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복제개 ‘스너피’(Snuppy)의 여자친구가 될 암컷 개가 태어났다.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김대용 교수와 동물병원 김민규, 장구 박사 연구팀은 “암컷 개 두 마리를 복제하는데 성공해 각각 ‘축복’을 뜻하는 라틴어 ‘보나’(Bona)와 ‘평화’를 뜻하는 영어 ‘피스’(Peace)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7월 12일 밝혔다. 보나의 생일은 6월 18일, 피스는 7월 10일이다.
그러나 논문이나 공식 검증기관에서 복제 성공 여부에 대한 검증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 결과를 성급히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난자에서 핵 빼내는 방법 달라
스너피를 복제할 때는 아프간하운드종 수컷의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한 다음 전기자극을 가해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 수정란을 대리모 개에 착상시켜 수컷 복제 개가 탄생했다.
보나와 피스를 복제한 기본적인 방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아프간하운드종 수컷 대신 암컷의 체세포를 이용했다.
그러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할 때는 스너피 복제 때와 달랐다. 김민규 박사는 “스너피 때의 ‘쥐어짜기’ 기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법을 개발했다”면서도 “곧 특허 출원 예정이기 때문에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쥐어짜기’란 마치 포도알을 짜내듯 난자에서 핵을 추출하는 연구팀의 독특한 기법.
김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기법 덕분에 복제 성공률이 훨씬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스너피 복제 때는 대리모 개 123마리에 수정란을 착상시켰으나 2마리만 임신에 성공했다. 그 중 1마리는 일찍 죽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리모 개 12마리 가운데 3마리나 임신에 성공했다는 것. 임신한 2마리는 보나와 피스를 낳았고 나머지 1마리는 곧 출산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또 이번 기법 덕분에 복제기간도 10분의 1이나 줄었다고 주장했다. 스너피 복제가 성공하기까지 2년 6개월이 걸렸지만 보나와 피스는 실험 시작 후 3개월(개의 임신기간 2개월 포함) 만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개는 암, 당뇨병, 심장병 같은 여러 질병을 인간과 공유한다. 개의 유전자를 조작해 인간 질병을 갖고 태어나게 하면 최적의 질병 연구모델이 될 수 있다.
질병모델 개 대량생산 가능성
그런데 다양한 실험을 하려면 같은 질병을 갖고 태어난 개가 여러 마리 있어야 한다. 유전자를 조작한 개를 많이 복제하면 될 것이다. 과학자들이 개 복제를 계속 시도하는 이유다.
하지만 필요한 수만큼 개를 일일이 복제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암컷을 복제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수컷과 같은 질병에 걸리도록 암컷의 유전자를 조작한 다음 둘을 교배시켜 새끼를 낳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들은 부모의 유전형질을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와 같은 병에 걸리게 된다.
연구팀은 “첫 돌이 지난 스너피의 발기능력을 확인했으니 1년 뒤 보나가 생식능력을 갖추면 스너피와 교배시킬 계획”이라며 “성공하면 질병 연구모델 개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나와 피스가 정말 복제된 개인지 확신하기엔 이르다는 우려가 많다. 복제 진위여부를 판가름하려면 학계의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학술지에 논문이 실려야 한다.
연구팀은 “아직 ‘자체검증’만 일부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 당시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황우석 전 교수팀이 1999년 출생시켰다는 복제 소 ‘영롱이’의 진위를 검증하려 했지만 발표된 논문이 없어 결론을 짓지 못했다.
국내 생명공학 전문가들은 “복제에 정말 성공했다면 의미 있는 결과지만 학계에 발표하지 않은 채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 특수유용동물 복제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