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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간유전체기능 연구사업단장 유향숙

남편에게 삼국지의 대인관계 배운다

 

인간유전체기능 연구사업단장 유향숙


지난 2월 인간게놈프로젝트 국제컨소시엄(HGP)과 미국의 셀레라 지노믹스사가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완성했다는 발표가 국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다름아닌 인간 생명의 비밀과 관련된 DNA 염기서열이 밝혀진 것이다. 인간의 달착륙에 비견되는 이 역사적 사건에 놀라워하는 사람도 있었는가 하면, 이런 역사적인 자리에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도 인간게놈(유전체)을 연구하는 거대 프로젝트가 1999년 발족됐다. 바로 인간유전체기능 연구사업단이다.

선진연구자들을 만나 깨달은 연구방향

“이제는 유전자의 기능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 사업단의 유향숙 단장(51). 유단장은 인간의 DNA 염기서열이 밝혀진 지금 이를 바탕으로 인간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일이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한국인에게 자주 나타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간유전체의 기능을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유단장이 이런 연구방향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영향이 있었다.

직접적으로는 유단장이 1999년 12월 사업단의 단장으로 취임한 후 벤치마킹을 위해 미국과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전문가들의 영향이 컸다. 유단장이 만났던 사람 중에는 이번에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완성했다고 발표한 주역들도 있었다.

HGP의 미국 워싱턴대 게놈센터장 로버트 워터슨 교수는 이때 이미 “앞으로 게놈프로젝트의 연구방향은 대규모 염기서열분석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유단장에게 “각국의 작은 연구소에서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통해 유단장은 우리가 할 일이 유전자의 기능연구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

유단장이 미국립보건원의 암연구소(NCI) 부소장인 로버트 스트라우스버그 박사를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스트라우스 박사가 게놈의 기능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한편 유단장은 미국 셀레라 지노믹스사를 방문했을 때 염기서열을 분석하기 위해 염기서열 자동분석장치를 3백대나 들여놓고 대량의 염기서열 분석자료를 해석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는 데에 무척 놀랐다. 반면 일본 게놈센터에서는 당시 21번 염색체의 게놈을 분석중이었는데 셀레라에 비해 소규모(그래도 염기서열 자동분석장치가 20-30대 정도)였지만 나름대로 염기서열 분석을 잘하고 있는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유단장은 우리도 최소한의 염기서열 분석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피곤하고 힘들 때 듣는 베토벤

1974년 서울약대에서 항암제와 관련된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유단장은 “암에 걸린 쥐에 유기합성한 약을 투여하자 경과가 좋아졌지만, 그때는 솔직히 근본적인 원인을 알지 못해 답답했어요”라고 회고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1946년 미국 정치가 풀브라이트가 제창한 장학금)으로 유단장이 미국으로 유학간 1975년에는 마침 유전공학이 뜨고 있을 때였다. 이때 유전공학은 유단장에게 의문점을 풀 수 있는 도구가 됐던 것이다. 유단장은 피츠버그대의 테란스 쿠퍼 교수 밑에서 효모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단장은 이때 이미 유전자 기능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

미국에서 유학생활만 10년을 넘게 한 유단장에게는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벗이 된 존재가 있었다. 다름아닌 음악. 그녀는 중학생 때까지 피아노와 성악을 배웠다. 물론 중학생 때 한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이 중요하다”라고 한 말을 귀담아 듣고 과학자가 되려고 음악의 길은 포기했다고 한다.

미국 유학시절 어려운 실험을 간신히 마치고 나서 새벽에 숙소로 돌아갔을 때마다 유단장은 클래식 음악으로 자신의 어려움과 피로를 달랬다. 그녀는 피곤하고 힘들 때마다 베토벤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기분이 좋을 때는 모차르트 음악,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는 바하 음악에 심취했다. 그녀가 유학시절 수집한 클래식 LP판만 2백장이 넘는다. 같은 음악이라도 오케스트라나 지휘자에 따라 다양한 판을 모았다고 한다. 유단장은 나중에 이들을 가지고 자신만의 자그마한 음악실을 꾸미는 것이 작은 꿈이라고 했다.

욕먹고 논쟁에 휘말릴 때 쓰는 화법

1987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생명공학연구원과 줄곧 인연을 맺고 있는 유단장은 사업단의 단장에 응모하게 된 계기가 남다르다. 대학에 소속된 교수들로부터 생명공학연구원이 제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가 유단장에게 자극이 됐다. 생명공학연구원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자신이 단장에 응모했다는 것이다.

유단장의 첫인상처럼 여장부의 모습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단장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 유단장은 상대방이 잘못했을 때도 직접적으로 잘못을 얘기하기보다 완곡하고 부드럽게 대해서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이렇게 직설적인 화법이 부족해 대인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단장이 된 최근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바로 유단장의 남편인 홍순효 교수다. 대만에서 삼국지를 전공한 남편은 현재 충남대 중국문학과 교수이자 문과대 학장을 겸임하고 있는데, 유단장이 욕먹고 논쟁에 휘말릴 때 “정확한 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단장은 대인관계에서 필요한 화법을 터득하고 자신의 프로젝트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남편은 삼국지를 잘 알아서 그런지 대인관계에서 큰 도움을 줍니다”라고 유단장은 웃으며 남편자랑을 했다. 이런 대인관계의 능력은 사업단 내의 35개팀을 조직화하는데 필수적이다.

끝으로 사업단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유단장은 “인간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분야에서 우리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인에게 잘 나타나는 위암 간암 등은 국내에 샘플이 많고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이 중요한 만큼 이 분야의 연구에 적합하다. 또한 유단장은 유전자를 분석하는 일이 생물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방대한 정보를 취급하기 위해 컴퓨터 분야, DNA진단칩을 만들기 위해 전기전자나 나노기술 분야, 이 외에 기계분야 화학분야 등 여러 분야가 공동으로 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암. 간암 정복을 꿈꾼다-인간유전체기능 연구사업단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은 과학기술부에서 추진중인 야심작으로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우리만의 강점 과학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착수시점에서 10년 이내에 시제품을 생산해 국가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분야가 전략적으로 선택된다. 이미 1999년에 2개, 2000년에 3개의 사업이 착수중이고 올해 중반에 5개, 2002년에 10개의 사업이 선정될 예정이다. 기존의 연구개발사업이 전공과 무관한 행정가 중심이었다면 프론티어 사업은 기업가형 연구자가 책임자로 나서는 특징이 있다.

인간유전체기능 연구사업단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단의 하나로 1999년 12월에 발족했다. 이 사업단은 한국인의 유전체(게놈)를 연구해 한국인에게 잘 나타나는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 규모에서 밝힘으로써 이들 질병을 조기에 진단·치료하는 기술과 신약을 개발하는 일을 최종목표로 삼고 있다.

21세기 생명공학의 핵심이 될 인간게놈연구는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생노병사의 원인을 밝히며 질병문제해결, 수명연장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선진국의 인간게놈프로젝트 중간결과가 주목받고 있는 이때 이 사업단은 한국형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위암·간암 관련 유전자와 단백질을 초고속으로 발굴하고, 한국인 특이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발굴하며, 위암·간암 관련 유전체의 기능을 연구해 진단기술과 신약을 개발한다. 또한 한국인에 자주 나타나는 질환의 유전자와 단백질을 발굴하고 기능을 규명한다.

2010년까지 한국인 위암∙간암의 진단과 치료에 의한 생존율을 현재 10-30%에서 60% 이상의 수준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나아가 한국인 특이 유전자를 포함한 특허 유전자를 1백종 이상 확보하고 한국인 난치병에 대한 DNA진단칩과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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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이창호
  • 장미경 기자
  • 진행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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