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감염이나 조류독감 바이러스 확산 소식이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일은 더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오늘날 질병과 관련된 보도는 단순한 뉴스 차원을 넘어서 사회와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기도 한다. 1백년 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갔던 결핵, 독감, 폐렴 등 전염성 질병의 피해에 비하면, 각종 백신과 항생제의 개발로 질병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는 여전히 각종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야생동물들은 어떨까. 인간처럼 과학적, 기술적 진보를 이루지 못하는 동물들은 어떤 방법으로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걸까.
사람들은 오랫동안 동물들에게 자기치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동물들이 털고르기나 휴식, 또는 단식 등의 방법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우연한 본능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야생’의 저자 신디 엥겔 박사는 12년 동안 야생토끼와 재규어의 습성을 연구한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다. 그녀는 이 책에서 야생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 그들이 스스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침팬지는 털이 난 나뭇잎을 뭉쳐서 삼키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은 잎에 난 털이 창자 주위의 기생충을 청소해주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가 풀을 뜯어먹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 비롯됐는데, 이 풀들은 소화되지 않고 기생충과 함께 몸 바깥으로 배설된다. 또 원숭이와 곰은 신맛이 나는 기름과 고약한 냄새의 송진을 몸에 즐겨 바른다. 송진의 냄새가 벌레에 물리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세균감염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책에는 풀을 뜯어먹는 육식동물, 뼈를 먹는 초식동물, 소금을 찾아나서는 동물, 그리고 알코올과 향정신성 물질에 탐닉하는 야생동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흔히 병이 들면 몸이 나을 때까지 물과 약초를 먹는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민간치료법 중에도 이런 야생동물에게 배운 방법이 많이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야생’은 야생동물들의 생존 비결과 삶의 지혜를 모은 책이다. 야생동물들의 건강유지법은 오랜 세월을 거쳐 자연에서 검증받은 결과이며, 냉혹한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종을 유지하고 진화해온 비결이기도 하다. 신디 박사는 동물들의 자기치유능력에 관심을 갖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건강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방법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