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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풀어본 희로애락 - 울음

화날때 흘리는 눈물이 더 짜다

인간의 몸값을 천냥이라고 한다면 9백냥을 차지한다는 눈. 특히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은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대변하는 또하나의 언어로 받아들여진다. 인간은 무엇 때문에 울며, 우는 상황에 따라 눈에서 흘러나오는 액체의 성분은 각각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뻐서 울고, 안타까워서 울고, 감격해서 울고….

지난해 역사적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현장 스케치다. 상봉 당사자들은 벅차오르는 가슴을 쓸어안고 수십 년만의 만남을 기뻐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으며, 짧은 상봉 후 맞이하게 된 헤어짐의 아쉬움으로 또다시 고통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이뿐인가. TV 중계방송을 시청하던 온 국민들 역시 짜릿한 감동 속에서 기쁨과 아쉬움의 눈물을 공유했다.

슬픔과 기쁨의 순간, 감동과 가슴 벅참의 순간, 아픔과 고통의 순간, 심지어는 하품하는 그 순간에도 등장하는 눈물. 그 신비로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눈에서 나오는 신비한 액체

마음의 창이자 건강의 창이라는 눈. 우리가 별다른 자극이나 불편함 없이 눈을 부드럽게 깜박이고, 촉촉한 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덕분이다. 눈물의 정의는 무엇이며,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눈물은 눈물샘, 결막, 지방샘 등에서 만들어지는 액체로, 1분당 약 1.2μL(1μL=10-6L)씩 끊임없이 분비된다. 먼저 눈꺼풀 위쪽에 자리잡은 눈물샘은 주눈물샘과 부눈물샘으로 나뉘며, 물이 주성분이다.

주눈물샘과 부눈물샘에서 물이 분비될 때 염류가 함께 나와 섞이는데, 이 때문에 눈물의 맛이 짜다. 안구를 얇게 덮고 있는 결막에서는 점액 성분이 분비된다. 점액은 단백질 등을 함유한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액체로, 안구 표면에 눈물이 골고루 퍼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눈꺼풀의 지방샘에서 지방 성분이 흘러나와 눈물에 섞임으로써 눈물의 증발을 억제한다.
이렇듯 눈물은 크게 수성층, 점액층, 지방층의 세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구성을 따져보면 약 98.5%는 물, 나머지 1.5%는 염화나트륨이나 염화칼륨의 등 염류, 알부민 등의 단백질, 지방 등이 차지하고 있다.

눈물은 우리가 실제로 느낄 수는 없지만 소량씩 끊임없이 흐르면서 눈에 붙은 노폐물이나 먼지 등을 씻어내거나, 각막에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한다. 이때 공급되는 산소는 대기 중에 있는 것으로, 눈물에 녹아서 침투하게 된다. 또한 눈물은 항균 작용을 하는 ‘라이소자임’(lysozyme)이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눈의 표면을 균이 없는 청결한 상태로 유지시키고 눈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눈을 깜박이면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안구 운동을 원활히 하고, 안구에 묻은 세균도 없애주는 셈이다.

이렇게 흘러내린 눈물은 눈의 옆쪽에 위치한 ‘눈물주머니’(누낭)에 모였다가 코로 연결된 통로(비루관)를 통해 콧구멍 속으로 흘러나간다. 기쁠 때나 슬플 때는 물론 하품을 할 때도 눈물이 찔끔 흐르는데, 바로 눈물주머니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하품을 크게 하면 얼굴 근육이 움직이면서 눈물주머니를 수시로 누르기 때문에 여기 저장된 눈물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번 계속해서 하품을 하게 되면 눈물주머니에 모인 눈물이 다 없어져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


눈물은 눈물샘, 결막, 지방샘 등에서 만들어 지는 액체로, 소량씩 끊임없이 흐르면서 눈 에 붙은 노폐물이나 먼지 등을 씻어낸다. 눈 물이 흐르면 눈물주머니(누낭)에 모였다 가, 코로 연결된 통로(비루관)를 통해 콧구 멍 속으로 흘러나간다.


감정에 따라 눈물 농도 다르다

눈물의 형태를 좀더 자세히 파헤쳐 보자. 눈물은 크게 세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눈에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는 ‘기본적 눈물’이다. 이 눈물은 안구 표면의 눈물층을 따라 쉴 새 없이 흘러내리면서 코의 비루관을 통해 빠져나간다. 극소량이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눈을 4-5초에 한번씩 깜박인다면, 기본적 눈물은 이 간격마다 배출되면서 눈물을 고르게 펴주고 촉촉한 눈 상태를 유지하며,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즉시 반응하는 ‘반사적 눈물’이다. 양파를 깔 때, 최루탄 등 자극성 물질이 눈에 들어갔을 때, 티끌이나 먼지가 눈에 접촉할 때 등 눈이 자극을 받을 경우 눈물이 저절로 나오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언제 겪게 될 지 모를 외부의 자극에 대해 눈물이라는 매개체가 항균 작용을 강화하는 등 즉각적인 방어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눈을 보호한다.

셋째, 사람에게만 있는 ‘정서적 눈물’이다. 희로애락 등 감정의 상태에 따라 흘러나오는 이 눈물은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인간만의 특권이다. 즉 감정에 의해 흘리는 눈물은 수준 높은 인간의 뇌 활동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감정에 의해 흘리는 정서적 눈물 중 슬플 때나 기쁠 때, 또는 화가 났을 때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흘리는 눈물의 농도나 성분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그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견해다. 다만 농도에는 차이가 있다. 분노에 차있을 때 흘리는 눈물은 일반적인 감정에서 흘러나온 눈물에 비해 더욱 짜다. 화가 극도에 달했을 때는 교감 신경이 흥분해 수분은 적고 염화나트륨은 많은 눈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의식적인 인지나 노력 없이 내부기관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신경계의 일부인 교감 신경이 자극을 받아 흥분 상태가 되면, 눈을 평소보다 크게 뜨고 눈의 깜박임 현상이 줄어 눈물이 포함하는 수분의 증발량이 많아진다. 이러한 신체적 변화는 화가 났을 때의 상황을 떠올려본다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비춰보면 화가 났을 때 흘리는 눈물이 평상시에 흘리는 눈물보다 더 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역사적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감 격스런 한 장면. 감정에 따라 흘러내리는 정 서적 눈물은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인 간만의 특권이다.


위선자의 상징, 악어의 눈물

동물도 감정에 따라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개나 소가 흘리는 눈물을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떠올릴만한 의문점이다. 동물은 감정에 의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다만 인간에게 있는 기본적 눈물처럼, 눈을 촉촉하게 적셔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생리적 작용으로 눈물을 ‘활용’한다.

한편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동물 중 하나인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투명하고 굵은 눈물을 흘리며 운다. 마치 잡아먹히는 ‘음식물’을 동정하거나 불쌍해서 우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악어는 정말 슬퍼서 운다는 말인가. 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악어는 음식과 함께 유입된 해수의 염류를 몸밖으로 배출시키기 위해 눈물을 흘린다. 결국 감정과는 전혀 무관한 것. 이로부터 악어가 위선자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악어의 눈물이 거짓 눈물의 대표가 됐다.

악어의 눈물은 의학계에서도 등장한다. ‘악어 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증세를 나타내는 환자는 침이 나올 때 눈물이 함께 흘러내린다. 심한 경우에는 음식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온다고 한다. 흔히 교통사고나 안면 부위 신경의 손상 등 부상의 결과로 생기는 이 질환은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이 엉켜 신경 교차 증세를 보이는데 원인이 있다. 눈물샘과 침샘의 신경은 갈라져 있어야 하는데 두 신경이 연결돼 버린다는 것.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침샘이 자극돼 침이 나오게 되는데, 악어 눈물 증후군 환자가 음식물을 먹을 때는 침샘이 자극되는 동시에 눈물샘도 자극된다. 이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도 울면서 먹을 수밖에 없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울고 난 후 눈이 붓는 이유

동양인이냐 서양인이냐에 따라, 나이가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서도 우는 양상이 달라진다.

영화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양인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경우가 많지만, 서양인은 손수건으로 코를 풀면서 눈물을 흘린다. 마치 눈물과 콧물이 거의 동시에 같은 양으로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서양인은 얼굴의 전체적인 골격이 큼직하기 때문에 눈과 코가 연결된 관도 동양인보다 더 굵고 크다. 따라서 눈물의 상당량이 코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흔해진다는 말도 있는데 과연 사실일까. 실제로 나이가 들면 감정의 자제력도 그만큼 성숙하기 때문에 눈물이 줄어든다. 노인이 울 때 눈물과 콧물을 많이 흘리면서 심하게 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코의 비루관이 점점 좁아져 눈물이 밖으로 넘치기 때문이다.

보통 울고 난 후엔 눈이 심하게 붓게 되는데, 우는 것과 눈이 붓는 것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사실 우는 것은 눈이 붓는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다만 울고 난 후 눈이 붓는 것은 울면서 눈을 만지거나 비비는 등 눈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눈을 자극하면 눈꺼풀에 퍼져 있는 모세혈관의 벽을 통해 조직액이 상당량 흘러나와 눈꺼풀 주위의 피부 세포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된다.

조직액은 혈액 중에 있는 수분으로, 대개는 모세혈관 속에 들어가거나 림프관에 흡수되기 때문에 피부에 축적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부가 어떤 자극을 받았을 경우 조직액이 평소보다 더 많이 나오면 피부 세포에 축적돼 부어오르는 것. 특히 눈을 감싸는 피부인 눈꺼풀은 다른 조직의 피부에 비해 매우 얇기 때문에 부어오르기 십상이다.

잘 울면 건강해진다

감정에 의해 흘리는 눈물에는 스트레스의 배설물이 들어있다는 말처럼, 눈물은 몸에 쌓인 해로운 물질뿐만 아니라 정신에 찌든 노폐물까지 해소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대개 울고 난 후에는 기분이 좋아지는데, 정신과 신체에 쌓인 스트레스가 눈물과 함께 몸밖으로 배출돼 버리기 때문이다. 울음요법이 정신치료의 한 방편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울고 나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그 무엇과 비교하랴.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변화에 순응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적절한’울음이 매우 중요하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긴장감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는 울음. 오늘부터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참기보다는 시원스런 눈물을 한번 흘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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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장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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