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560쪽 | 2만 2000원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는 물리학이라는 ‘골칫거리’를 소재로 물리학도만이 아니라 이 시대 교양인과 과학도를 꿈꾸는 이를 위해 ‘물리학이란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서 과학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맛(문장)도 좋고 영양분(내용)도 가득한 웰빙 음식과 같다. 대부분의 과학 대중서가 보이는 절름발이 현상(내용이 충실하면 읽기 어렵고 친근한 언어로 서술된 책은 내용이 부실한 한계)을 보기 좋게 극복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진 최고의 미덕은 생물학, 문학, 철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저자가 폭넓은 식견을 담아 물리학의 정수를 쉬운 언어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과학 대중서처럼 ‘말랑말랑’하길 바란 독자라면 기대를 접는 편이 좋다. 물리학, 과학기술학(STS)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이 결코 만만찮은 범위와 깊이를 갖고 있음을 열 쪽을 넘기기 전에 알아챌 것이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보’와 정보의 ‘흐름’이다. 자연에 대한 관찰과 해석의 산물인 정보와 이런 정보의 흐름을 파악하는 과정이 자연을 이해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보와 흐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저자는 관찰대상과 관찰자, 실험, 이론, 생명현상, 엔트로피와 에너지의 흐름 등 과학(특히 물리학)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을 풀어낸다. 예컨대 정보를 통해 관찰자와 관찰대상의 관련성, 이론과 실험의 연관관계를 해석하고 그 정보의 흐름을 통해 서로 다르게 보이는 자연현상의 ‘이음’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의 독특한 용어 사용법도 눈길을 끈다. 떠오름(emergence), 줄토리(coil), 빛알(photon) 등 우리말 용어를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져 웃음이 나오지만 책을 덮을 즈음에는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대화에서도 어려운 한자나 영어 단어를 사용하는 게 소위 지식인의 소양인 양 여겨지는 오늘날 우리가 눈여겨볼 부분이다.
다만 과학과 기술이 다름을 강조하는 저자의 견해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과학의 정신문화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십분 이해가 되지만 그런 시도는 오히려 기술의 물질 문명적 측면만을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책을 덮으면서 독자들은 ‘과학의 생명은 바로 열린 사고’라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는 올해 ‘과학이 보여 주는 자연, 우주와 물질,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살피고 삶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 저자의 선물을 잘 받았다고 느낄 것이다.
알림
과학동아와 문지문화원 ‘사이’는 이번 달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책 가운데 매달 한 권을 선정해 서평과 저자 인터뷰를 싣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올해 12월에 시상할 ‘올해의 과학책’ 후보가 됩니다. 과학동아에 실릴 책은 6명의 선정위원들이 오랜 시간 난상토론을 벌인 뒤 선정하며 선정일 기준으로 2달 전까지 출간된 신간 중에서 1권을 고릅니다. 선정 기준은 다음 3가지입니다.
첫째, 현재 과학적인 진보를 잘 반영하면서 정확한 정보가 실린 책
둘째, 담긴 내용이 미래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
셋째,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으로 기술된 책
선정위원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김호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오동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조사분석실장
전용훈 일본 교토산교대 객원연구원
주일우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최정규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저자

“기초 과학지식이 없는 인문·사회계 학생들이었지만 배움에 대한 의욕은 강했습니다. 그래서 어려움보다는 이공계 학생을 가르칠 때와 또 다른 자유로움과 열정을 느꼈습니다.”
최 교수는 물리학을 어렵게 느끼는 학생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물리학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수학 때문입니다. 그런데 물리학이 곧 수학은 아니기 때문에 교양수업 수준에서 물리학을 공부할 때는 지나치게 어려운 수식은 일부분 지나쳐도 됩니다.”
그동안 인문·사회계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가르치며 얻은 그만의 노하우인 셈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물리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리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이 중요하다”며 “수학과 과학은 그런 논리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기르는 일도 중요합니다. 철학과 문학이나 예술을 폭넓게 접해 충분히 사색한다면 물리학을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최 교수는 “이 책이 독자들이 물리학에 흥미를 갖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란다”며 “모든 독자가 물리학을 통해 자연을 새롭게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 이준덕 기자 cyrix99@donga.com
BOOKS
새책

지식의 이중주
고인석 외 | 해나무 | 292쪽 | 1만 2000원
이 책은 기후변화, 대체에너지, GMO, 디지털 치매에서 인공지능 로봇까지 이 시대의 주요 키워드 13가지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룬다. 그뿐 아니라 2명의 학자가 1가지 키워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논쟁형식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학문 사이의 경계와 벽을 허물 수 있고 생각의 폭도 넓어진다.
영화는 좋은데 과학은 싫다고?
김상욱 지음|한승|272쪽|1만 2000원
영화 ‘해리포터’와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 있을까.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저자는 영화가 연상시키는 일상적인 과학 원리를 에세이 형식으로 재밌게 풀어낸다. 가볍게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영화를 볼 때마다 곳곳에서 과학 원리를 찾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오일러 상수 감마
줄리언 해빌 지음 | 고중숙 옮김 | 승산 | 416쪽 | 2만 원
상수 감마(γ)는 조화급수, 해석학 등 수학의 여러 분야에 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상수를 낯설게 느낀다. 저자는 18세기를 풍미했던 천재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자연스레 감마를 정의하는 두 요소인 로그와 조화급수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복잡한 수식과 기호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를 하나씩 이해하는 재미도 적지 않다.

권오길 교수의 흙에도 뭇 생명이…
권오길 지음 | 지성사 | 224쪽 | 1만 3000원
저자는 스스로를 불법 개간한 밭뙈기에 달라붙어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텃밭 가꾸기에 재미를 붙여 얼마 전 뿌린 씨앗이 싹트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어느새 노련한 생물교수로 다시 돌아와 암석의 풍화에서 흙의 탄생, 흙 속의 생물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 특유의 탄력 있는 문체를 통해 토양 생태계가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주로 가는 별자리 지도
에크하르트 슬라빅·우베 라이허르트 지음 | 이광원 옮김 |
이치 | 212쪽 | 3만 5000원
전체 하늘을 고해상도 컬러사진으로 옮긴 하늘지도로 북반구와 남반구 별자리 88개 전부를 책에 담았다. 별들의 밝기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치 밤하늘을 옮겨 놓은 듯 아름다운 사진이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별자리와 관련된 신화, 천문학 지식도 전한다.
노벨상을 꿈꾸는 과학자들의 비밀노트
한국과학재단 엮음|중앙에듀북스|260쪽|1만 900원
우리는 흔히 과학자라고 하면 노벨, 에디슨, 아인슈타인 같은 외국의 유명과학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다.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세계 유명 과학저널에 창의적인 연구 논문을 게재해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교육과학기술부 우수 과학자로 선정된 우리나라 과학자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