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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뽀옹양은 어느날 같은 회사에 다니는 견개코씨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사고로 엘리베이터가 멈춘 사이 은근히 작업을 걸던 김양. 로맨스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뽀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 안은 김양의 방귀 냄새로 가득 찼다. 코가 예민한 견씨는 쓰러졌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견씨는 방귀를 뀐 김양을 법정에 고소했다.”

세상에 무슨 이런 재판이?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과학공화국’의 ‘화학법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피고측 변호사는 “방귀는 생리현상이기 때문에 참을 수 없었다”고 김양을 옹호했다. 그러나 원고측 증인으로 나온 방귀연구소 김방귀 소장은 “방귀 냄새는 먹는 음식과 관련이 깊으며 특히 단백질 속의 질소가 방귀 냄새의 주범”이라고 증언했다. 재판장은 “아침에 콩, 우유, 계란 등 단백질이 많은 음식만 먹는 김뽀옹양의 유별난 식습관이 지독한 방귀 냄새의 원인이므로 김양은 견개코씨의 병원비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경상대 정완상 교수가 쓴 ‘과학공화국’시리즈는 수많은 과학 이야기들을 긴장감 넘치는 법정에 세운다. 지난해 물리 1, 2편이 나와 인기를 끌더니 올해 화학, 수학, 생물, 지학 4권이 한꺼번에 나와 과학법정 종합판을 완성했다.

과학공화국 화학법정에는 30건의 ‘화학’ 사건·사고가 올라온다. 세정제로 화장실을 청소하다 질식한 뒤 세정제가 좋다고 보도한 방송사를 고소한 깔끔녀씨, 설탕이 잘 녹지 않아 밍밍한 냉커피를 마시고선 자판기 회사를 고소한 이코피씨, 콜라캔을 마구 흔들다 흘러넘친 콜라에 새 옷을 더럽혀 손해배상을 받으러 온 이깔끔양 등이다. 재판장은 깔끔녀, 이코피, 이깔끔씨에게 모두 승소 판결을 내린다. ‘화학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낙타오줌으로 생수를 만든 생수제조회사가 압권이다. 이 회사는 과학공화국 남부 사막에서 낙타오줌으로 몰래 생수를 만들다 고소를 당한다. 결과는? 놀랍게도 무죄다. 동물의 오줌은 95%가 물이기 때문에 노폐물을 제거하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다. 이 회사는 법정에서 오줌으로 생수를 만드는 비법을 공개하고 무죄 판결을 받는다. 다만 ‘낙타오줌으로 생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화학법정에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이 법정을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재판장은 “방귀를 한 글자, 두 글자, 세 글자, 네 글자로 표현한 말이 각각 뽕, 뽀옹, 똥트림, 똥딸국질”이라는 말에 법정모독을 운운하면서 다음에 써먹기 위해 몰래 적어둔다. 사건들도 저절로 뜨는 수영장, 전자레인지 속 계란 폭탄, 라면 빨리 끓이는 법, 뜨거운 방에서 빨리 퍼지는 발냄새 등 다채롭다. 중간중간 ‘과학성적 끌어올리기’ 코너는 과학상식을 높일 수 있는 보너스다.
 

과학공화국 화학법정^정완상 지음(자음과 모음, 256쪽, 9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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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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