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세포 연결하는 시냅스 접착 단백질
KAIST 생명과학과 김은준 교수가 이끄는 시냅스 생성 연구단은 신경세포를 연결해 시냅스를 만드는 시냅스 접착 단백질과 시냅스 뼈대를 형성하는 단백질을 연구한다. 시냅스는 서로 다른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전달되는 장소다.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는 전 시냅스(축색돌기)와 신경전달물질을 받는 후 시냅스(수상돌기)는 약 20nm(나노미터, 1nm=10-9m)만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사람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는데 이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로 서로 연결돼 뇌 신경망을 구성한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교량인 셈이다. 김 단장은 “하나의 신경세포는 적게는 약 1000개에서 많게는 10만개까지 다른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시냅스에서 신경전달이 일어나려면 전 시냅스에서 글루탐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 뒤 안테나 역할을 하는 후 시냅스의 AMPAR, NMDAR, mGluR 같은 수용체 단백질이 이를 감지해 다시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신경세포는 무수히 많아 각각의 짝을 찾는 일이 마치 이산가족 찾기 같다. 만약 신경세포들이 자기 짝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엉뚱한 신경세포와 연결돼 시냅스를 이루면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신경세포는 어떻게 무수히 많은 신경세포 중에서 실수하지 않고 제 짝을 찾을 수 있을까. 김 단장은 “시냅스 표면에 있는 시냅스 접착 단백질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시냅스 접착 단백질은 서로 다른 신경세포 사이에서 이산가족을 찾아주는 증표 같은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시냅스 접착 단백질은 엔지엘(NGL)과 네트린지(netrin-G), 뉴롤리긴(Neuroligin)과 베타뉴렉신(β-neurexin)으로 총 2쌍이다. 그 중 엔지엘과 네트린지는 김 단장이 찾아내 2006년 9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했다. 김 단장은 “연구단은 최근 시냅스 접착 단백질의 3번째 쌍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보다 앞 선 2006년 4월 연구단은 생쥐의 뇌에서 살름(SALM)이라는 단백질이 시냅스를 형성한 뒤 성숙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실을 밝혀 신경과학 분야 권위지인 ‘뉴런’에 논문을 게재했다. 엔지엘이나 뉴롤리긴 같은 시냅스 접착 단백질이 시냅스를 만드는 1단계 역할을 한다면 살름은 시냅스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2단계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기억 유지하는 시냅스 뼈대 조절 단백질

이처럼 시냅스 구조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바로 ‘시냅스 뼈대’(cytoskeleton) 조절 단백질이다. 신경전달물질을 수용하는 후 시냅스는 돌기처럼 볼록하게 솟아있는데 이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뼈대가 되는 단백질이 액틴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신경세포가 돌기구조를 갖는 것은 아니다. 신경세포가 만들어진 뒤 기억이나 학습으로 시냅스가 활발히 만들어지며 점차 돌기가 늘어난다. 만약 액틴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 시냅스가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허물어지면 어떻게 될까. 김 단장은 “시냅스의 액틴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시냅스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다”며 “그 결과 신경전달에 문제가 생겨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언어장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단장이 발견한 섕크(Shank)라는 시냅스 뼈대 단백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어린아이들에게서 언어장애를 일으키는 ‘필란-맥더미드 증후군’이 발병하는 것으로 2003년 임상실험에서 드러났다.
그런데 시냅스에 이상이 생길 때 치매나 언어장애, 자폐증, 강박증 등 각기 다른 질병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김 단장은 “각 신경세포마다 발현된 단백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신경세포에는 최대 10만 개의 시냅스가 있다. 그런데 각 시냅스는 전부 구성성분이 다르다. 따라서 특정한 단백질이 문제가 생겼을 때 하나의 시냅스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시냅스는 손상을 입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손상을 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림동에서 K사의 인터넷 망이 고장이 나도 다른 회사의 인터넷 망을 쓰는 사람들은 불편을 겪지 않는 것처럼 어떤 단백질에 문제가 생겼는가에 따라 시냅스가 손상 받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뇌질환을 유발한다.
연구단의 핵심 연구 분야 중 또 다른 하나는 신경전달물질 수용체가 세포 표면에서 발현되는 과정이다. AMPAR, NMDAR, mGluR 같은 수용체 단백질은 세포 표면으로 올라오고 내려가는 과정을 가역적으로 반복한다. 예를 들어 전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분비되면 수용체가 밑으로 내려가 과도한 흥분을 막고 신경전달물질이 너무 적게 분비될 땐 수용체가 올라와 신경전달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김 단장은 “이런 현상은 시냅스에서 매우 역동적으로 일어난다”며 “어떻게 이런 동작이 일어나지는지 분자 수준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시냅스 분야 1등을 향해

연구단은 이런 뇌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우선 생쥐의 뇌에서 일종의 ‘낚시’와 같은 방법으로 시냅스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찾는다. 예를 들어 A라는 단백질을 미끼로 이용해 이와 결합하는 알려지지 않은 단백질 B를 찾아낸 뒤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B 단백질을 과발현시키거나 저발현시키거나 또는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 뒤 시냅스 숫자와 형태에 변화가 있는지 연구하고, 신경세포에 전극을 꽂아 B 단백질이 신경전달이나 시냅스 생성을 촉진하는지 방해하는지 여부를 관찰한다. 연구단은 좀 더 정확한 행동분석을 하기 위해 유전자 변형 생쥐를 키운 뒤 뇌에서 신경세포를 적출해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거나 학습과 기억 같은 동물 행동분석 실험도 한다.
김 단장은 “생쥐에서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 뇌질환 및 뇌기능과의 연관성을 규명해 뇌질환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매나 정신분열, 자폐증 같은 뇌질환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선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뇌의 일부가 손상될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시냅스 생성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의 비밀을 밝히면 시냅스가 줄어드는 일을 막아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뇌질환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치매 환자들 대부분이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시냅스 수가 급격히 줄어 많게는 50% 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 단장은 “시냅스 연구 분야는 시작 단계라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시냅스에는 약 500~1000종의 단백질이 있는데 기능의 일부만이라도 알려진 단백질이 30가지뿐이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시냅스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연구단을 지켜봐 달라”며 “그만큼 연구단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람은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기억할까.
책장 몇 번째 줄에 어떤 책이 있는지 보지 않고 알 수 있으려면
책을 꺼내고 제자리에 넣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이 되려면
반복적인 자극으로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반복돼야 한다.
생명과학 분야
‘블루오션’에 선 낙천주의자

“제가 연구를 시작한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시냅스 분야는 생명과학의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점차 경쟁자들이 넘쳐나는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어요.”
전 세계 연구팀이 연구단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구단이 생쥐의 뇌에서 발견한 ‘살름(SALM)’이라는 단백질의 원래 이름은 연구단이 붙인 ‘세모’(SEMO)였다. 2006년 초 연구단이 ‘뉴런’에 논문을 투고한 뒤 ‘뉴런’ 측에서는 통상적으로 논문의 일부 내용을 보강하는 과정을 연구단에 요청했다. 연구단이 논문을 보강하는 동안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경쟁 연구팀이 ‘저널오브뉴로사이언스’에 같은 단백질을 살름으로 이름붙여 논문을 먼저 게재했다. 김 단장은 “‘뉴런’ 측에서 단백질 이름을 살름으로 바꿀 것을 요구해 상당히 아쉬웠다”며 그날 일을 회상했다. 그만큼 김 단장과 연구단이 시냅스 연구 분야에서 다른 연구팀의 치열한 견제를 받는다는 반증이었다.
다른 연구팀의 견제와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김 단장은 “다른 연구팀의 논문을 보고 자극을 받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또 다시 더 좋은 논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답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스트레스를 즐기는 그의 낙천적인 성격이 좋은 성과의 원동력인 셈이다.
김은준 단장
1988년
KAIST 생물공학과 석사
1994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약학 및 독성학과 박사
1995~1997년
미국 하버드의대 신경생물학과,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1997~2000년
부산대 약학과 교수
2000년~현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2003년~현재 창의적연구진흥사업 시냅스 생성 연구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