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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원자론'

과학자가 새로운 개념을 만들거나 혁신적인 발견에 이르는 과정은 처음부터 정확한 실험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공상에서 출발하거나 오래된 전설과 신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오기도 한다. 혹은 반대로 과학 이론이 예술이나 사회과학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과학자의 아이디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될까? 복잡한 과학이론을 단순한 논리로 설명할 수는 없을까? 수능시험에도 비슷한 지문이 출제된 바 있다. 현대 물리학의 핵심 개념인‘원자론’의 논리를 묻는 문제였다. 이번 호에서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유래한 원자론이 어떤 논리를 갖는지 알아보자.

1. [제시문] 고대 그리스인은 모든 물질이‘원자’라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미세한 구성 원소로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몇 종류의 원자가 여러 조합으로 결합해 방대하고 다양한 물질세계를 형성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최소단위에 대한 개념은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고대 그리스인이 세웠던 물질관은 여전히 진리로 받아들여진다.

19세기 과학자들은 물질의 최소단위로 생각되는 미세한 요소를 발견하고 거기에 그리스인에게 물려받은‘원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것이 물질의 최소단위는 아니었다. 1930년대에 이르러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원자핵 주변을 전자가 돌고 있는 구조로 된 복합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로 한동안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가 바로 그리스인이 생각했던 최소단위인 원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1968년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 센터의 실험에 의해 양성자와 중성자도 물질의 최소단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양성자와 중성자는‘다운 쿼크’와‘업 쿼크’라고 명명된 두 가지 입자의 결합으로 이뤄졌다. 그 뒤 물리학자들은 강력한 기구를 발명해 새로운 입자를 더 찾아냈다. 도대체 자연계에는 왜 여러 종류의 입자가 존재하는 것일까?

[문제] ㉠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알갱이는 특이한 성질을 갖는다. 예컨대 모래더미 위에 모래를 쏟아 부으면 안쪽 모래알은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지만 경사면 모래알은 흘러내린다.
② 고무공은 힘을 가하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된다. 그러다가 힘을 빼면 본래 모양으로 돌아온다.
③ 음계의 낮은‘도’와 높은‘도’사이는 12단계의 반음으로 이뤄진다. 음에 따라 진동수가 12단계의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
④ 아이들은 볼록 조각을 적절히 짜 맞춰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만들어낸다.
⑤ 나무는 자라면서 큰 줄기에서 가지가 나오고 그 가지에서 더 작은 가지가 나온다. 다시 그 작은 가지에서 더 작은 가지가 나온다.
- 2003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기출문항

2. [제시문]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화학은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과학 분야다. (중략) 화학의 발전으로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질의 내부 구조를 알게 됐고, 천연 비단과 인공 나일론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를 이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다른 측면을 보면 과일이나 채소에서 우리가 뿌렸던 화학물질을 씻어내려고 열심히 노력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옛날처럼 단순히 흙먼지를 털어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노력이다. (중략)

허약하고 열에 들뜬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갈 때 당신은 의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의사의 성의는 기본이요 의사가 혈액검사를 통해 폐렴을 일으키는 병균을 알아내고 이를 퇴치시킬 수 있는 항생제를 처방해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와 산업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하는 대규모 소각장이 바로 우리집 옆에 건설될 예정이라면 나는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늘어나는 교통량과 악취에 의한 피해는 물론 소각장에서 나오는 위험한 이온과 분자 때문에 생길지도 모르는 식수와 대기 오염을 염려할 것이다.

당신이 의사에게서 받을 약품이나 내가 물과 대기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걱정하는 물질은 모두‘화학물질’(chemicals)이고 당신과 내 몸 역시 화학물질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세계에서 당신과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화학물질을 취급해야 하고 화학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피할수없는현실이다. (출처‘: 같기도하고아니같기도하고’, 로얼드호프만지음)
- 2008년 동국대 인문계논술 예시문항 변형

[문제] 제시문에 근거해 화학적 인식(분자와 원자 개념)의 확산이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논술하시오.

신비의 미술, 점묘법
1886년 5월 15일, 파리에서 열린 인상주의 화가 전시회에서는 27세 젊은 화가 조르쥬 쇠라의 독특한그림이사람들의관심을모았다.‘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그림은 뚜렷한 선과 색이 없으면서 몽롱하고 따뜻한 색감을 자아내는 풍경이 동화처럼 펼쳐져 있다. 멀리서 보면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지만 가까이에서 그림을 관찰하면 깜짝 놀라게 된다. 붓으로 물감을 칠한 흔적 없이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이 캔버스 위에 무수한 점으로 찍혀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원색의 조합일 뿐인데도 그림이 만들어내는 색감은 또렷하다. 그림 중앙에 서 있는 양산 쓴 여인과 모자 쓴 아이에게 따뜻한 햇살이 느껴진다. 나뭇잎에 반사된 햇빛은 요란하게 부서지고 잔디 위를 바라볼 때는 눈을 찡그려야 할 만큼 강한 오후의 태양이 느껴진다. 그림 아래쪽 어두운 부분에는 큰 나무의 그늘이 서늘한 공기를 빚어낸다. 물가를 거닐던 사람들은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다. 놀랍게도 이 풍부한 표현력의 비밀은 단 세 가지 색깔로 구성된 원색의‘점’에 있다. 빨강, 파랑, 노랑의 단순한 원색을 조합해 그림을 완성하는 기법을 가리켜 점묘법이
라 부른다.

쇠라, 화학자에게서 아이디어 얻어
쇠라는 화학자와 친분을 갖고 화학 원리를 공부했으며 화학자에게 아이디어를 빌려 왔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전염성 편도선염으로 사망한 쇠라는 짧은 활동 기간 내내 미술의 지적이고 과학적인 기초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다양한 색깔의 혼합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 연구했으며 당시 100세나 된 화학자 미쉘 외젠 셰브뢸을 만나 화학 원리를 배우기도 했다. 특히 쇠라 생존 당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던 원자 개념은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색깔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빛을 표현한 쇠라는 빛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데 원자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여러 가지 물감을 섞어 색깔을 만드는 대신 마치 세상의 모든 물질이 원자로 구성돼 있는 것처럼 모든 그림을 빨강, 파랑, 노랑의 세 가지 색점을 조합해 묘사했다. 그의 그림이 보여주는 풍부한 표현력은 그림에 사용한 작고 단순한 입자들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영국 맨체스터의 뒷골목에서 작은 학교를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산수를 가르치던 존 돌턴은 1808년‘화학 원리의 새로운체계’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이 책에서 돌턴은“더 이상 축소할 수 없는 작은 입자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돌턴은 자신의 책으로 영국에서 대단한 명성을 얻고 왕립학회회원이 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그의 원자 가설이 실제로 밝혀지기까지는 10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과학자들은 원자의 존재를 계속해서 의심했고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은 신이 창조한 세계를 조잡하고 작은 알갱이의 집합으로 여기는 원자 가설을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했다.

돌턴이 원자의 존재를 주장한 뒤 19세기 내내 원자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됐다. 지금은 박물관에 전시된‘유물’에 불과하지만 쇠라가 살던 19세기에 증기기관은 산업발전의 원동력이자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였다. 하지만 증기기관을 움직이는‘증기’의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다. 더 강력한 증기기관을 만들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고온, 고압에서 수증기 입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해야 했다. 오스트리아물리학자였던 루드비히 볼츠만은 증기가 미세한수백만개의입자인‘원자’로 이뤄졌다고 가정하고 복잡한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그의 아이디어는 동료 과학자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동료들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물질을 가정한 볼츠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1905년 볼츠만의 주장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확실하게 입증됐지만 볼츠만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1906년 가족들과여름휴가를 보내다 자살한다.

과학자, 고대 철학자에게서 원자론을 훔치다
원자의 존재가 실험에 의해 밝혀지기까지 원자 개념은 과학자들의 상상에 의존했다. 돌턴의 원자 개념을 비롯해 19세기 원자론의 아이디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에게 빚지고 있다. 기원 전 5세기경에 태어나 당시 유명한 제국과 도시를 떠돌아다녔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원자 개념을 살펴보자. 그는“페르시아 왕이 되기보다 세계의 숨겨진 원인을 찾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가 말한 ‘원인’은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원자나 전자의 속성을 나타낸다.

데모크리토스에 따르면 세상이 처음 출현하기 전에는‘공허’라 불리는 텅 빈 공간이 있었고 무한히 작은 원자들이 그 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녔다고 한다. 나중에 원자들이 서로 부딪히고 들러 붙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그는 인간이나 동물 같은 생명체도 원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았다. 데모크리토스는 사람이 느끼는 맛도 원자의 모양이나 크기, 배열에 의해 설명된다고 생각했다. 단 맛을 내는 물질은 둥근 원자로 만들어졌고 매운 음식은 날카로운 원자들에 의해, 미끄러운 것은 세밀하고 둥근 원자로 구성됐다는 식이다.

‘더 이상 자를 수 없는’이라는 뜻을 지닌 원자가 그보다 더 작은 물질로 구성돼있다는 사실이밝혀진때는1930년대였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결과는원자내부가태양계의 축소판이라는사실을보여주었다. 원자는물질의 최소단위가 아니었다.
원자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원자핵이 있으며 그 주위를 전자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어지럽게 방황하고 있었다.

그보다더작은 단위의 물질은 그로부터약30여년이 지나 발견됐다. ‘쿼크’(quark)라는 이름이 붙은 소립자가 그것이다. 그 이후에 발견되거나 예언된 소립자들은 하나같이 휴대전화 신상품의 모델명 같은 낯선 이름이 붙여졌다. 뉴트리노(neotrino), 뮤온(muon), 타우(tau) 같은 소립자들은 입자 가속기와 같은 혁신적인 실험장비의 도움을 얻어 그 존재가 증명됐다. 최근에는 그보다더작은 물질로‘끈’(string)이 떠오르고 있다.

조금 촌스럽게 번역된‘끈’은 우리 주변에서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생활용어다. 새끼줄, 고무줄, 노끈 등이 모두 끈에 속한다.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끈은 쿼크 내부에서‘불안하게 진동하는 고리형 끈’을 말한다. 아직 끈의 존재가 확인된 바없지만 학자들은 십년 내에 그 존재가 밝혀지리라 보고 있다.

현대인에게도 원자론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다. 눈에 보이는 딱딱한 사물이 어떻게 작고 작은 알갱이로 구성돼 있단 말인가. 필자는 과학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길이 없다. 한 과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사물이 단단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음전하 때문에 생긴 힘장이 서로 반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설명마저 마법의 주문처럼 들린다. 무수한 점들이 신비롭게 조화를 부리는 쇠라의 점묘화 앞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분자, 원자, 원소 : 레고 블록은 유아들의 지능발달 놀이기구이면서 동시에 분자, 원자, 원소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 도구이다. 물질의 최소단위인 원자는 레고 블록 하나하나에 비유할 수 있다. 5개의 블록을이용해 탑을 쌓았다면 그 탑은 5개의 원자로 이뤄진 분자에 비유할 수 있다. 분자는 원자들의 결합체를 뜻한다. 그러면 원소는 뭘까? 잘 알다시피 레고 블록에는 두 칸짜리가 있고 네 칸짜리가 있다. 원자를 레고 블록한 개에 비유한다면 원소는 레고 블록의 종류(성질)를 말한다. 물의 분자식은 H2O로 표기하는데, 이때 물 분자의 원자는 총 3개(H, H, O)이고 원소는 수소(H)와 산소(O) 두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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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송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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