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과학계의 가장 큰 화두는 생명공학, 그 중에서도 인간게놈프로젝트다. 이런 이유로 개봉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가타카는 지금도 SF 마니아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수작이다. 인간 유전자에 대한 정복은 불치병 완치의 가능성을 높이는 등 장밋빛 미래의 개화를 예견하지만, 그 이면에서 펼쳐질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3월 14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방담회는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로 한층 달아올랐다. 유전자 정복에 대한 희망과 우려가 여전히 교차하는 지금, 꿈이나 상상이 아닌 과학의 시각으로 영화에 접근해보자.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으로 손꼽히고 있는 주인공 ‘제롬 머로우’는 완벽한 외모와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열등한 유전자를 지닌 ‘빈센트 프리맨’. 유전자조작이 아닌 자연수태로 탄생해 청소부 생활을 전전하던 그는 우주비행사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인생을 조작하려는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다. 성공을 위해서 빈센트는 피 한방울, 피부 한조각, 타액으로 인간의 신분을 읽어내는 사회를 속여야 한다. 결국 우성인자를 가진 제롬 유진 머로우와 빈센트 프리맨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제롬 머로우가 탄생하고, 빈센트는 당당히 가타카에 입사한다. 하지만 악몽이 시작된다. 우주여행을 일주일 남기고 감시관이 살해된 것. 모든 사람은 조사대상이 되고, 좁혀오는 경찰의 수사에 빈센트의 가짜 신분이 발각될 지경에 이르는데….
ㅣstaffㅣ
원제 : Gattaca
감독 : 앤드류 니콜
출연 : 에단 호크, 우마 써먼
ㅣ참가자ㅣ(가나다 순)
김의준(인터메이저, 의준)
김홍재(과학동아 기자, 홍재)
노성래(노아시스템, 성래)
박상준(SF영화 해설가, 상준)
이숙연(엠바이오젠, 숙연)
장미경(과학동아 기자, 미경)
홍성수(엠바이오젠, 홍박사)
ㅣKey Wordㅣ
유전자 : 생물체 개개의 유전 형질을 나타내는 원인이 되는 인자.
게 놈 : 생명이 갖고 있는 염색체 또는 유전자의 총합. 즉 전체 유전정보를 뜻한다.
인간게놈프로젝트 : 인간이 갖고 있는 유전자의 염기쌍 배열 전체를 밝혀내기 위한 프로젝트.
AGTC : DNA의 구성요소인 A(아데닌), G(구아닌), T(티민), C(시토신) 등 네가지 염기 종류.
가타카 : AGTC 등 네가지 염기의 머리글자를 조합해 만든 영화 제목. 유전자만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미래 사회를 상징한다.
<;가타카>;의 별점 ★★★
사이언스 별점은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과학성과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방담회 참가자들이 평가한 점수다(다섯개 만점).
의준_ 영화의 제목이자 우주항공회사 이름인 가타카라는 단어에 특정 의미가 있나요?
성래_ 유전자 염기서열 4가지를 조합해서 만든 단어라고 들었어요.
상준_ 염기서열에 대해 자음과 모음을 적절히 섞어서 만든 것 같아요. 기존에 고유명사가 있어서 만든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홍박사_ 유전자 수준에서 등급을 매기는 얘기인 영화의 줄거리와 맞추려다 보니까 염기서열인 AGTC로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아요.
의준_ 영화를 보면서 제가 과연 정상인인지 생각하게 되더군요. 눈이 나쁘고 치아가 부정교하고, 머리가 곱슬머리고…. 뭐가 우성이고 뭐가 열성인지 신경 쓰이게 만드는 영화더라구요.
성래_ 처음엔 주인공이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고 표현됐지만 결국엔 열등한 사람이 아니라 정말 잘난 사람이던데요. ^^
숙연_ 주인공이 너무나 치밀하고 똑똑해서 결국 출세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주인공처럼 강한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자살을 택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미경_ 만일 이런 사회에서 태어난다면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욕이 상실될 것 같네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결정되니까요.
성래_ 태어날 때 결정되는 성별만으로도 인생의 차별이 어느 정도 결정되는 편이잖아요. 결국 사회가 유지돼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그리고 판단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죠.
상준_ 영화에서 머리카락 하나만으로 예상 수명까지 산출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비현실적인 묘사 같기도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윤리적인 규제 장치나 이익단체의 여론이 그런 사회를 용납할지 의문입니다.
미경_ 유전적으로 우성인자만 갖춘 아이가 법적으로 문제없이 태어난다면, 소득분배에 따라 계층 구조가 나뉘는 것이 아니라 유전공학적으로 계층 구조가 갈리겠군요. 유전적으로 열등한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도태될테구요.
성래_ 처음에는 선천적인 병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에 대해 병을 제거해줄 수 있는 유전자를 수리하기 위해 연구하다가, 그 단계를 뛰어넘어 좀더 뛰어난 아이들을 만들어내려는 욕심으로 발전하겠죠. 조작을 가하지 않더라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정자와 난자 중 우수한 것을 골라내는 것입니다. 그런 단계를 거쳐 접근하다보면 가타카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테구요.
상준_ SF영화 자체가 어떤 과학적 백그라운드를 갖고 제작됐다기보다 공상과 가상이 섞인 거잖아요.
미경_ 영화에서 나오는 우성인자와 열성인자 개념은 지금 우리가 쓰는 우성, 열성의 개념과 다른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우등과 열등으로 완전하게 갈리잖아요. 박사님께서는 영화에 문제가 많다고 하셨는데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홍박사_ 일반인들의 지식이 한정돼 있어서 가타카 같은 상황이 실현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지난달 휴먼게놈프로젝트가 발표됐고 성격 유전자라든지, 좋은 형질의 유전자가 거론되지만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영화와 같은 상황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성격의 예만 들더라도 환경이 결정하는 요소가 훨씬 많잖아요.
미경_ 물론 과학적 지식이 없을 때 견해 차이는 크겠죠. 유전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한 다음 이 부분에 대해 논하면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는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의준_ 먼저 게놈프로젝트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겠네요. RNA나 DNA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한 후 영화에 대해 다시 얘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무엇을 기대하는 프로젝트며, RNA나 DNA 등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홍재_ 게놈은 각 세포마다 갖고 있는 유전정보의 총합을 말합니다. DNA가 갖고 있는 정보를 모두 합한 것이 게놈이죠. 게놈프로젝트는 세포에 대한 의미, 유전자에 대한 의미를 밝히는 것을 말합니다. 염기서열인 AGTC에 대해서는 99% 밝혀졌지만, 의미가 있는 유전자는 개수도 모를 정도로 시작단계에 불과하죠. 현재 설계도만 얻은 상황입니다.
홍박사_ 휴먼게놈프로젝트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병에 대한 예방과 암의 정복 등 인류의 복지 증진을 위해 계획된 것입니다. 돌리의 복제 등 생명공학에 대한 놀라움 등이 터져 나오면서 생명공학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커져서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게 되고, 그 결과 가타카가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의준_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으니까 자식 때까지는 영향이 없겠군요. ^^
홍재_ 유전자는 기본일 뿐이고 환경 등의 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쉽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키가 커질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후천적인 영향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죠.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유전자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냥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홍박사_ 생명공학의 경의로움 때문에 신문이나 매스컴이 과장해서 보도하는 면이 있고, 심지어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성격, 비만 등 맞춤 유전자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사기성 사업이고 불가능한 얘기죠. 그런 사기가 한국이니까 가능하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의준_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겠지만 저는 조만간 유전자 정보를 건강진단서 대신 제출하는 시대가 오리라고 봐요. 성격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라도, 유전자 정보 말입니다. 위암에 관련된 유전자 정보의 해독이 진행되고 있다는데, 거기에 대한 사전 데이터를 얻게 될 수 있으면 좋잖아요.
홍박사_ 그 부분도 하나의 선전이죠. 작년에도 올해도 거의 다 밝혀졌다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 실제로 밝혀진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의준_ 얼마 전에는 생명이 더 길어질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홍박사_ 그것도 일종의 과장된 정보입니다.
홍재_ 하지만 그 유전자가 있는 것은 맞잖아요.
홍박사_ 하나의 유전자가 그런 걸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죠. 유전자 조사를 했다고 해서 생명과 관련된 유전자가 하나는 아니잖아요.
의준_ 그러면 혈우병도 마찬가지입니까?
홍박사_ 단일 유전자 질환은 밝혀질 것은 다 밝혀졌죠.
의준_ 어차피 확률 아닙니까. 비슷한 유전자 서열이 확률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사한 결과를 낸다는 사고에는 문제가 될 게 없잖아요.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던지 특정한 어떤 요소를 타깃으로 하던지 조사된 결과에는 다를 바가 없다는 말입니다.
홍박사_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유방암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마치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확하게 갖춰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유방암 관련 유전자를 특허화시킬려고 노력했으니까요. 재미있는 것은 유방암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유전적인 요인에 의한 환자는 5-7%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나머지 95% 가량은 환경에 의해 유방암에 걸리죠. 또한 유전적 요인을 갖는 그 5명의 유전자조차도 각기 다른 이유로 유방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
미경_ 그렇다면 보험 회사가 유전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얘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박사_ 유전자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전질환에 대한 차등을 둔다는 보험을 들라고 한다면 저는 절대 안합니다. 5%도 되지 않는 확률 때문에 돈 들이면서 유전자 스크린을 만드는 거잖아요.
의준_ 지금은 그렇다 해도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홍박사_ 특정 질병에 대해 조사를 끝내고, 진단 샘플을 만들었어요. 임상적인 특징을 갖고 질병을 검사하는 것이 어려워서 분자적 수준, 유전자 수준에 들어간 거죠. 하지만 임상적으로 진단을 내렸을 때 유전자 수준에서는 써봤더니 안나오고, 법칙에 위배되는 다른 유전자를 썼을 때 적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준_ 아직까지 유전자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낮다는 생각이 들군요.
홍박사_ 어떤 형질을 결정짓는 유전자라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결정론이라는 것은 환경과 개체가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유전자 하나 가지고 그 성격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래_ 얘기가 자꾸 빗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유전자 갖고 결정론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쉽게 생각해서 RH+와 RH- 정보를 미리 아는 것처럼, 건강진단서 대신 혈액형 정보와 혈우병의 열성 유전자를 갖고 있어 치명적이지 않는가 등 그런 걸 표기하면 좋다는 얘기 같아요.
홍박사_ 제가 너무 비약해서 생각했군요. 하지만 실제로 보통 사람들은 유전자의 위력을 지나치게 크게 봅니다.
상준_ SF는 문학이든 영화든 미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아니라 작가 나름대로 펼치는 미래에 대한 상상 예술입니다. 미래에는 이런 식으로까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이죠. 우리가 SF작가들에게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고 뭐라고 할 순 없잖아요. 미래사회를 어떤 한방향으로 극대화시키면 이런 식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1990년대 중반에 해병대원 두사람이 군법회의에 회부된 사례가 있는데요. 그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미군은 전사자들의 신원확인을 위해 혈액형으로 유전정보를 기록하는데 두사람이 혈액검사를 거부했다는 것이죠. 그런 정보가 유전질환과 관련돼 보험회사에 유출된다면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홍박사_ 하지만 거기에 사용되는 유전자 정보는 유전질환과 관련없는 부분만 사용됩니다. 유전자라는 말 한마디가 유전질환과 접목되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겨나죠. 그런 오해와 걱정은 유전자의 위력을 크게 봐서 현실과 가까워져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하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윤리적인 문제나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해 강조하는데요. 그런 문제점을 거론하기 이전에 유전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상준_ 복제인간의 경우 실체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풀려진 이유가 가까운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유전공학이라든지 인간게놈프로젝트도 지금과 같이 발달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펼쳐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와 불안감이 증폭돼서 막연하고 포괄적으로 형성되는 것 아닐까요. 게놈프로젝트의 처음 시작이 유전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하기 위해 추진됐다면 한단계씩 나아가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의준_ 박사님께서는 환경적인 요인이 중요하고, 단일한 사실로 전체로 해석하지 말라고 강조하시는데요. 그렇다면 지금 규명하려는 유전자는 별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까.
홍박사_ 물론 그런 말은 아닙니다.
의준_ 또하나 의문이 있어요. 신체적인 결함이나 유전병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밝혀질 가능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유전병을 갖는 모든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 인류를 위해 좋습니까, 좋지 않습니까. 유전질병도 진화론 측면에서 보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데 인간이 고의로 바꾸려는 것이잖아요.
홍박사_ 우리가 사는 자체가 환경과 더불어 진화하는 것입니다. 결국 도태될 사람은 도태되죠. 우리는 자연 속의 사람이기 때문에 평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죽는 숫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평형이 깨질 것이라고 봐요. 약간 별개의 문제지만 돌연변이도 꼭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살기 위한 자연선택에서 이어지는 것이니까요.
의준_ 질문에 대한 답이 아직 불투명한데요. 그렇다면 유전병이 전부 치료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홍박사_ 너무 막연하고, 확답을 줄 수 없군요.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라든가 이론을 갖고 볼 때는 아무리 성격 유전자나 뭔가 다른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환경 속에서 나는 나라는 캐릭터가 있지요.
의준_ 그것이 영화의 결론이고, 영화가 지향하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미경_ 맞아요. 열성 유전자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그런 조건을 이겨내고 말겠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의준_ 영화에서 나오는 과학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상준_ 사람의 체모에서 추출할 수 있는 생리학적 정보가 무엇이 있습니까.
홍박사_ 현재의 기술로는 혈액부터 시작해서 지문만으로도 DNA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DNA 양적으로 따지면 지문에서는 제한적이고, 혈액에서는 많겠죠. 머리카락 하나에서 나올 수 있는 유전자 양은 제한돼 있고, 어떤 목적을 갖고 실험하는 한정된 부분만 만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의준_ 그렇다면 어디에서 비교적 많은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나요.
홍박사_ 질환 등을 알아내고자 한다면 혈액이 가장 많은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죠.
미경_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한번에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할 것 같은데요.
의준_ 제가 생각하기로는 난자와 정자에 DNA 정보가 가장 많을 것 같은데….
홍박사_ 정자는 감수분열이 워낙 많아서 좋은 샘플이 될 수 없습니다.
미경_ 머리카락 정보로 미아를 찾으려는 운동이 시도되고 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대하는 입장의 주장도 거센데….
홍박사_ 목적과 취지는 좋은데 무조건 반대한다면 문제가 되겠죠. 실질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사생활 침해 등 윤리적 문제만을 갖고 말한다면 문제라는 뜻입니다.
상준_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개인의 신용정보가 유출됐을 때 파생되는 부작용이 실제로 나오고 있잖아요.
홍박사_ 현재도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지문을 찍잖아요. 유전자 마커는 지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런 부분을 간과한 채 사생활이나 유전질환, 윤리적 문제만 말을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 알고 덤벼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상준_ 중심이 양극을 달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쪽은 무조건 해야 한다, 한쪽은 무조건 안된다고 나뉘는 완전 상극이죠. 그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가타카 이야기도 최종적으로는 유전자에 대한 기대 이상의 공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유전정보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받아들인다면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생명공학의 위력을 너무 크게 봐서 이일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혼란스럽겠죠.
성래_ 개인적인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역학조사를 해봤어요. 매춘부 중 에이즈에 대해 항체를 갖는 사람이 있더라는 내용이었는데…. 정말로 에이즈 항체유전자를 이 여자들이 갖고 있다면 그걸 이용해 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더라구요. 만약 제가 에이즈 항체를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제약회사에서 제 유전자를 요구하겠죠. 그렇다면 제가 제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 같은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겁니까. 인류의 복지 증진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는 건가요. 개인이 갖고 있는 유전자가 특허권처럼 이용될 수 있을지, 상업적으로 쓸 수 있을지 궁금해요.
홍박사_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래_ 아무런 보상없이 제공하라고 하면 손해보는 느낌일 것 같은데요.
홍박사_ 개인에 따라 다르겠죠. 그까짓 피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겠지만, 그 정보가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겠죠.
의준_ 그렇다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법적으로도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홍재_ 생물 유전자에 대한 특허가 있습니다.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가 가능하죠.
홍박사_ 물론 특허낼 수 있겠죠. 하지만 본인이 직접 실험해야죠. 특허를 밝혀낸 사람한테 권리가 있는 것이지 유전자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어요.
성래_ 갖고 있어봤자 소용이 없군요. ^^
의준_ 게놈프로젝트는 영화에서도 돈과 상당히 밀접해 보이고, 지금 현실에서도 돈과 밀접해 보입니다. 게놈프로젝트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얘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거 돈이다, 내가 어느 정도 확률을 높이면 이거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다 이거죠. 상업적인 요소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특정 사람의 우성 유전자를 훔쳐내기 위한 범죄 등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요.
미경_ 그것 때문에 법적 쟁점이 부각되고 있고,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하겠죠.
숙연_ 영화에서 궁금한 점이 있어요. 빈센트를 신의 아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지금 시대에 생각하는 신의 개념이 아닌 것 같더라구요.
성래_ 비꼬는 얘기죠. 우등한 인자만을 뽑아서 유전자조작된 인간을 탄생시킬 수 있는 미래에는 자연수태로 태어난 사람이 열등하다는 말입니다.
숙연_ 그 시대가 되면 신의 역할을 유전학자가 대신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경_ 저는 영화를 보면서 내가 만일 빈센트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성래_ 전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행동할 자신이 없어요. 자신의 몸에 있는 털을 모조리 깎고, 우성인자의 소변이나 체모를 지니고 다녀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홍박사_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뭡니까.
상준_ 유전자 결정론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죠. 영화의 스토리를 반어적으로 전개하면서 막연한 기대와 공포심을 자극하는데…. 결국 그런 세상이 온다 해도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한다고 느꼈습니다.
의준_ 유전공학의 발달, 과학기술이 엄청난 진보를 이룬 세상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의지구나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아요.
미경_ 맞아요.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존엄성을 말하고 있죠.
홍재_ 가타카가 암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차별 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인데 제가 생각하기에 차별은 꼭 유전자가 아니더라도 존재하거든요.
의준_ 빈센트가 토성에 가고 싶어하잖아요. 타이탄에 갈 수 있는 시점에서 유전공학이 그 정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겨있는 것 같은데요.
상준_ 타이탄이 이 영화에서 시사점을 나타내는 이유가 위성 중 자체 대기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위성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토성까지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시기는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시기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상준_ 영화적 표현이나 영화 미학으로 봤을 때 6번째날보다는 훨씬 우수작이라고 생각해요.
의준_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가능하면 사람이 임의적으로 순리를 거스르는 일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인간이 너무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환경이나 과학으로 인해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과학을 거부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서 순리를 따르는 부분을 배려하면 좋겠습니다.
상준_ 미묘한 것은 순리가 어디까지가 순리인가가 문제죠.
성래_ 맞아요. 가타카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이 유전정보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가 먼 훗날에는 될 것 같아요. 현재 순리라고 매겨지는 기준과 상관없이 그 범위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죠. 예전에 신에게 도전하는 행위로 여겨져 반대 의견이 거셌던 시험관 아이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순리의 선이나 사람들의 인식 폭이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감독 소개 앤드류 니콜
1964년 뉴질랜드 출생. 가타카로 데뷔하기 전 10년 이상 텔레비전 광고계 감독으로 활동했었다. 짐캐리가 주연했던 ‘트루먼쇼’의 각본을 썼고, 두번째 작품으로 ‘사이몬’(Simone)의 각본과 감독을 맡아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른 유전자 관련 SF Movies
닥터 모로의 DNA
감독 : 존 프랑켄하이머
출연 : 발 킬머, 말론 브란도
2010년 영국. 유엔 평화봉사단인 더글라스는 평화조약을 체결하러 가던 중 비행기 사고로 남태평양에 추락한다. 몽고메리라는 과학자에 의해 구조돼 낯선 열대섬에 도착하게 된 더글라스는 그곳에서 유전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모로 박사를 만나게 된다.
모로 박사는 여러 유전자를 접합시켜 기괴한 모양의 변종 생물체(beast man)를 만들어낸 인물. beast man은 모로 박사에 의해 장치된 고통의 프로그램을 몸 속에 안고 신음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beast man이 자신의 몸 속에서 전자칩을 제거한 후 대반란이 시작되는데….
DNA
감독 : 윌리엄 메사
출연 : 마크 다카스코스, 유겐 프로치노브
과학 탐사대는 열대우림 지역에서 폐허가 된 옛 문명지를 발견해내고, 그곳에서 고대 생물의 뼈를 발굴한다. 칼 웨싱어 박사가 이끄는 탐사팀은 그 뼈에서 새로운 유전자를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낸다. 그 유전자는 친화력이 좋은 효소로 이뤄져 다른 유전자와의 결합이 용이하다. 그들은 애쉬 메들리를 통해 그 유전자로 새로운 생물을 탄생키려 한다. 애쉬 메들리는 천재적인 능력을 소유했지만,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혼자서 효소체로 구성된 곤충 한마리를 키우고 있다. 효소체가 필요한 칼 웨싱어 박사는 애쉬 매들리를 찾아가 그의 곤충을 강탈해서 사라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