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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IT+NT 삼박자 갖춘 '똑똑한 폰'

언제 어디서든 질병 감시한다

지난 4월 인기 댄스그룹인 거북이의 터틀맨(본명 임성훈, 38세)이 돌연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심근경색. 관상동맥 안쪽 벽에 지방이 쌓여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막았고 결국 심장근육세포가 파괴됐다.

심장근육세포가 죽으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통증이 심하다. 흉통이 생긴 뒤 얼마나 빨리 병원에 도착해 응급조치를 받느냐가 생사를 결정한다. 그러나 그는 응급조치 시간을 놓쳤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단 정봉현 단장은 “터틀맨이 날마다 혈액검사를 했다면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에 간기능 진단 센서를 부착하면,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 손 끝의 피 한 방울만으로 자신의 건강을 진단할 수 있다.


혈액은 건강 정보 창고

심근경색으로 심장근육이 파괴되기 시작하면 트로포닌 단백질과 근육 손상 호르몬(CPK, LDH)이 나온다. 심근 경색을 진단할 때 정확도가 비교적 높은 것이 트로포닌이다. 혈액 내에서 트로포닌이 검출되기 시작하는 시간을 알아내면 심근경색이 발생한 시간, 심각성, 범위를 알 수 있다. 심근경색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이 평소 혈액검사로 트로포닌 수치를 손쉽게 알 수 있다면 죽음의 공포가 사라지지 않을까.

건강검진을 받을 때 팔꿈치 윗부분을 노란색 고무줄로 묶어 굵은 주사기 한가득 빨간색 피를 뽑아본 경험이 있는가. 이제까지 혈액검사는 혈액을 채취하는 양도 많고 혈액을 분석하는 시간도 길었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스마트 바이오칩 기술은 더 작은 칩에서 더 적은 양의 피로 더 다양한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효과는 높인 것.

스마트 바이오칩과 센서를 사용하면 붉은 피 한 방울만으로 건강진단을 할 수 있다. 정 단장은 “혈액은 건강의 정보 창고인 셈”이라고 전했다. 피 한 방울은 보통 1~2μℓ(마이크로리터, 1μℓ=${10}^{-6}$ℓ) 정도다. 이 중 심근경색과 관련된 분자인 트로포닌은 pg(피코그램, 1pg=${10}^{-12}$g) 수준으로 극소량이다. 게다가 트로포닌은 나노미터 수준(1nm=${10}^{-9}$m)으로 작은 생체분자이므로 극소량의 미세한 분자만으로 검사할 수 있는 나노수준의 칩과 센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스마트 바이오칩과 센서는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은 생체분자까지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양의 혈액에 남아있는 질병의 ‘흔적’도 찾아낼 수 있다.

바이오나노연구단은 칩 표면에 ‘특별 가공한 풀’을 이용해 나노미터 수준의 단백질을 일정한 방향으로 붙이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미국의 화학관련 전문지인 ‘분석 화학’ 2007년 4월호에 발표했다.

칩 표면에서 ‘풀’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구단은 ‘단백질-G’의 DNA를 조작해 3차원 구조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이 단백질-G는 Y자 모양의 항체를 연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칩이나 센서 표면에 일렬로 균일하게 붙인다. 이 연구결과는 2007년 과학재단에서 선정한 신기술 50선에 뽑혀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 바이오칩은 혈액에서 생체분자를 동시에 수십~수백 개 검출해 질병을 진단하고 예측한다. 현재 전립선암과 같이 혈액 내 전립선 특이항원(PSA) 같은 생체분자만 측정해 진단할 때도 있지만, 초기 암, 치매, 당뇨합병증 같은 질병은 생체분자 한 개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다. 스마트 바이오칩을 이용하면 혈액 안에 있는 다양한 바이오마커(특정 단백질)의 농도 변화 패턴을 보고 질병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미래에 어떤 질병에 걸릴지도 예측한다. 굳이 고통스러운 조직검사를 안 해도 피 한 방울로 질병 진단을 한다는 말이다.

정 단장은 “그러나 아직 스마트 바이오칩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전체 질병의 1% 미만”이라며 “어떤 생체분자가 특정 질병과 연관됐는지 밝히는 단백질정보학과 생명정보학이 발달하면 나노칩 기술과 접목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노바이오연구단은 2007년 간기능을 진단할 수 있는 모바일 휴대전화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특히 휴대전화와 연결하는 간기능 감지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심장질환, 암 등을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휴대전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 바이오칩에서 약물의 효능을 검사하는 모습이다. 사진의 오른쪽에 색깔이 나타나지 않는 점이 약효가 있는 물질을 나타낸다.


질병 진단 휴대전화 원천기술 ‘나노바이오센서’

휴대전화와 스마트 바이오칩을 동시에 사용하려면 건강정보를 가진 생체분자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 휴대전화로 전송해야 한다. 연구팀이 여러 질병의 진단을 진단 휴대전화로 수행할 수 있는 원천기술은 ‘나노바이오센서’ 기술이다. 단백질과 DNA는 전하를 띠는데, 나노미터 크기로 좁은 틈에서 서로 연결되면 전류가 흐른다. 연구팀은 이 원리에 착안해 50nm 이하로 틈이 좁은 ‘나노 갭 센서’를 만들었다. 50nm는 머리카락 굵기의 2000분의 1 정도로 가는 수준. 이 칩은 표면에 생체분자가 안 붙어있거나 항체만 붙어 있을 땐 분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 전류가 흐르지 않다가 항체와 맞는 항원이 붙으면 분자 사이 거리가 수 nm 이하로 좁아져 전류가 발생한다. 휴대전화는 이 전류를 감지해 사용자에게 건강상태를 알려준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세계 최초로 전립선암과 심근경색 진단에 성공했다. 정 단장은 “다양한 질환 바이오마커를 측정하는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며 “나노미터 수준으로 측정하면 진단 정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는 2007년 기준 약 4000만 명으로 국민 대다수가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이런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자가 원할 때 편하게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인터넷을 통해 주치의에게 전송할 수 있다. 심지어는 걸어다니면서 진단할 수도 있고 동네 약국에서도 나노바이오센서를 구입해 수시로 건강 체크를 할 수 있다. 즉 휴대전화를 이용한 질병 진단은 의료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 유비쿼터스 헬스(U-Health)의 중심이 될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007년 30, 40대 일반인을 대상으로 U-헬스 수요와 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5년 안에 U-헬스 이용자는 7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 단장은 “5년 안에 건강진단 휴대전화 센서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소중한 생명을 지켜줄 건강관리 휴대전화의 무한도전을 기대해본다.
 

이 장비는 칩의 각 센서에 빛을 비춘다. 후보약물과 칩에 있던 물질이 반응하면 형광 빛이 난다.


스마트 바이오칩으로 신약 개발 속도 높인다

신약이 하나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15년, 평균 비용은 약 1조 원이다. 그만큼 부담이 커 중소형 제약회사는 신약개발 엄두를 못 낼 정도다. 그러나 단백질 칩 같은 스마트 바이오칩을 이용하면 짧은 기간 안에 적은 비용으로 신약개발을 할 수 있어 신약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스마트 바이오칩은 적은 비용과 적은 양의 약물로 수천~수만 개의 검사를 한 번 만에 끝낼 수 있다. 약물은 질병과 관련된 생체분자의 상호작용을 막는 물질이다. 센서와 칩에 생체분자를 담은 뒤 후보 약물을 떨어뜨리면 생체분자와의 반응 정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약물이 약효를 내는 곳은 병과 관련된 단백질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므로 약효가 없는 곳과 색이 달라진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단 정봉현 단장팀은 현재 항암작용에 관련된 약물을 찾고 있다. 과거에는 샘플을 각각 실험해야 했으나, 스마트 칩을 이용하면 최소 126개의 약물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약효 검사를 할 때 최소한 3번 정도 반복해 약물의 효과를 검증하는데, 스마트 바이오칩을 이용하면 몇백 번이라도 반복해 검사할 수 있다. 그만큼 신약개발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정 단장은 “초고속 약물 스크리닝(screening, 감지)을 위한 스마트 바이오칩 개발 연구도 서두르고 있다”며 “나노수준에서 생체분자를 정확하게 감지해내는 원천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칩(오른쪽)은 기존의 약물 검사 도구(왼쪽)보다 크기가 절반도 안되면서 검사할 수 있는 약물의 개수는 수백 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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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현진
  • 목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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