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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인간’이 밝히는 인간의 실체

“뇌가 진화를 거듭해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치아 구조가 잡식하는 습성에 알맞게 최적화돼 있지만, 송곳니는 유별나게 작다. 그래서 이 동물은 신체를 이용한 공격이나 방어 능력이 형편없다.”
“몸 색깔은 갈색이 가장 많고, 일부 햇빛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분홍색을 띠는 개체도 있다. 눈 색깔도 갈색이 가장 많으며, 색소가 적은 개체들은 녹색이나 파란색을 띠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두 다리를 사용해 걸으며, 자유로운 ‘앞발’로는 걷기외의 다른 일들을 수행한다.”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자연과학 칼럼을 기고하는 인터넷 방송작가인 저자는 동물에 대한 생태자료처럼 인간의 특징을 표현한 이 책을 펴냈다. 말하자면 인간이 먹고 자고, 서로 싸우고 사랑하는 일에 관한 ‘동물학적 관찰기’다.

이 책은 발가벗은 저자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뜯어보는 데에서 시작한다. 거울에 비친 길쭉한 동물은 전체적으로 털이 거의 없는데, 우습게도 맨 위에만 털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수사자는 남성성을 자랑하기 위해 갈기가 있고, 인간과 닮은 고릴라와 오랑우탄은 긴 털로 온몸을 뒤덮고 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털을 벗었을까.

저자는 거울에 비친 (우스꽝스런) 자기를 ‘성찰’해 인간이 털을 벗은 과학적인 원인을 이끌어낸다. 그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몸이 커지고 기후 환경이 따뜻해지면서 털가죽을 걸치기가 너무 더워서 벗었다”고 주장한다. 또 “털에 붙어 있는 진드기 같은 기생생물을 피해 몸을 보호하다 보니 오히려 털이 사라졌을 것”이란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자기가 스스로 생각해냈거나, 지금까지 학계에 발표됐던 다양한 가설을 자기 성찰식으로 표현하고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인정받고 있는 가설이 무엇인지 이유를 밝혔다.

현재까지 인간에게 털이 없어지게 된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기후가 따뜻해져 더워서 벗었다는 주장’이다. 진화 초기에 원인들이 숲을 떠나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가서 동물을 사냥하며 살았던 것과 관련이 있다. 처음에 인간이 네 발로 기어다닐 때, 그들의 등은 햇볕을 막아주기 위한 털가죽으로 덮여 있었다. 그러다가 사냥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간은 두 발로 달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진화를 계속 겪으면서 인간의 몸에는 수많은 땀샘이 생겨났다. 지구상에 있는 어떤 생물보다도 많은 수의 땀샘을 갖게 된 것이다. 땀은 공기 중으로 빠르게 날아갈수록 효율적으로 동물의 몸을 식힐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땀의 증발을 방해하고 몸에 열기를 보존하는 털가죽을 점점 벗어던지게 됐다. 결국 지금처럼 축축한 맨 피부를 드러내게 됐다는 얘기다.

저자는 인간이 왜 다른 동물과 다른지,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 생긴 이유가 무엇인지 자기만의 재치 있는 말투와 표현법으로 풀었다. 인간이 어떤 동물인지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고 싶다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어렵고 진부한 학술 자료에서 벗어나 마치 수필이나 소설을 읽듯이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독자를 위해 과감히 (거울앞에서 혼자) 옷을 벗은 한나 홈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1

글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눈길이 머무는 이달의 책



계절에 따라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꾸미고 매일 식탁에 올라 인간에게 섬유질과 비타민을 공급하는 식물. 거의 항상 식물을 보고 있지만, 일반인이 식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그리 많지 않다. 식물에 대한 과학적인 이론이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식물분류학자인 저자는 어떻게 지구가 탄생하고 생명체가 출현했는지, 식물이 지구상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물속에 살던 식물의 원조가 어떻게 지상으로 올라왔는지, 단순히 물을 빨아들이고 광합성을 하던 식물이 어떻게 다양한 모양,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꽃을 피우게 됐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35억 년 전 식물이 처음 나타난 뒤 생존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환경에 적응한 식물은 대를 이어 번성했고 그렇지 못한 식물은 운명적으로 멸종을 맞았다. 적과 맞서서, 더 많은 후손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식물은 끊임없이 변하고 진화하도록 강요받았다.

어려운 단어와 화학식, 알아보기 힘든 일러스트가 가득한 전공 서적과 달리 이 책에서는 저자가 설명하는 식물들의 컬러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식물에 대해 전반적인 이론이 궁금하다면, 수십억 년 동안 지구를 지켜온 식물이 어떻게 진화했고 어떤 전략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1

새 책



신성한 기하학
미란다 룬디 지음 | 곽영직 옮김 | 시스테마 | 64쪽 | 7600원


기하학에서 나오는 도형과 설명을 어린이 그림책만 한 작은 책 안에 담았다. 타일과 교회 창문에서 피라미드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과학, 건축 분야에서 디자인의 기초 요소들을 끄집어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단순해 보이는 삼각형과 육각형, 아치, 나선이 얼마나 우아하고도 수학적인지 깨닫게 된다.

부정한 동맹
셸던 크림스키 지음 | 김동광 옮김 | 궁리 | 416쪽 | 1만 8000원


과학과 지식의 상업화가 대학과 학계에 어떤 딜레마를 가져왔는가. 미국 터프츠대 도시환경정책과 교수인 저자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진리 추구에 기반한 윤리 체계를 벗어나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수많은 이해관계로 지식의 원천이 오염돼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학의 윤리와 과학계가

슈퍼맨, 그게 과학적으로 말이 되니?
제임스 카칼리오스 지음 | 박다우 옮김 | 지식나이테 | 420쪽 | 1만 6000원


상대성 이론부터 슈뢰딩거 방정식, 에너지 보존의 법칙, 열역학 법칙, 양자역학까지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물리학 법칙들을 만화책처럼 쉽게 설명하고 있다. 물리학자인 저자는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슈퍼영웅들의 활약상을 통해 물리학의 중요 법칙과 이론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도난당한 열정
윤건일 지음 | 시대의창 | 228쪽 | 1만 2800원


국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을 수사기관에서 막았다는 소식이 가끔 보도된다. 천재 과학자가 어쩌다가 매국노가 됐을까. 현직 기자인 저자는 이형종 교수 사건과 포스코 기술유출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사건의 실체를 찾아다녔다. 사건 당사자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대검찰청 등을 심층 취재한 결과가, 뉴스에 나오지 않았던 진실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한탄강 지질 탐사 일지
원종관 외 4명 지음 | 지성사 | 232쪽 | 1만 7000원


물의 흐름이 빠르고 급류가 많아 여울이 큰 강이란 뜻의 한탄강은 크고 작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직접 겪으며 한반도 허리께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이 강은 인류가 살기 전 지질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실제로 찾아 간 듯이
실감 나는 현장 설명을 읽으면 과거 한탄강에서 암석이 만들어지던 상황과 구석기인이 생활하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아이폰 앱 기획 성공의 법칙
와다 순페이 외 9인 지음 | 김상석 옮김 | 삼정데이타서비스 | 190쪽 | 1만 2500원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8명과 앱스토어 전문분석가 2명이 아이폰과 관련해 아이디어 발상법, 프로그래밍 요령, 정보수집 노하우, 판매전략, 사용자 지원 연구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저자들은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결과, 늘어난 매출만큼 세계 각국의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격려와 찬사를 받아 뿌듯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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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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