 때는 나무보다는 숲에 먼저 주목한다. 이야기 속의 단어(혹은 간단한 정의 수준) 정도로 전체 내용을 받아들인 후에, 더 관심 있는 학생들은 세부적인 개념을 파고들도록 하자.



융합형 과학 교과서가 담고 있는 분야가 다양한만큼 다양한 영역과 주제에 대한 독서가 필요하다. 우주의 기원 등 우주 일반 상식과 관련된 도서부터 과학사, 첨단과학,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과학잡지나 교양 도서를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생소하거나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내용이 매우 많을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충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영역에 걸친 개념을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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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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