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신비로운 바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 ‘해저2만리’. 노틸러스호라는 잠수함을 타고 세계 바다 속을 누비는 네모 선장과 심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아로낙스 박사는 해양과학자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지금으로부터 136년 전인 1870년에 완성된 ‘해저 2만리’의 내용은 과학적으로 매우 정확한 편이다. 소설을 쓴 쥘 베른의 해양지식이 현대 해양학자 뺨칠 만큼이나 해박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소설이 발표된 당시의 해양 지식을 현재와 비교해보면서 쥘 베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다다랐는지 느껴보자.
바다괴물
쥘 베른은 1886년 일어난 이상한 사건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많은 배들이 항해 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물체를 만난다. 이 물체는 고래보다 훨씬 크고 빨랐으며, 번쩍번쩍 빛을 낸다. 사람들은 이 바다괴물의 실체를 두고 끝없는 논쟁을 벌인다.
옛날 사람들은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두려워했다. 공포심은 자연스레 바다괴물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거대한 오징어, 문어, 바다뱀은 괴물로 변해 문학작품을 통해 새롭게 탄생했다. ‘크라켄’(kraken)은 북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거대한 문어다. 1555년 스웨덴의 올라우스 마그누스가 북유럽 국가의 역사를 기록한 책과 1752년 노르웨이의 폰토피단이 쓴 ‘노르웨이의 자연사’에서 항해중인 배를 침몰시키는 난폭한 바다괴물로 나온다. 1851년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이 쓴 ‘모비 딕’에서는 대왕오징어가 향유고래와 싸우며, ‘해저 2만리’에서도 거대한 오징어가 네모선장의 잠수함을 공격한다.
과연 바다에 괴물이 살고 있을까? 현재까지 바다괴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대왕오징어를 예로 들어보자. ‘해저 2만리’가 발표되기 전에도 죽은 채 바닷가에 밀려온 대왕오징어는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큰 대왕오징어는 1800년대 말 뉴질랜드 해안으로 밀려온 몸길이 18m, 몸무게 1톤이 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대왕오징어는 살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았다.
2002년 9월 스페인 과학자들은 스페인 북동쪽에 위치한 가스코뉴만 수심 1500m에서 살아있는 대왕오징어를 촬영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전에도 미국 과학자들이 뉴질랜드 근해에서 잠수정을 이용해 살아있는 대왕오징어를 찾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가 2004년 9월에 일본 과학자들이 수심 900m에서 길이 8m의 살아있는 대왕오징어 사진을 찍는데 최초로 성공했다.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깊으며 우리가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 넓고 깊은 바다에 어떤 괴물이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바다 깊이는 소리로 잰다
대양의 심해는 우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다. 측심연은 아직까지 심해의 밑바닥에 닿지 못했다. 그 깊은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측심연(測深鉛)은 밧줄에 매달아 배에서 내려 수심을 재는 무거운 납추다. 하지만 측심연을 사용하면 해류 때문에 밧줄이 똑바로 내려가지 않아 정확한 깊이를 잴 수 없다. 또 추가 닿는 곳만 수심을 잴 수 있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소리를 이용하면 넓은 해역의 수심을 쉽게 측정할 수 있다. 수중음향측심기(echo sounder)는 메아리의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수심을 재는 자 역할을 한다.
배에 장착된 수중음향측심기에서 소리를 보내면 이 소리는 퍼져나가다 해저에서 반사돼 다시 배로 돌아온다. 바닷물에서 소리의 속도는 약 1450m/s(수온이나 염분, 수심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1400~1570m/s다)이므로, 소리가 되돌아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을 반으로 나누고 여기에 소리의 속도를 곱해주면 바로 수심이 된다. 수중음향이 수심을 재는 데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잠수함의 위치를 찾거나 어디에 물고기가 많은지 찾아내고 유속을 측정하는데도 쓰인다.
심해의 오아시스 열수분출공
수심 2만2000m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을까? 아니, 그런 곳에 생물이 살 수는 있는 것일까? 만약 살고 있다면 그런 동물은 어떤 구조를 갖고 있을까?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바다의 깊이는 쥘 베른이 생각했던 것보다 깊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은 필리핀 인근 챌린저해연 근처에 있는 마리아나해구로 수심이 1만1022m다. 1960년 심해유인잠수정 트리에스테호가 마리아나해구의 수심 1만910m까지 들어간 예가 있다. 소설이 완성되고 2년 뒤 최초의 심해 탐사인 챌린저 탐험(1872~1876년)이 진행됐다. 당시로는 가장 깊은 8180m 수심을 측량해 챌린저해연이란 이름을 붙였다.
19세기 중엽 영국의 박물학자 에드워드 포브스는 수심 500m가 넘는 심해에는 빛이 거의 없으므로 생물이 살 수 없다는 ‘심해무생물론’을 주장했다. 그리고 ‘해저 2만리’가 완성됐던 1870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심해무생물론’을 믿었다.
왜 심해에 생물이 살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 심해는 햇빛이 투과하지 못해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살 수 없으므로 동물도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바다 연안에는 광합성을 하는 해조류나 식물플랑크톤이 있고 많은 해양생물이 이것을 먹고 살고 있다. 반면 심해 동물은 표층에서 죽어 가라앉는 생물의 사체를 먹고 생활한다. 먹이가 부족환 환경이므로 표층이나 연안에 비해 생물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챌린저 탐사 이후 심해 탐사가 줄을 이었다. 1950~1952년 수행된 덴마크의 갈라테아호 탐사로 수심 1만m가 넘는 마리아나 해구에도 말미잘이나 해삼 같은 바다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편 미국의 심해유인잠수정 앨빈호는 1977년 갈라파고스제도 인근 수심 2700m에서 심해생물을 발견했다.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열수분출공 주변에 관벌레, 대합, 게, 새우, 물고기 등이 밀집해서 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심해에서 열수분출공 주변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열수분출공에서 솟아나오는 황화수소를 이용해 화학합성을 하는 박테리아가 심해 생물의 먹이가 돼 생태계의 근간을 이룬다. 이곳에서 발견된 관벌레는 입과 항문, 소화기관이 없는 동물로 화학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와 공생을 하는 동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심해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미래의 탐사를 통해 신비한 심해생물이 더 많이 발견될 것이다.
심해의 수압은 손톱 위 자동차 무게
쥘 베른은 수압이 엄청난 심해에 사는 생물들이 압력을 견디기 위해 엄청나게 단단한 몸뚱이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심 10m를 내려갈 때마다 수압이 1기압씩 증가한다고 계산했다.
소설가의 계산은 맞았다. 수심 1만m에서 받는 압력은 약 1000기압이다. 1000기압은 1㎠인 엄지손톱 위에 1000kg짜리 승용차를 올려놓았을 때 받는 압력이다. 면적을 엄지손톱의 약 100배 되는 손바닥으로 넓힌다면, 100톤의 무게로 내리누르는 압력이다. 몸무게가 6톤이 넘는 아프리카 코끼리 16마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 정도의 압력이라면 육지에 살고 있는 어떤 생물도 납작하게 눌리고 말 것이다. 쇠공도 심해로 떨어지면 납작하게 눌린다.
그러면 심해생물은 쥘 베른이 생각했던 것처럼 쇠공보다 더 단단한 몸을 갖고 있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쇠공이 눌리지 않게 하려면 쇠공에다 구멍만 뚫으면 된다. 기체는 압력을 받으면 부피가 많이 줄어들지만 액체나 고체는 압력이 커지더라도 부피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다. 완전히 밀폐된 속이 빈 쇠공은 높은 압력에 쭈그러지지만 구멍을 뚫어 물이 차있으면 내부와 외부의 압력이 같아져 쭈그러들지 않는다.
심해생물의 내부 압력은 외부 압력과 평형을 이루고 있다. 깊은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굳이 튼튼한 골격을 갖고 있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심해에는 공기가 들어있는 부레를 가진 물고기는 살 수 없으므로, 심해어는 몸 속의 가벼운 지방으로 부력을 조절한다. 또 심해생물의 세포는 육지생물의 세포보다 물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높은 압력에도 부피가 많이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심해에서 건져 올린 아귀를 보면 우리가 즐겨 먹는 어떤 바닷물고기보다 육질이 연하다.
물고기 아파트 모여 있는 바다목장
나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심해 한복판으로 사냥 나가서, 해저의 숲에 살고 있는 사냥감을 추적합니다.
내 가축들은 드넓은 바다목장에서 안심하고 풀을 뜯지요. 그곳에 나는 나 혼자 경작하는 넓은 농장을 갖고 있습니다.
남획과 오염으로 수산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산자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다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한 바다목장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쥘 베른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바다목장에는 물고기 아파트인 인공어초를 조성해 물고기들이 모여들게 하고, 소리를 내서 물고기들에게 식사시간을 알려 먹이를 주는 장치도 설치한다. 우리나라는 동해의 울진, 서해의 태안, 남해의 통영과 여수, 그리고 북제주에 바다목장을 만들고 있다.
한편 소설 속에 등장한 바다목장에서 발견한 옥의 티 하나. 심해 한복판의 해저는 너무 깊어 햇빛이 투과할 수 없어 해저 숲을 만들 수 없다. 해조류가 무성하게 자라는 해저 숲은 수심이 얕아 햇볕이 잘 드는 연안에서만 가능하다.
심해의 노다지 망간단괴
물론 해저에는 아연, 철, 금, 은 따위가 무진장으로 매장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채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구의 금속에 전혀 신세를 지지 않고, 바다 자체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내기로 결심했지요.
쥘 베른은 네모선장의 입을 빌어 바다의 활용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는 바다에서 광물자원과 전기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심해저에는 망간, 코발트, 니켈, 구리 등이 포함된 망간단괴가 널려있다. 망간단괴에 들어있는 망간과 니켈, 코발트는 다양한 합금 재료에, 구리는 통신과 전력선에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국제해저기구로부터 남한 면적의 약 3/4에 해당하는 7만5000km2의 배타적 광구를 북동태평양에 마련했다. 이곳에서 망간단괴를 채광해서 제련하면 산업에 필요한 금속을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전기를 얻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파도, 해류, 조력, 온도차를 이용하면 화력발전소의 오염문제나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사고를 신경 쓰지 않고도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시화호에서는 조석간만의 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25만4000kW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또 전라남도 진도 울돌목에는 1천kW급 조류발전소를 시험설치하고 있다(사진은 프랑스 브루타뉴지역의 랭스조력발전소).
해양생물로 옷감을 짜다
이 거대한 바다는 나에게 먹을 것뿐만 아니라 입을 것도 줍니다.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옷감은 조개의 족사로 짠 겁니다. 그걸 ‘군소’라는 연체동물에서 뽑아낸 아름다운 보라색 염료로 물들인 것이죠.
쥘 베른의 상상력은 홍합(사진)의 족사(足絲)로 옷감을 짜는데까지 미친다. 족사는 홍합이 바위에 단단히 달라붙어 파도가 치더라도 떨어지지 않게 하는 질긴 실이다. 이 실로 옷감을 짜서 옷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족사로 옷감을 짜면 아마도 나일론처럼 질긴 옷감이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홍합의 족사나 따개비가 바위에 달라붙기 위해 분비하는 접착물질을 이용해 접착제를 개발하려고 한다. 바위나 돌도 붙일 수 있는 접착제가 개발되면 건축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해양생물을 식량자원으로만 활용했지만 지금은 생명과학기술과 접목해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해양생물은 의약품의 좋은 재료가 된다. 예를 들어 열대바다에 사는 해면에서 항암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청자고둥의 독에서 진통제나 간질병 치료제를, 우렁쉥이에서 남성 불임 치료제를, 불가사리에서 혈전치료제나 고지혈증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추출하고 있다.
바닷물 순환은 1000년 걸려
열대지방의 바닷물과 극지방의 바닷물이 끊임없이 교환되고, 바닷물은 영하 2℃에서 최대 밀도에 도달하고, 온도가 더 내려가면 가벼워져서 다시 위로 올라온다.
바닷물이 순환된다는 소설 속의 생각은 옳다. 해양학자들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에 걸쳐 흐르는 지구규모의 해수순환 모델을 제시한다. 따뜻한 북대서양의 멕시코만류가 북쪽으로 흐르면서 수온이 내려가면 밀도가 커져서 가라앉는다. 가라앉은 바닷물은 심해를 따라 남쪽으로 흘러 북태평양에 도달한 뒤 표층으로 솟아올라 태평양과 인도양을 흐르면서 다시 데워진다. 이처럼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같은 바닷물의 흐름은 속도가 아주 느려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1000년 이상 걸린다. 이런 해수의 순환과정은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닷물의 밀도에 대한 생각에는 일부 오류가 있다. 민물은 4℃에서 밀도가 가장 크고, 온도가 4℃ 이하로 내려가면 오히려 작아진다. 그러나 바닷물은 수온과 염분의 상대적인 조건에 따라 온도가 내려가면서 밀도가 작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면서 밀도가 커지기도 한다. 민물은 0℃에서 얼지만 바닷물은 염분이 높아질수록 어는점이 내려가며, 평균 염분이 35퍼밀(퍼밀=1000분의 1, ‰로 표시한다)인 바닷물은 보통 영하 1.9℃에서 언다. 따라서 해수의 온도는 영하 2℃ 아래로 내려갈 수 없다.
‘해저 2만리’ 후반부에는 소설가의 해양생물학 지식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쥘 베른은 모든 해양생물을 등장시키려는 듯, 해파리부터 어류,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많은 해양생물을 언급한다. 대부분의 설명은 해양생물학 교과서를 보듯 정확하다. 그러나 원구류라고 부르는 턱이 없는 칠성장어를 상어나 가오리가 속하는 연골어류로 설명한다든지, 팔이 10개인 오징어를 문어와 혼동해서 팔이 8개라고 하는 등 옥의 티가 발견되기도 한다.
달 위를 걸을 수 있는 시대지만 깊은 바다 속에서 수압을 견딜 수 있는 장치 없이 거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쥘 베른은 바다 속 깊은 곳을 거닐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네모 선장과 아로낙스 박사뿐이라고 하면서 흥미진진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지금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 네모 선장과 아로낙스 박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미국의 여성 해양생물학자 실비아 얼과 프랑스의 해양탐험가 자크 이브 쿠스토 정도일 것이다.
타이타닉호 침몰이 부활시킨 수중음향학
소리는 매질의 밀도에 따라 퍼져나가는 속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공기 중에서는 1초에 340m를 갈 수 있다. 한편 공기보다 밀도가 큰 물 속에서는 소리의 속도가 훨씬 빨라 수온 8℃에서 1초에 평균 1435m를 이동하는 속도로 전달된다. 물보다 밀도가 높은 쇠파이프에서는 1초에 약 5000m나 갈 수 있다. 해수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는 수온, 염분, 수심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므로, 수중음향측심기를 이용해 수심을 정확히 재기 위해서는 바닷물의 물리적인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해수 중에서 소리는 염분이 1퍼밀 증가할 때마다 약 1.3m/s씩 빨라지고, 수온이 1℃ 증가할 때마다 약 4.5m/s씩 빨라지고, 수심 100m 깊어질 때마다 약 1.7m/s 씩 증가한다.
소리보다 파장이 짧은 빛이나 전파는 물에 금새 흡수되지만, 소리는 물 속에서 멀리 전달되므로 통신수단으로 이용할 가치가 크다.
물속에서 소리가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지 알아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 일이다. 1826년 다니엘 콜라돈과 찰스 스텀은 스위스의 한 호수에서 물 속에서 소리가 얼마나 빠른지 측정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배 두 척을 약 13km 떨어지게 정박해 놓고 한 배에는 커다란 종을 매달아 물속에 넣어두고 나머지 배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깔때기 모양의 원통을 설치했다. 그리고 종을 치는 것과 동시에 화약을 터뜨려 불꽃을 만들고 다른 배에서는 이 불꽃을 보는 순간부터 종소리가 들리는 순간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비록 원시적인 실험방법이었으나, 이때 계산한 음속 1435m/s는 지금 사용하는 평균음속 1450m/s와 차이가 거의 없다.
이 실험 이후 수중 음파에 대한 관심은 유지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12년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쳐 침몰하는 사고를 계기로 수중에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데 음파를 이용하는 연구가 재개됐다. 미국의 레지날드 페센든은 사고 2년 후인 1914년 음파를 이용해 약 3.2km 떨어진 곳에 있던 빙산을 탐지했다. 같은 해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으로 대잠수함작전이 중요해지면서 수중 음향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1916년까지는 잠수함 엔진에서 나오는 소리를 수중 마이크와 증폭기를 사용해 수동으로 탐지했다. 그러나 1918년에는 음파를 발사해 잠수함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소리로 잠수함을 찾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엔진을 끈 잠수함도 찾을 수 있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음파탐지기(SONAR)를 사용해 독일의 잠수함 유보트(U-boat)에 맞서는 대잠수함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