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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왜 세계의 화약고가 됐을까?’

1950년대 이후 언제나 국제 뉴스의 중심에 있는 중동에 대한 이 고전적인 질문의 답과 해석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대개는 이슬람 내부의 종파 간 갈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 분쟁이 단골 메뉴로 꼽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 각국의 끊임없는 개입 같은 국제 정치구도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바로 ‘검은 황금’ 석유가 있기 때문이다.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이자 세계의 생산고였다. 중동의 조그마한 뉴스 하나는 전 세계 원유 값의 흐름을 매일같이 바꾸며 세계 금융과 국가 경제, 각 기업의 전략까지도 통째로 흔들곤 한다.

수십만 년 전에 만들어져 땅속에 감춰져 있던 석유가 인류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고작 100년이 조금 넘었다. 불을 켜는 등화용 석유의 시대가 에디슨의 백열전등 발명으로 끝나자 기차, 자동차 등에 수많은 내연기관이 등장했다. 곧이어 선박과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석유의 사용이 확산되고, 화학공업의 발달로 수많은 부산물이 등장하면서 석유는 곧 에너지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였다. 석유는 곧바로 부강함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는 엄청난 원유매장량을, 나머지 강대국들은 그 원유를 사들일 경제력을 갖고 있다. 석유 수요에 천연가스를 포함시키면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오늘날 석유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석유자원의 고갈이다. 알래스카에서 미국 본토로 이어진 초대형 송유관은 몇 년 전부터 수송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중동의 대형 유전들은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1901년 미국의 버몬트 지역에서 ‘스핀들톱(Spindletop)’이라는 상업 유전을 만들어 원유를 캐내기 시작하면서 석유산업의 중심지로 군림했던 텍사스에서는 이미 땅속의 석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석유를 쉽게 캐낼 수 있는 땅속 대신 심해로 주요 생산지가 옮겨지면서 생산 비용 자체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15년 전 1배럴 (1배럴=158.9L)에 10달러를 밑돌던 석유 생산 원가는 현재 20달러를 넘어섰고 조만간 이마저 2배로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순히 원유 생산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지구온난화’ 논쟁은 석유산업과 석유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너 나 할 것 없이 이상기후와 온난화의 원인을 석유에 돌리고 있다. 모두가 석유 시대의 종말을 받아들이고, 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수많은 신재생에너지와 미래에너지가 개발되고 있지만 어느 하나도 현재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유 역시 기술개발이 더디다, 성공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경제성이 없다 등 제각각이다.

‘지식의 길을 묻다’ 3회에서는 ‘인류의 미래에너지는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해본다. 석유의 시대는 과연 종말을 맞이한 것인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지, 현재 거론되는 신재생에너지들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상에서는 엄청난 양의 석유가 소비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수많은 논리와 신조어도 태어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하는 ‘녹색성장’을 비롯해 ‘녹색경영’, ‘저탄소경제’ 같은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것으로 느껴지던 단어의 조합들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구글 같은 기업이 10곳 이상 탄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곧 현실로 다가온다는 얘기다.

석유의 종말에 관한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970년대부터 수많은 학자들이 매장된 ‘한정자원’이라는 특성상 언젠가는 석유가 고갈될 수 있다는 위험을 주장해왔고, 실제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석유의 종말이 인류의 종말을 뜻한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류가 존재한 수만 년 동안 석유가 없었을 때에도 인류는 살아왔고 또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수많은 에너지원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실에서, 자연현장에서 ‘석유 이후 자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연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가 있을까.

 


석유 시대는 과연 끝났을까


명인성 vs 리처드 하인버그

미국 텍사스를 거점으로 50년 가까이 석유 개발에 참여해온 명인성 박사는 “석유의 수명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석유개발에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지적이다. 명 박사는 “미국의 석유소비량이 하루 2200만 배럴인데, 이는 세계 소비량의 30%에 육박한다”며 “미국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석유를 찾아낼 수 있는 기술에 더 투자하고 있고 실제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9년 발행한 보고서에서 “2030년이 돼도 석유가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명 박사는 “석유시추선이 만들어지면서 깊은 바다에서 석유를 캐내고 있고, 브라질 해안 등에서 생산되는 혼탁한 석유도 이제는 정제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미래에 대한 주장의 근거는 오일샌드(석유가 섞인 모래)와 오일셰일(석유를 함유한 암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캐나다에 대량으로 매장된 오일샌드와 미국에만 1조 3000억 배럴가량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오일셰일만 해도 석유 수명은 최소 100년 이상 연장된다”며 “두 가지 모두 이미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접어들었다”고 소개했다. 한편에서는 극지의 석유자원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은 5m 이상만 파고들어가면 전 세계가 50년 이상 쓸 수 있는 원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극지로 진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03년 ‘파티는 끝났다’라는 책을 발간하며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로 떠오른 리처드 하인버그 포스트카본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석유 가격은 조만간 1배럴에 최소한 150~250달러까지 오르고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인 ‘싼 가격’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인버그 연구원은 “석유를 주도적으로 생산하는 대규모 유전들은 수십년 전에 발견된 지역이고 이들의 평균 생산량은 5% 정도씩 떨어지고 있다”며 “저가 원유는 이제 거의 다 소진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만들어낸 석유 관련 정책들이 전 세계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도 서슴없이 했다. 그는 “당장 석유가 있다고 해서 석유를 더 많이 캐내려는 구조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늦추고 발상의 전환을 방해할 뿐”이라며 “변하지 않는 것은 2015년 이전에 언젠가 세계 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으로 석유가 고갈되는 속도가 새로운 유전을 발견하는 속도보다 3배나 빠르다’는 미국에너지부의 최근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석유 경제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가는 개인과 공동체, 국가, 세계 모두 상상할 수 없는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재차 원유 고갈의 위기를 경고했다. 자신의 저서 ‘파티는 끝났다’에서 한 치도 변하지 않은 확고한 주장이다.

이에 대해 명 박사는 “대체 생산지가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1세대 유전’들의 쇠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석유의 종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저유가 시대의 종말’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 전 세계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원유는 9000만 배럴 수준이고, 하루 소비량은 8500만 배럴에 달한다. 결국 여유분은 500만 배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동의 정세 불안, 중남미 지역의 정권 교체, 대형 파이프라인의 국지적인 문제로 여유분이 줄어들면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변하는 현상이 반복될 전망이다.

특히 오일샌드와 오일셰일의 경우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도 배럴당 20달러 이상의 생산 비용이 든다. 명 박사는 “석유기업들의 마진 구조를 감안하면 이들로부터 얻어진 석유의 시장가격은 기본적으로 100달러 이상으로 책정된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가의 기본선은 100달러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석연료는 과연 온난화의 주범일까


베르트 메츠 vs 김현진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위원장을 역임한 베르트 메츠 박사는 “화석연료가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명제는 무조건 옳다”고 잘라 말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 권고로 평가받는 ‘IPCC 3, 4차 평가보고서’를 주도했던 그는 명확한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증거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실제로 인류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150년 전보다 지구 기온은 0.8℃ 가량 높아졌고, 건조한 지방에서도 평균 강수량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빙하가 줄어들었고, 식물의 서식지 변화와 곤충의 대대적인 이동도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에서 지구온난화를 ‘자연의 역습’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지난 150여 년간 석유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문제를 일으킨 것은 바로 인간”이라는 주장이다.

김현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환경경영연구소장 역시 “더 이상 지구온난화의 실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비외른 롬보르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와 존 콜먼 웨더채널 창립자처럼 지구온난화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김 소장은 “비판자들조차도 인간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못한다”며 “일부에서 기후변화를 조절하는 것보다 말라리아 같은 다른 질병을 뿌리 뽑는 데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수십 년 뒤 기후변화가 가져올 상황은 그 정도 수준을 훨씬 넘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5℃ 상승하면 지구상의 생물 30%가 멸종에 이르게 된다”며 “동물들이 멸종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대안을 찾아야겠느냐”고 반문했다.



 


미래에너지의 조건은?


레스터 브라운 vs 김현진 vs 데이비드 빈센트

‘환경운동의 스승이자 석유 기업의 가장 강력한 적’으로 불리는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개발보다는 효율이 극대화된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운 소장은 기존 에너지 위주의 경제를 유지하는 ‘플랜A’를 대체·재활용 에너지 중심의 ‘플랜B’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무조건적인 대체에너지 개발보다는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그는 “전 세계의 전구를 모두 소형 형광등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12%나 절감된다”며 “이는 시스템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소장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제기한다. 그는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물 같은 다른 무언가를 소모해야 한다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라며 “성장보다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이 맞은 에너지가 진정한 미래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현진 교수는 “수많은 담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래에너지를 찾아야 할 변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의 세계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향후 에너지 수요는 계속 늘어나지만 공급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가 그 첫째”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에는 에너지를 확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에너지를 확보해야만 한다는 질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둘 모두 석유가 갖추지 못한 조건들이다.

데이비드 빈센트 영국 카본재단 프로젝트 담당 이사는 “기후변화 방지와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에너지가 미래에너지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소비가 점차 늘어나는 반면, 공급량은 그만큼 늘지 않기 때문에 불균형이 생긴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되면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강한 나라가 더 많은 에너지를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빠를수록 좋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같은 미래에너지 후보들은 먼저 투자해서 선점할수록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서 “영국에서만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10억 달러가 절감됐는데, 이 부분을 미래에너지 개발에 투자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을 미래에너지로 봐야 하나


리처드 하인버그 vs 레스터 브라운

리처드 하인버그 연구원은 “원자력에 대한 수많은 오해가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원자력은 직접적인 발전 단계에서만 이산화탄소를 생산하지 않을 뿐 연료의 순환 과정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 문제 때문에 각국의 환경 논의에서 원자력은 청정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자력 발전은 건설 비용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우라늄 공급량도 이번 세기 중반부터는 점차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장기적인 에너지 위기 해결책으로는 너무나 빈약하다”고 했다.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좀 더 강도 높게 원자력을 비판했다. “원자력 발전은 경제적이라고 할 수 없을 뿐더러, 화력에 비해서도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 브라운 소장의 주장은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원자력 발전 비용에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사고방지 비용처럼 실제로 집행되고 있는 비용은 물론, 미래에 원자력 발전소 자체를 폐기하는 비용(건설 비용만큼 들어간다는 것이 정설)도 제외돼 있다. 비용 왜곡에 대한 그의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브라운 소장은 “원자력 발전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전력생산 권한을 소수 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며 “에너지 시장에서 이런 보호를 받고 있는 것 자체가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래에너지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앨런 히거 vs 리처드 하인버그 vs 김현진 vs 명인성

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앨런 히거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에너지의 총량이나 효율성,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면 태양광이 가장 강력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태양광 발전에 필수적인 태양전지 개발에 평생을 바친 학자답게 태앙광에 대한 믿음은 확고해 보였다. 그는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광을 단 1시간 동안만이라도 모을 수 있다면 인류가 1년 동안 쓰는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태양전지의 발전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얇은 필름에 기능성 잉크를 인쇄한 태양전지가 상용화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단기간에 상용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점쳤다.

그는 “아직까지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부족하다”면서 “원자력 등 다른 에너지에 투자되는 엄청난 금액을 태양전지 개발에 투자한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리처드 하인버그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에 관해서는 정답이 없다”고 정리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자체가 자연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나라별로 적합한 대체에너지가 다르고, 그에 맞춘 기술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나라는 바람이 세고, 어떤 나라는 일조량이 많고, 지열이나 조력을 활용하기가 편한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극의 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는 핵융합 발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성공가능성이 낮은 도박”이라며 “차라리 그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훨씬 양질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인버그 연구원은 “지금보다 태양과 풍력에너지가 1000배 이상의 효율을 가진 상황이 와도 석유시대와 같은 에너지 풍요가 재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김현진 소장은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바이오연료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소장은 “이 기술들은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발전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정부 주도로 연료전지, 수소 저장용기, 시험장비 분야에서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 역시 녹색에너지 육성 프로젝트를,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과학 프로젝트로 유명한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따온 ‘뉴 아폴로 프로젝트’로 명명했다”며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기술개발은 곧 미래에너지의 현실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인성 박사는 “어느 한 에너지의 성공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중 당장 쓸 만한 것은 풍력 정도”라며 “태양광은 재료 자체가 석유산업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핵융합과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나타냈다. 그는 “핵융합과 수소연료전지는 수십년 후에나 가능성을 보일까 말까 한 초거대 프로젝트인데, 현재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미래 로드맵에는 포함돼 있지도 않다”며 “당장 쓸 수 없는 에너지에 ‘올인’하기보다는 석유의 수명을 늘려가며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풍력은 가장 경쟁력 있는 미래에너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수많은 에너지 기술이 마치 궁극의 대안인 양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기술이 ‘미래에너지’가 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정확한 예측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험실에서 막연하게 진행되는 연구는 개인의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히 갈리지만 인류의 에너지원을 찾는 거대담론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마크 제이콥슨 미국 스탠퍼드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에너지 안보 해결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제시했다. 제이콥슨 교수는 각 에너지원이 갖고 있는 잠재적 총량과 사용가능한 능력을 분석해 순위를 매겼다. 연구결과, 전력 생산이라는 목적에 국한될 경우 가장 경쟁력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풍력이었다. 풍력은 발전기 생산과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었다. 물 사용량과 수질오염도 가장 적은 편이다. 특히 풍력발전기를 돌리는 바람의 양은 육지에서만 세계 총 에너지 수요의 5배, 발전 수요의 20배를 충족시킬 만큼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집광형태양열, 지열, 태양광, 조력, 파력, 수력, 원자력, 청정석탄, 바이오연료의 순이었다. 집광형태양열은 거울처럼 공해가 없는 원자재를 사용하는 데다 에너지원의 잠재적 크기도 태양광 다음으로 높다. 다만 설치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발전 지역이 일조량이 아주 높아야 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지열발전소는 지하 시추 기술이 발전할 경우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건설 과정에서 온실가스 발생량이 많고,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에 오염물질이 녹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태양광은 다른 발전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에너지원이다. 문제는 이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담을 그릇인 ‘태양전지’다. 생산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물질과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카드뮴 같은 독성물질을 제조과정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청정에너지’라는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태양광 발전소는 가동 후 1~4년이 돼야 건설 당시의 온실가스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결과도 나온다. 이 밖에 조력과 파력도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전 세계 해안의 2%는 발전에 충분한 힘을 가진 파도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미래에 쓰인다는 점을 감안해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물의 양, 배출되는 열량, 발전소 부지의 면적, 수질오염을 엄격히 반영하고 있다.

또 이 논문에 따르면 원자력은 현재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르고 차지하는 비중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연료인 우라늄을 채굴할 수 있는 90~300년간만 계속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은 자칫하면 다른 어떤 이익으로도 상쇄할 수 없는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 요즘 주목받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기술을 이용한 석탄 발전은 잠재적인 에너지 총량의 크기가 작다. 제이콥슨 교수는 석탄이 고갈되는 시기를 200년 후로 예상했다. 제이콥슨 교수는 논문의 결론에서 “풍력과 태양열, 지열, 조력, 태양광, 파력, 수력까지만 인류에 유익한 에너지”라고 결론 내리고 “반면 원자력, 석탄 CCS는 단점이 더 많고, 바이오연료는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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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박건형 과학칼럼니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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