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친구와 적을 구별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이 때문에 피식자인 동물이 자신을 사냥하는 포식자를 어떻게 인지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영국 세인트앤드류대의 볼커 덱케 박사팀은 잔점박이물범이 범고래의 소리만으로 위험을 감지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11월 14일자에 발표했다.
덱커 박사팀은 캐나다 밴쿠번 인근에 사는 바다표범인 잔점박이물범을 대상으로 범고래의 다양한 소리를 수중방송으로 들려주고 반응을 연구했다. 범고래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집단과 잔점박이물범을 비롯한 포유동물을 잡아먹는 집단이 있는데, 이 두 집단은 유전적으로 차이가 나며 인간의 말씨라 할 수 있는 울음소리가 다르다.
그 결과 물고기를 잡아먹는 범고래 집단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잔점박이물범은 포유동물을 먹는 범고래의 소리에는 즉시 도망쳤다. 데케 박사는 “잔점박이물범은 꽤 영리한 작은 동물”이라면서 “잔점박이물범이 범고래들끼리의 대화를 엿듣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잔점박이물범은 자신에게 전혀 해를 주지 않는 알래스카에 사는 범고래 소리를 듣고서도 즉시 도망쳤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소리가 무엇과 관련되는지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