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과학이 고도화되면서 과학계 업적이 경제적인 이윤으로 연결되는 일이 많아졌다. 그만큼 우선권에 대한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 호에서는 과학적 발견에서 우선권이 무엇인지 또 이것이 과학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고 우선권만이 인정되는 사회적 풍토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다음 제시문을 참조해 자신이 우선권의 개념을 설명하는 과학자가 됐다고 가정하고, 과학계에서 우선권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적절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 뒤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작성해보자.
Q(가) 뉴턴이 미적분의 힌트를 얻은 시기는 1666년 런던에서 흑사병이 유행해 고향으로 내려가 있을 때였다. 그러나 미적분 체계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때는 그가 죽은 뒤인 1736년이었다. 뉴튼은 미적분의 개념을 1676년부터 시작된 라이프니츠와의 서신왕래에서 당시 유행하던 일종의 수수께끼 문자인 ‘아나그램’으로 설명했다. 뉴턴의 첫 편지에는 “6acc...... 4s9t 12vx” 등의 기호가 쓰여 있는데, 이것을 풀이하면 라틴어로 ‘임의의 유량(변수)을 포함하는 방정식이 주어졌을 때 그 유율(미분 계수)을 찾아내는 일과 그 반대’를 뜻한다. 이듬해 라이프니츠는 답장에 지금도 쓰이는 dx, dy 등의 기호를 사용해 자신의 미분방법을 기술했다.
논쟁의 초점은 뉴턴 편지의 아나그램이 과연 오늘날의 미적분을 뜻하는지 아닌지에 모아졌다. 라이프니츠는 1684년 자신의 방법을 공표했고, 스위스의 한 수학자가 라이프니츠의 미적분은 뉴턴의 개념을 도용한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논쟁이 불거졌다. 라이프니츠는 이에 항의하면서 뉴턴이 자신의 개념을 도용했다는 글을 썼다. 라이프니츠는 왕립학회에 자신을 도용자라고 비난한 수학자 존 케일을 제소했고, 학회에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당시 학회장은 뉴턴이었다. 조사위원회는 1715년 “미적분의 최초 발견자는 뉴턴이다”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그 후에도 논쟁은 가라앉지 않았고, 심지어 영국과 독일 양국의 국민감정까지 개입해 혼란국면에 들어섰다. 오늘날에는 두 사람이 각각 독립적으로 미적분을 발견했고 발견은 뉴턴이 빨랐으나 발표는 라이프니츠가 빨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수학카페 홈페이지(http://cafe.naver.com/mathclub.cafe)
(나) 다윈은 1831년부터 1836년까지 군함 비글호의 세계일주항해에 참가한 뒤 모은 자료를 정리, 관찰, 사색하며 진화론을 구상했고 1842년 몇 가지 노트를 만들어 논문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그는 좀 더 많은 사실을 수집해 자신의 이론을 완벽하게 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식 발표는 미루고 있었다. 망설이는 동안 다윈은 1858년 6월 월러스라는 무명의 박물학자에게 두툼한 편지를 받았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자기가 생각한 이론과 거의 같은 형태의 논문이 동봉돼 있었다. 더욱이 다윈에게 그 논문을 비평해주도록 요청했고 가능하다면 학회에 소개해 달라는 청탁까지 있어 다윈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다윈은 린네협회에 월러스의 논문과 다윈 학설의 요약을 함께 낭독하도록 절차를 주선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의 논문은 동시에 발표됐다. 다윈과 월러스는 겸손한 성격 때문인지 우선권을 다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월러스는 진화이론을 스스로 ‘다위니즘’이라고 부르기를 제안했고, 이 이론에 기여한 자신의 역할은 ‘다윈의 20년에 대한 1주간’에 불과하며 다윈이야말로 진화론을 전개하기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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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발견의 우선권이 왜 문제가 되는가? 과학의 위대한 업적은 항상 최초 발견자에게 돌아간다. 설령 사소한 실수가 있더라도 발견자체를 뒤집을 만큼 큰 실수가 아니라면 최초의 발견자는 위대한 과학자로 남는다. 이런 점 때문에 과학자들은 데이터 조작의 유혹을 받는다. 기술적 한계나 환경적 요인으로 당장은 어렵지만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발견의 경우 이런 대상이 되기 쉽다. 바로 황우석 박사의 맞춤형 체세포 배아줄기세포가 좋은 예다.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므로 데이터 조작을 통해 특허나 논문으로 학회의 인정을 받고 우선권을 확보한다면 그 이후 다른 과학자가 진짜 ‘최초 발견’을 했을 때 이에 대한 모든 공로는 최초 발견자에게 돌아간다. 두 번째로 실험에 성공한 과학자는 최초발견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황우석 박사의 맞춤형 줄기세포도 걸리지 않고 넘어갔더라면 누군가에 의해 진짜 줄기세포주가 확립됐을 것이고 이 모든 명예와 이득은 최초 발견자라고 알려진 황우석 박사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이처럼 발견에 따른 여러 이해득실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여기에 각종 편법과 불법이 저질러진다. 과학자들 역시 순수한 지적 호기심만으로 세상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배경지식
동시발견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난다. 수학에서 로그(log)의 발견이 네이피어와 뷔르기에 의해 거의 동시에 이뤄졌고, 에너지보존의 원리는 마이어, 헬름홀츠 등 무려 4명의 과학자가 독립적으로 연구했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사회학자 머튼 경은 ‘동시 발견이 오히려 주류’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예시답안
①옛날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 형제가 길을 가고 있었는데, 도중에 형이 길가에 떨어진 금덩어리를 발견했다. 형은 이를 아우에게 알렸고, 아우는 금덩어리를 확인하자마자 얼른 주워 챙겼다. 그러자 형은 먼저 발견한 자신이 금덩어리를 가져야 한다고 우겼고 아우는 먼저 주운 사람이 임자라며 주기를 거부했다.
이 이야기는 과학적 발견에 대한 우선권 논쟁과 아주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②이야기 중에서 금은 과학적 사실 또는 성과물로 대응되고, 금의 발견은 ‘과학적 발견’, 금 줍기는 ‘학계 발표’로 대응된다. 이때 주목할 점은 ③금도 과학적 가치 발견도 단 하나라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금을 갖는 사람은 형제 중 한 명일 것이고 과학적 발견에 대한 심적·물적 포상도 단 한사람에게만 주어질 것이다. 즉 발견자 수야 어찌됐건 하나의 대상을 온전히 취할 수 있는 것은 단 한사람뿐이다. 그러므로 과학자로서 노력의 성과를 얻기 위해선 우선권을 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최초’에만 큰 무게를 둘 뿐 그 이후의 가치나 아류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④최근 TV광고에는 국보 2호가 뭔지 묻는 아이와 이에 당황하는 아이 엄마 모습이 나오는데, 소비자에 대한 공감을 주된 기법으로 한 광고인만큼 ‘처음’만을 중시하는 사회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그러므로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한 완벽한 표출을 위해서라도 ‘최초’란 이름을 달아야 한다.
물론 과학적 발견에 대한 우선권을 쥐어야 하는 이유는 보상과 세상의 인식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학계 발표의 순서를 빼앗긴 최초 발견자의 뒤늦은 주장은 자칫 세상의 비난거리가 될 수도 있다. 우선권을 획득하는데 실패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평생을 바친 성과가 도용자라는 불명예를 안겨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사태가 심화되면 과학자로서의 삶이 막을 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보상이 있든 없든 가장 기본적인 과학자의 책무를 지켜가면서 살기 위해서는 ⑤우선권은 무시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다윈과 월리스의 경우처럼 반드시 우선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월리스처럼 때로는 우선권에도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유인 즉 첫째로 어떤 발견을 비슷한 시기에 행한 두 과학자가 다윈과 월리스처럼 깊은 친분이 있어 양보를 이끌만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양쪽이 양보하더라도 결국에는 한 사람만이 영예를 차지할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양보를 이끌기 어렵기 때문이며, 셋째로는 양보보다는 우선권을 위한 ‘우기기’를 했을 때 이득을 얻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권은 그 중요성 때문에 과학사에 난해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정반대의 영향도 동시에 수반하기 때문이다. 데이비와 스티븐슨이 처했던 예를 들어보자. 당시에는 안전등 발명에 대해 데이비가 우선권을 차지했는데 이때 그와 주변의 다른 과학자들은 과학적 보상이 이뤄지는 그 장면을 체험하며 개개인의 과학적 연구 열의를 불태우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반면 우선권 획득에 실패한 스티븐슨의 경우 그와 주변인들은 부당함에 분노했고, 어떤 이들은 피땀의 결실이 좌초된 상황에서 과학자의 삶에 대한 실망과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⑥우선권 하나에 환희와 좌절이 양존하게 된 이 상황을 보았을 때 우선권은 마치 계륵(鷄肋)과도 같이 느껴진다.
과학자들에게 우선권이란 희생과 노력으로 산 영화 티켓이다. 돈을 냈어도 티켓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영화를 볼 수 있듯 이름이 알려진다든지 상금을 받는다든지 하는 보상은 우선권을 부여 받았을 때의 이야기다. 또 티켓제가 번거롭다면 티켓의 소형화 같은 개선을 행하듯이, 우선권이 일부 억울한 비득권자에게 폐해를 준다면 다음 연구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개선책을 제시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과학자들의 부수적인 목표인 우선권에 대해 그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며 학계는 우선권이 중요한 만큼 이를 저해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 박재영(서울 마포고 3학년)
첫 부분에서 이야기를 토대로 우선권의 개념을 설명한 부분은 매우 참신합니다. 우선권이 존재하는 이유는 과학자의 업적을 충분히 보장하려는데 있습니다. 제시문은 이러한 우선권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글의 흐름을 우선권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이에 대한 부정적 요소들을 설명하는 쪽으로 진행하는 게 더 좋습니다.
우선권에 대한 개선책으로 두 번째 발견자, 세 번째 발견자에게도 이득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원론적인 답안이며 공동연구나 유사주제 연구, 공동발표 같은 현실적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입니다.
①번은 불필요합니다. 에피소드를 소개한 다음 쟁점과 연결하는 전개 방식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파악하기 때문에 ‘옛날 이야기’라는 표현을 언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②번은 “이 이야기에서 금은 ‘과학적 사실 또는 성과물’에 해당하고 금을 발견하는 행위는 ‘과학적 발견’, 금을 줍는 행위는 ‘학계 발표’에 해당한다”라고 고치는 게 낫습니다.
③번은 모호합니다. 금을 발견하는 일과 과학적 발견이 하나라는 말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최초의 발견은 단 한 사람에게 영광이 주어진다는 의미로 풀어 써야 합니다.
④번 사례는 다시 고려해야 합니다. 국보 1호, 2호, 3호는 중요도에 따라 매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금메달에 비해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은메달과 동메달 같은 사례가 더 적합니다.
⑤번 우선권을 ‘존재’라고 규정짓기보다는 ‘우선권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로 표현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⑥번은 논술 답안에서는 불필요한 내용입니다. 느낌을 적기보다는 생각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게 논술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제에서는 누가 먼저 발견했는가와 같은 우선권 자체보다 누구의 발견이 더 수준이 높은지 또 누가 먼저 더 빨리 결론까지 도달하는가가 더 중요함을 언급하는 답안이 출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답안입니다. 뛰어난 답안이지만 출제 의도를 빗겨간 점이 아쉽습니다.
생각 거리>>특허제도는 우선권과 관련된 문제를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허제도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번 호에서는 과학적 발견에서 우선권이 무엇인지 또 이것이 과학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고 우선권만이 인정되는 사회적 풍토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다음 제시문을 참조해 자신이 우선권의 개념을 설명하는 과학자가 됐다고 가정하고, 과학계에서 우선권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적절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 뒤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작성해보자.
Q(가) 뉴턴이 미적분의 힌트를 얻은 시기는 1666년 런던에서 흑사병이 유행해 고향으로 내려가 있을 때였다. 그러나 미적분 체계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때는 그가 죽은 뒤인 1736년이었다. 뉴튼은 미적분의 개념을 1676년부터 시작된 라이프니츠와의 서신왕래에서 당시 유행하던 일종의 수수께끼 문자인 ‘아나그램’으로 설명했다. 뉴턴의 첫 편지에는 “6acc...... 4s9t 12vx” 등의 기호가 쓰여 있는데, 이것을 풀이하면 라틴어로 ‘임의의 유량(변수)을 포함하는 방정식이 주어졌을 때 그 유율(미분 계수)을 찾아내는 일과 그 반대’를 뜻한다. 이듬해 라이프니츠는 답장에 지금도 쓰이는 dx, dy 등의 기호를 사용해 자신의 미분방법을 기술했다.
논쟁의 초점은 뉴턴 편지의 아나그램이 과연 오늘날의 미적분을 뜻하는지 아닌지에 모아졌다. 라이프니츠는 1684년 자신의 방법을 공표했고, 스위스의 한 수학자가 라이프니츠의 미적분은 뉴턴의 개념을 도용한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논쟁이 불거졌다. 라이프니츠는 이에 항의하면서 뉴턴이 자신의 개념을 도용했다는 글을 썼다. 라이프니츠는 왕립학회에 자신을 도용자라고 비난한 수학자 존 케일을 제소했고, 학회에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당시 학회장은 뉴턴이었다. 조사위원회는 1715년 “미적분의 최초 발견자는 뉴턴이다”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그 후에도 논쟁은 가라앉지 않았고, 심지어 영국과 독일 양국의 국민감정까지 개입해 혼란국면에 들어섰다. 오늘날에는 두 사람이 각각 독립적으로 미적분을 발견했고 발견은 뉴턴이 빨랐으나 발표는 라이프니츠가 빨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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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윈은 1831년부터 1836년까지 군함 비글호의 세계일주항해에 참가한 뒤 모은 자료를 정리, 관찰, 사색하며 진화론을 구상했고 1842년 몇 가지 노트를 만들어 논문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그는 좀 더 많은 사실을 수집해 자신의 이론을 완벽하게 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식 발표는 미루고 있었다. 망설이는 동안 다윈은 1858년 6월 월러스라는 무명의 박물학자에게 두툼한 편지를 받았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자기가 생각한 이론과 거의 같은 형태의 논문이 동봉돼 있었다. 더욱이 다윈에게 그 논문을 비평해주도록 요청했고 가능하다면 학회에 소개해 달라는 청탁까지 있어 다윈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다윈은 린네협회에 월러스의 논문과 다윈 학설의 요약을 함께 낭독하도록 절차를 주선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의 논문은 동시에 발표됐다. 다윈과 월러스는 겸손한 성격 때문인지 우선권을 다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월러스는 진화이론을 스스로 ‘다위니즘’이라고 부르기를 제안했고, 이 이론에 기여한 자신의 역할은 ‘다윈의 20년에 대한 1주간’에 불과하며 다윈이야말로 진화론을 전개하기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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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발견의 우선권이 왜 문제가 되는가? 과학의 위대한 업적은 항상 최초 발견자에게 돌아간다. 설령 사소한 실수가 있더라도 발견자체를 뒤집을 만큼 큰 실수가 아니라면 최초의 발견자는 위대한 과학자로 남는다. 이런 점 때문에 과학자들은 데이터 조작의 유혹을 받는다. 기술적 한계나 환경적 요인으로 당장은 어렵지만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발견의 경우 이런 대상이 되기 쉽다. 바로 황우석 박사의 맞춤형 체세포 배아줄기세포가 좋은 예다.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므로 데이터 조작을 통해 특허나 논문으로 학회의 인정을 받고 우선권을 확보한다면 그 이후 다른 과학자가 진짜 ‘최초 발견’을 했을 때 이에 대한 모든 공로는 최초 발견자에게 돌아간다. 두 번째로 실험에 성공한 과학자는 최초발견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황우석 박사의 맞춤형 줄기세포도 걸리지 않고 넘어갔더라면 누군가에 의해 진짜 줄기세포주가 확립됐을 것이고 이 모든 명예와 이득은 최초 발견자라고 알려진 황우석 박사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이처럼 발견에 따른 여러 이해득실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여기에 각종 편법과 불법이 저질러진다. 과학자들 역시 순수한 지적 호기심만으로 세상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배경지식
동시발견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난다. 수학에서 로그(log)의 발견이 네이피어와 뷔르기에 의해 거의 동시에 이뤄졌고, 에너지보존의 원리는 마이어, 헬름홀츠 등 무려 4명의 과학자가 독립적으로 연구했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사회학자 머튼 경은 ‘동시 발견이 오히려 주류’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예시답안
①옛날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 형제가 길을 가고 있었는데, 도중에 형이 길가에 떨어진 금덩어리를 발견했다. 형은 이를 아우에게 알렸고, 아우는 금덩어리를 확인하자마자 얼른 주워 챙겼다. 그러자 형은 먼저 발견한 자신이 금덩어리를 가져야 한다고 우겼고 아우는 먼저 주운 사람이 임자라며 주기를 거부했다.
이 이야기는 과학적 발견에 대한 우선권 논쟁과 아주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②이야기 중에서 금은 과학적 사실 또는 성과물로 대응되고, 금의 발견은 ‘과학적 발견’, 금 줍기는 ‘학계 발표’로 대응된다. 이때 주목할 점은 ③금도 과학적 가치 발견도 단 하나라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금을 갖는 사람은 형제 중 한 명일 것이고 과학적 발견에 대한 심적·물적 포상도 단 한사람에게만 주어질 것이다. 즉 발견자 수야 어찌됐건 하나의 대상을 온전히 취할 수 있는 것은 단 한사람뿐이다. 그러므로 과학자로서 노력의 성과를 얻기 위해선 우선권을 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최초’에만 큰 무게를 둘 뿐 그 이후의 가치나 아류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④최근 TV광고에는 국보 2호가 뭔지 묻는 아이와 이에 당황하는 아이 엄마 모습이 나오는데, 소비자에 대한 공감을 주된 기법으로 한 광고인만큼 ‘처음’만을 중시하는 사회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그러므로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한 완벽한 표출을 위해서라도 ‘최초’란 이름을 달아야 한다.
물론 과학적 발견에 대한 우선권을 쥐어야 하는 이유는 보상과 세상의 인식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학계 발표의 순서를 빼앗긴 최초 발견자의 뒤늦은 주장은 자칫 세상의 비난거리가 될 수도 있다. 우선권을 획득하는데 실패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평생을 바친 성과가 도용자라는 불명예를 안겨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사태가 심화되면 과학자로서의 삶이 막을 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보상이 있든 없든 가장 기본적인 과학자의 책무를 지켜가면서 살기 위해서는 ⑤우선권은 무시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다윈과 월리스의 경우처럼 반드시 우선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월리스처럼 때로는 우선권에도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유인 즉 첫째로 어떤 발견을 비슷한 시기에 행한 두 과학자가 다윈과 월리스처럼 깊은 친분이 있어 양보를 이끌만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양쪽이 양보하더라도 결국에는 한 사람만이 영예를 차지할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양보를 이끌기 어렵기 때문이며, 셋째로는 양보보다는 우선권을 위한 ‘우기기’를 했을 때 이득을 얻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권은 그 중요성 때문에 과학사에 난해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정반대의 영향도 동시에 수반하기 때문이다. 데이비와 스티븐슨이 처했던 예를 들어보자. 당시에는 안전등 발명에 대해 데이비가 우선권을 차지했는데 이때 그와 주변의 다른 과학자들은 과학적 보상이 이뤄지는 그 장면을 체험하며 개개인의 과학적 연구 열의를 불태우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반면 우선권 획득에 실패한 스티븐슨의 경우 그와 주변인들은 부당함에 분노했고, 어떤 이들은 피땀의 결실이 좌초된 상황에서 과학자의 삶에 대한 실망과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⑥우선권 하나에 환희와 좌절이 양존하게 된 이 상황을 보았을 때 우선권은 마치 계륵(鷄肋)과도 같이 느껴진다.
과학자들에게 우선권이란 희생과 노력으로 산 영화 티켓이다. 돈을 냈어도 티켓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영화를 볼 수 있듯 이름이 알려진다든지 상금을 받는다든지 하는 보상은 우선권을 부여 받았을 때의 이야기다. 또 티켓제가 번거롭다면 티켓의 소형화 같은 개선을 행하듯이, 우선권이 일부 억울한 비득권자에게 폐해를 준다면 다음 연구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개선책을 제시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과학자들의 부수적인 목표인 우선권에 대해 그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며 학계는 우선권이 중요한 만큼 이를 저해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 박재영(서울 마포고 3학년)
첫 부분에서 이야기를 토대로 우선권의 개념을 설명한 부분은 매우 참신합니다. 우선권이 존재하는 이유는 과학자의 업적을 충분히 보장하려는데 있습니다. 제시문은 이러한 우선권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글의 흐름을 우선권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이에 대한 부정적 요소들을 설명하는 쪽으로 진행하는 게 더 좋습니다.
우선권에 대한 개선책으로 두 번째 발견자, 세 번째 발견자에게도 이득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원론적인 답안이며 공동연구나 유사주제 연구, 공동발표 같은 현실적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입니다.
①번은 불필요합니다. 에피소드를 소개한 다음 쟁점과 연결하는 전개 방식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파악하기 때문에 ‘옛날 이야기’라는 표현을 언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②번은 “이 이야기에서 금은 ‘과학적 사실 또는 성과물’에 해당하고 금을 발견하는 행위는 ‘과학적 발견’, 금을 줍는 행위는 ‘학계 발표’에 해당한다”라고 고치는 게 낫습니다.
③번은 모호합니다. 금을 발견하는 일과 과학적 발견이 하나라는 말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최초의 발견은 단 한 사람에게 영광이 주어진다는 의미로 풀어 써야 합니다.
④번 사례는 다시 고려해야 합니다. 국보 1호, 2호, 3호는 중요도에 따라 매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금메달에 비해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은메달과 동메달 같은 사례가 더 적합니다.
⑤번 우선권을 ‘존재’라고 규정짓기보다는 ‘우선권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로 표현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⑥번은 논술 답안에서는 불필요한 내용입니다. 느낌을 적기보다는 생각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게 논술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제에서는 누가 먼저 발견했는가와 같은 우선권 자체보다 누구의 발견이 더 수준이 높은지 또 누가 먼저 더 빨리 결론까지 도달하는가가 더 중요함을 언급하는 답안이 출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답안입니다. 뛰어난 답안이지만 출제 의도를 빗겨간 점이 아쉽습니다.
생각 거리>>특허제도는 우선권과 관련된 문제를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허제도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