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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거대한 우주 탄생의 비밀



|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
이석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303쪽 | 1만 5000원


오랜만에 우주에 대한 책을 즐겁게 읽었다. 우주와 천문, 물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 갖고 있을 ‘빅뱅(대폭발) 우주론’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를 쓴 이석영 교수는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이론인 빅뱅 우주론이 천문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났을 때부터 설명한다.

빅뱅 우주론은 1927년 벨기에의 수도사이자 물리학자인 조르주 르메르트가 처음 발표했다.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준 이론이었지만 크게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 뒤 빅뱅 우주론에 대한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29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외부 은하에서 적색편이가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고, 1965년 미국 천문학자 펜지어스와 윌슨은 우주 전체에 우주배경복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빅뱅 우주론에 힘을 싣는 근거다. 빅뱅 우주론은 가장 확실한 우주 탄생 이론으로 떠오르게 됐으며, 지금도 우주의 비밀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이론이다. 이석영 교수는 이 책에서 어려운 빅뱅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우주론 연구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연구들을 선별해 그 의미를 해설하고, 지금 막 학계에 보고되고 있는 최신의 연구까지 평가한다.

이 책을 읽으면 과학계의 고전 두 작품이 떠오른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스티븐 와인버그의 ‘태초의 3분간’이다. 이 책들은 광대한 우주에 비해 보잘것없이 작지만 인간만이 우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고등학교 시절에 우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이도 이 두 권의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재미있게 읽으며 우주와 천문학에 대한 동경을 키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들은 빅뱅이라는 거대한 폭발로부터 빛과 입자들이 존재하고 물질이 만들어지며 우주가 구조화되는 과정을 서술한다. 빅뱅으로부터 현재 상태에 이르는 거대한 우주의 진화과정에 대한 서사가 이 책들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코스모스’와 ‘태초의 3분간’은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났고, 그동안 천문학자들이 이룩한 과학적 성과는 눈부시다. 우주의 크기는 무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의 곳곳에 숨어 있던 수많은 미스터리가 빅뱅 우주론으로 모순 없이 설명되고 있다. 이 책의 필자는 오늘의 시대가 바야흐로 우주의 본질이 천문학을 통해 드러나는 천문학의 시대이자 새로운 과학혁명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천문학과 우주론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 그리고 책에 담긴 알찬 내용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내면서 허블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4년 동안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과 교수를 했던 필자의 이력을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 또 책의 각 페이지 끝에 필자의 직장이었거나 강연 요청을 받아 방문했던 세계 유수의 천문학 연구기관들을 소개하고 개인적인 인연과 인상을 전해주고 있는데, 천문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가슴을 뛰게 하는 자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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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와 문지문화원 ‘사이’(www.saii.or.kr)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책 가운데 매달 한 권을 선정해 서평을 싣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올해 12월에 시상할 ‘올해의 과학책’ 후보가 됩니다.

과학동아에 실릴 책은 6명의 선정위원들이 오랜 시간 난상토론을 벌인 뒤 선정하며
선정일 기준으로 2달 전까지 출간된 신간 중에서 1권을 고릅니다. 선정 기준은 다음 3가지입니다.

첫째, 현재 과학적인 진보를 잘 반영하면서 정확한 정보가 실린 책
둘째, 담긴 내용이 미래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
셋째,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술된 책

선정위원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김호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오동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조사분석실장
전용훈 일본 교토산교대 객원연구원
주일우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최정규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눈길이 머무는 이달의 책



| 협력의 진화 |
로버트 액설로스 지음 | 이경식 옮김 | 292쪽 | 1만 7000원


진화론에 따르면 생명은 경쟁을 통해 진화한다. 환경에 적응해 경쟁에서 이기는 종이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한다. 그런데 생물계와 인간 사회에는 상대방에게 이익을 주거나 서로 돕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분석해 이기적인 인간이 어떻게 상호 협력을 하게 되는지 고찰하고 있다. 액설로드 교수는 1984년에 컴퓨터 대회를 열어 다양한 전략 프로그램들을
맞붙게 했는데, 그 결과 가장 간단하고 협력적인 프로그램‘팃포탯’이 승리를 했다.

팃포탯은 처음에는 일단 협력하고 그 다음부터 받은 대로 돌려주는 전략을 썼다. 액설로드 교수는“협력은 강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라며 “양쪽의 관계가 계속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협력이 이뤄진다”고 결론 내렸다.

장기적인 관계에 놓이면 누구나 각자의 욕심만을 부리기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게임이론을 빌어 생물학, 사회학, 정치학에 나오는 관계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 당신의 기억 |
앨런 배들리 지음 | 진우기 옮김 | 예담 | 464쪽 | 2만 3000원


러시아 기억술사 세르세프스키는 아무리 복잡한 문장도 메모 하나 없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한다. 그의 놀라운 기억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기억력의 비밀은 기억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기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다뤘고 기억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담았다.

| 지구과학사전 |
한국지구과학회 편 | 북스힐 | 1235쪽 | 9만 원


지질학이나 해양학, 대기과학, 천문학을 공부하다가 모르는 단어나 이름이 나온다면? 델린저 현상, 스핀다운 같은 지구과학 전문 단어 6330개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사전이 탄생했다. 현직 지구과학 전공 교수와 전문 연구원이 집필했다. 이해를 돕는 사진이나 일러스트, 인물 사진이 옆에 나와 있어 스스로 학습하기에 좋다.

| 인간 등정의 발자취 |
제이콥 브로노우스키 지음 | 김은국ㆍ김현숙 옮김 |
바다출판사 | 516쪽 | 1만 8000원


모자이크 같은 예술, 음악에서 나오는 수학과 역학, 불에서 탄생하는 예술품과 과학적인 이론 등. 이 책에서는 과학, 예술, 문학, 종교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자연을 이해함과 동시에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나아가 자연 안에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과학의 척도
도쓰카 요지 지음 |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67쪽 | 1만 5000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수봉 교수가 추천한 책이다. 이 책은 말기 대장암으로 지난해 7월 숨지기 전 도쓰카 요지 교수가 남겼던 글들을 모아 발간했다. 그는 소립자물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죽음을 눈앞에 둔 시간 속에서 현대 물리학의 핵심주제에 대해 간결하게 썼다. 차세대 과학도들에게 꺼지지 않는 혼과 열정이 담긴 아름다운 유산이 될 것이다.

지구를 생각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기획 | 해나무 | 386쪽 | 1만 3800원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고갈, 식량 위기, 신종 질병 출현, 물 부족….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전 지구적인 과제를 5명의 저자가 기후변화(박미용), 에너지(김수병), 식량(박병상), 질병(이은희), 물(이성규)이라는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 책은 지구의 위기에 둔감한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지구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인류의 오만과 무지, 탐욕에 대한 저자들의 진지한 성찰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자유는 진화한다
대니얼 데닛 지음 | 이한음 옮김 | 동녘사이언스 | 460쪽 | 1만 8000원


나를 움직이는 것은 나의 자유의지일까.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앞에 일어난 사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결정론과, 모든 일은 자기의지로 일어난다는 자유의지론은 둘 다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저자는 이런 통념을 완전히 뒤집으며 결정론과 자유의지론은 상반되지 않으며, 동물 가운데 인간만이 자유의지를 진화시켰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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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전용훈 교토산교대 객원연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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