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생명체와 그 원천인 물을 찾기 위해 두더지 로봇에서 비행기까지 동원될 예정이다. 인류가 화성에 가기 위한 각종 예비 탐사과정을 알아보자.
과연 우리는 화성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가. 19세기 말에는 망원경을 통해 화성에서 운하를 발견했다고 오해하기도 했지만, 1964년 이후 화성으로 향한 수많은 무인탐사선은 우리에게 진실의 일면을 폭로해 왔다. 물이 흐른 흔적을 확인했지만 생명체의 흔적은 아직 포착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우리의 목표인 화성을 좀더 알 필요가 있다.
더구나 사람을 화성에 보내기 위해서는 화성을 이전보다 더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 사람이 화성에서 탐사하고 연구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기 전에 미리 화성의 환경과 우리의 목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똑똑한’ 무인탐사선이나 장비가 화성탐사에 뛰어들 전망이다.
끊임없이 던지는 미끼
화성을 탐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NASA의 경우 화성탐사 프로그램의 과학적인 목적을 화성이 생명체가 사는 세계인지, 사람이 살 수 있는 세계인지를 이해하는데 두고 있다.
화성은 여러모로 지구와 비슷하다. 지구를 특징짓는 여러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화성에도 지구처럼 대기권, 수권, 극권, 암석권 등이 있다. 즉 공기, 물, 얼음, 그리고 지질이 상호작용하며 화성의 환경을 빚어왔던 것이다. 물론 최근 화성 표면 아래에 물이 언 얼음이 다량으로 확인됐지만, 아직까지 물의 존재가 발견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화성에 생물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인 생물권이 과거에 있었는지,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지난 30년 동안 탐사선이 보여준 화성은 엷은 구름이 낀 핑크빛 하늘 아래 암석이 많고 추우며 메마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재 화성의 황무지에서는 과거 한때 화산이 폭발하고, 유성이 깊은 구덩이인 크레이터를 파내며 홍수가 순식간에 땅 위를 덮었음을 암시하는 점이 발견됐다. 물론 화성은 표면에 내리거나 궤도를 도는 탐사선에 아직도 끊임없이 새로운 미끼를 던지고 있다.
많은 발견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다. 과거에 물이 있었거나 오늘날에도 표면 아래에 물이 보존돼 있을지 모른다는 말이다. 물이 열쇠다. 지구에서 물이 발견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생명체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화성에 물이 있었거나 있다면,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가 어딘가에 살지 않았을까. 어떤 흔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성에 생명체가 없다 하더라도 아직도 우리를 흥분시킬 만한 요소가 남아있다. 우리 스스로가 미래의 언젠가 ‘화성의 생명체’가 될지도 모른다. 인류가 화성으로 여행할 때를 대비해 이 놀라운 행성과 극한 환경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화성 생명체의 모습은?
화성 생명체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미래의 화성탐사 전략은 물을 찾는데 두어야 한다. 말라버린 강바닥과 같은 지형, 극관에 있는 얼음, 그리고 물이 존재할 때만 형성되는 암석 형태를 탐사해야 한다. 온천, 열수구, 또는 지하수를 찾아야 한다. 지구의 한예를 들면, 미국 옐로스톤 호수 밑 열수구에 미생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의 북반구에 한때 거대한 바다가 있었는지, 과거 물이 풍부하던 환경이 오늘날 메마르고 먼지 가득한 기후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미래 화성탐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현재 화성 궤도에서 활약중인 ‘화성 전역 서베이어’나 ‘화성 오디세이’보다 시력이 뛰어난 궤도선은 기본이다. 물이나 생명체가 예상되는 곳에 사뿐하게 내릴 착륙선도 준비중이다. 1997년에 표면에 착륙했던 패스파인더 같이 에어백을 이용하기도 하고, 착륙지점에 있을지 모를 위험물을 감지해 똑똑하게 피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래 화성탐사에는 기동성도 중요하다. 이동형 탐사차량인 로버는 이전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울퉁불퉁한 표면을 피하기 위해서는 풍선과 비행기가 화성의 하늘을 누비면서 궤도선보다 해상도 높은 영상을 찍을 계획이다. 비행기의 경우 탐사선이 화성에 진입하면서 공중에서 날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배터리 전원이나 무동력으로 날아간다. 떠있는 동안 표면에서 과거 생명체가 살았던 흔적인 화석이 발견될 만한 호수나 강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만간 화성 표면 아래를 뚫고 들어갈 탐사장비도 준비되고 있다. 현재 화성 표면은 메마른 상태지만, 최근 탐사 결과에 따르면 표면 아래에서 얼음이 확인됐기 때문에 표면으로부터 1m 정도 아래까지 파고들 경우 액체상태의 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2003년 중반 유럽우주기구(ESA)에서 발사할 탐사선 ‘화성특급’의 착륙선에는 표면 아래 1m 정도까지 뚫고 들어갈 ‘두더지’ 로봇이 실릴 예정이다. 또 NASA에서는 표면 아래 수백m까지 파고들 수 있는 두더지 로봇을 설계중이다. 화성 표면 아래에서 물과 생명체가 확인될 날도 머지 않았다.
미래의 화성탐사에서는 생명체를 확인하려는 작업도 중요할 전망이다. 이른바 생명감지장비가 동원된다. 화성 생명체는 지구 생명체와 여러모로 다를지 모른다. 지구의 경우에도 깊은 바다 밑에서 햇빛도 없이 화학에너지와 지열을 에너지원으로 살아가는 생물이 있다.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만날 것에 대비해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현미경 수준에서 고해상도로 영상을 찍는 장치, 생명체와 관련된 형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여러 파장에서 모양과 구조를 분석하는 장치, 생명체의 화학적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생명감지장비에 포함시키려 한다.
현장에서 생명감지장비로도 생명체가 확인되지 않으면 화성의 샘플을 지구로 가져올 계획도 세우고 있다. 화성에서 암석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샘플을 싣고 화성 표면에서 화성 궤도로 발사될 로켓과, 화성 궤도에서 다시 랑데부한 후 샘플을 지구로 옮길 우주선이 필요하다.
치명적인 자외선에 노출돼
현재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오디세이’ 호는 화성의 방사선 환경을 분석중이다. 앞으로 무인으로 진행될 각종 화성탐사도 미래의 언젠가 인류가 화성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미리 사전 조사와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궤도선, 로버, 두더지 로봇 등으로 물의 원천을 발견하려는 일도 미래에 화성을 방문할 사람을 위한 것이다. 무인으로 화성 대기에 진입해 하강하며 착륙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작업에도 우주비행사의 안전이 고려되고 있다.
화성에는 지구처럼 오존층이 없기 때문에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화성 표면에 내리쬐고 있는 치명적인 태양 자외선이 어느 정도인지 탐사할 필요가 있다. 자외선의 효과를 고려해 우주복이나 거주기지를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자외선이 존재하는 경우 화성 토양에 포함된 과산화물에서 나온 유해산소는 유기분자를 분해시킬 우려가 있다. 과산화물이 우주비행사에게 미칠 영향이 제대로 파악돼야 한다.
화성의 유인탐사는 지구에서도 준비되고 있다. 화성의 지형과 비슷한 미국의 유타사막이나 캐나다의 데본 아일랜드에 화성용 모의 거주공간을 설치해 사람이 화성에서 살아가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인류가 미래의 보금자리가 될지도 모를 행성 화성으로 가는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한 과정이다. 화성을 향한 인류의 도전에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